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노동력 착취, 방임 등 학대당한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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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노동력 착취, 방임 등 학대당한 장애인
  • 오혜영 기자
  • 승인 2017.10.16 17:51
  • 수정 2017-10-16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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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와 무관심이 장애인학대를 낳았다.”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하 중앙옹호기관)이 지난 8월 충북 음성에서 한 장애인이 20여 년간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조사를 실시한 결과 장애인 A씨가 노동력 착취는 물론 심각한 학대를 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장애인 A씨(63세/ 지적장애3급)는 40대던 약 18년 전쯤 충북 음성의 한 농가로 왔고 여러 가지 농사일에 바빠 경기도에 사는 딸의 집에는 일 년에 한 번 추석에만 갈 수 있었다. 그러나 그의 생활환경은 충격적이었다. 
 A씨는 자신에게 일을 시키던  B사장이 잘해 주었으며 나중에 목돈을 받기로 했다며 통장을 보여줬지만 B사장의 명의로 입금된 내역은 없었다. 20년 동안 일을 해왔지만 월급은 받은 적도 없고 매달 용돈 10만원을 받아 오토바이에 기름을 넣고 과자를 사먹는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B사장은 조사에서 돈을 주지 않은 것을 시인하며 “나중에 1~2천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A씨의 거주 공간 역시 참혹했다. B사장의 가족들이 사는 건물과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었으며 벽에는 곰팡이와 먼지가 가득했고, 침구류는 언제 세탁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염되어 있었다. 화장실을 악취가 심해 들어가기도 어려웠고 방바닥에는 휴대용 가스 렌지와 약 봉투가 뒹굴고 있었다. 당일 발견된 약물만 총 12가지에 달했다. 
 중앙옹호기관은 충청북도북부노인보호전문기관과 함께 A씨를 즉시 분리하여 안전한 곳으로 모시고자 하였지만 A씨가 결핵 진단을 받았던 사실이 드러나 쉼터 등 보호기관의 입소가 불가능했다고 전했다.  
 A씨는 심장질환 등의 여러 지병으로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고 농사일에 험해진 손 전체에는 원인을 알 수 없는 피부병이 퍼져 있었다. 그리고 다리 부종과 심각한 발톱 무좀으로 신발을 신을 때마다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였다.
 지난 8월 A씨는 양 기관의 지원을 받아 충북 음성을 떠났고 현재는 딸이 거주하고 있는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생활하고 있다. 중앙옹호기관은 지난 9월 7일 청주지방검찰청 충주지청에 B사장을 장애인복지법 등 위반 혐의로 고발하였으며 충북 음성경찰서에서 수사를 시작한 상태이다.
 본 사건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노동력 착취 및 유기․방임으로 ‘장애인학대’에 해당하며, 단순한 임금 미지급․최저임금법 위반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중앙옹호기관은 “지역에 가 보면 때리지 않았으니 학대는 아니지 않냐는 생각이 팽배하다. 먹여주고 재워줬으니 나중에라도 돈을 얼마 주면 그만이라고 본다. 장애인학대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이런 범죄는 끝없이 재발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중앙옹호기관은 철저하고 신속한 수사가 이루어지도록 경찰에 적극 협조할 계획이며, A씨의 피해회복을 위한 민사소송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개관하게 되면 향후 지역에서 발생하거나 이미 발생했지만 숨겨져 있는 장애인학대 사건이 드러나고, 피해 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현재 인천, 대전, 경남, 부산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개관하였으며 10월 17일 광주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개관할 예정이다. 장애인학대신고는 국번 없이 1644-8295나 112로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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