우려가 현실이 된 ‘맞춤형 급여’ 개편
상태바
우려가 현실이 된 ‘맞춤형 급여’ 개편
  • 편집부
  • 승인 2017.11.10 09:36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당시 제도 개편 우려가 마침내 현실로 다가왔다. 송파 세 모녀 사건 이후 2015년 7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은 기존의 ‘통합급여’ 제도를 ‘맞춤형 개별급여’ 제도로 바꿔 주거와 의료 등 7가지 급여를 모두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각 가정의 형편에 따라 항목별로 차별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정부는 수급대상이 크게 늘어난다고 강조했었다. 그런 맞춤형 급여가 사각지대 해소는커녕 오히려 생계급여 수급자는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국정감사에 제출된 복지부 자료를 보면, 급여 개편 전인 2015년 6월 생계급여 수급자는 122만5672명이었으나 급여 개편 직후인 2015년 12월엔 116만9464명으로 감소하고, 2017년 6월에는 115만2854명으로 더욱 줄었다. 우리 사회 빈곤층은 매년 늘어나는데 오히려 수급자 수는 줄어드니 사각지대 해소 명분이란 급여 개편 취지를 무색케 한다.

문제는 그뿐만이 아니다. 급여 개편 후 기존 수급자들이 대거 탈락하는 현상도 벌어졌다. 개편 전인 2014년 11만6132명이 탈락했던 것이 맞춤형 급여가 시행된 2015년엔 23만6445명으로 2배 넘게 탈락한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생계급여 신규 신청 탈락 가구 중 절반이 넘는 가구가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가구라는 것이다. 이는 이들 탈락 가구 역시 빈곤 가구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함을 알아야 한다. 특히 맞춤형 급여 개편 후 노인가구 탈락률은 더욱 높아졌다. 2014년 탈락 가구 7만3002가구 중 노인가구는 39.8%인 2만9076가구, 장애인가구 26.7%인 1만9520가구였는데 급여 개편한 2015년엔 탈락 가구 18만8015가구 중 노인가구가 49.4%인 9만2834가구, 장애인가구가 25.6%인 4만8137가구로 늘었다. 올 6월 기준 탈락 가구의 44.5%가 노인가구이며, 장애인가구도 24.9%나 된다.

의료급여 역시, 수급자는 제도 개편 후 다소 늘었다지만, 2014년 노인가구 탈락률은 39.8%였으나, 2015년엔 50.2%로 증가했고, 2017년 6월 기준 탈락 가구의 45.6%가 노인가구다. 장애인가구 또한 2014년 탈락 가구의 26.7%였던 것이 2017년 6월 31.2%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음은 심각한 상황이다. 수급액이 적은 것도 문제다. 2017년 기준 최저생계비가 1인 가구의 경우 99만원, 2인 가구는 168만원인데 반해, 2017년 6월 기준 65세 이상 1인 가구에 지급하는 생계급여 평균액이 26만3965원에 불과하다. 2인 가구의 평균 지급액도 47만153원밖에 안 된다. 특별한 소득이 없는 이들에게 생계유지가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는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가 삭감돼 사실상 기초연금조차 못 받는다. 노인 빈곤 해소를 위한 제도가 정작 최극빈 노인은 외면하고 있는 꼴이다.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지적한 대로, 결국 맞춤형 급여 개편은 사각지대 해소, 사회안전망 강화 효과는 없고 오히려 보장받아야 할 대상자가 대거 탈락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통합 지급되던 급여가 쪼개져서 사실상 개개인의 실질적인 혜택도 줄어들 것이란 우려도 근거 없는 기우가 아니었다. 특히 노인의 경우 본인 소득 증가로 인한 탈락 가능성이 적은 연령층으로 부양의무자 때문에 탈락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주목해야 한다. 현 정부 들어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겠다고는 했지만, 생계급여, 의료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지 않는 한 복지사각지대 해소는 어려울 것이란 점을 새겨들어야 한다. 물론 기초생활수급 노인들도 기초연금을 제대로 지급받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된다. 최소한 먹고사는 문제만은 정부와 사회가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 줘야 하지 않겠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