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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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방향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7.10.11 10:00
  • 수정 2017-10-1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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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제10차 헌법 개정을 위한 국민투표가 실시 예정인 가운데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방향 토론회’가 지난 9월 28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국회 김상희, 김광수, 윤소하 의원과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개헌 네트워크,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공동 주최로 열렸다.  
 
"개헌, 장애인 완전참여와 통합·실질적 권리보장 돼야”
헌법전문에 소외 취약계층 인권보장 명시 등 장애인권리보장 개헌 초안 공개
 
제35조 장애인관련 독자조항 신설
 
 장애인 권리보장 개헌안 초안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조직실장은 “장애인의 완전한 참여와 통합, 그리고 실질적 권리가 보장될 수 있는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의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개헌네트워크의 장애인 권리보장 개헌안 초안을 공개했다. 
 초안은 헌법 전문에서 2015년 유엔회원국들이 합의한 지속가능한 개발목표에서 소외되고 취약한 계층들에 대한 포용성을 강조한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향한 가치를 포함시켜 ‘자유와 권리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완수하게 하여 누구든지 어떠한 이유로도 차별받거나 소외되지 않고 인권이 보장되는 사회를 지향하며’로 규정했다.
 현행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 의해 확인되고 있는 자기결정권을 별도의 항으로 추가했다. 구체적 내용은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양승조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이 지난 1월 대표발의 한 장애인권리보장 및 복지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차용했다. 
 초안은 ‘모든 사람은 자기 삶에 관한 모든 결정에 있어서 스스로 선택하고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행동할 권리를 가지며 의사표현과 의사결정에 어려움이 있다 하더라도 이러한 권리가 부정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토록 했다.  
 제11조 평등권 영역에서는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를 추가하고 차별시정을 위한 국가의 적극적 조치 의무를 신설했다. 
 초안은 제11조 제2항에서 ‘누구든지 모든 영역에서 성별, 종교, 인종, 언어, 출신지역, 장애, 나이, 성적 지향, 학력, 사상, 정치적 의견, 사회적 신분 등 어떠한 이유로도 부당한 차별을 받지 아니 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제3항에선 ‘국가는 성별과 장애 등으로 인한 차별을 철폐하고 평등을 실현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법률로서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자유권적 기본권 보장 강화를 위해 현행 제12조 1항의 후문을 2항으로 옮기면서 ‘감금’을 포함시켜 적법한 절차가 아니면 시설이나 병원 등에 감금되지 않는 권리를 보장받도록 하고 아동, 장애인, 노인, 외국인의 경우 신체의 자유를 제한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제3항을 신설해 ‘국가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적 자유를 제한받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별한 조치를 법률로서 정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제12조 제4항의 ‘체포 또는 구속 시 변호인의 조력받을 권리’를 초안에선 ‘사법절차에서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를 가지며 장애가 있는 경우 장애를 고려한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로 개정토록 했다.
 사회권적 기본권 강화를 위해 ‘교육받을 권리’를 규정한 현행 제31조 제1항에서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한 조문이 학습능력으로 국한돼 해석할 여지가 있으므로 ‘차별 없이 균등하게 적절한 교육받을 권리’로 규정하고 제2항에서 ‘모든 국민은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한 것을 ‘보호하는 자녀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이 교육받을 수 있도록 국가의 의무’를 강화토록 수정하고 제5항 평생교육 진흥에서 ‘장애인의 직업교육과 인권교육’을 추가했다.    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서 장애인에 대한 별도 조항을 신설해 제4항에서 ‘국가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지역사회 통합과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하여야 한다’고 규정토록 함과 제5항의 신체장애자란 단어를 장애로 수정하고 장애를 질병·노령과 함께 병렬 배치하고 국가의 보호가 아닌 기초생활권리를 보장할 것을 국가의 의무화하고 현재 사회보장제도들이 신청주의 방식으로 인해 충분한 권리보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국가의 제도 등에 대한 정보제공 의무를 규정했다.
 조 실장은 “개정된 지 30년이 지난 현행 헌법은 장애인이 가지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의 개념을 비장애인이 가지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와 동일시하고 비장애인의 관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면서 “형식적 평등을 넘어서 실질적 평등을 위한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와 관련한 독자 조항이 필요하다.”고 장애인과 관련한 독자조항 신설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조문의 위치는 제34조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이어 제35조 제1항에서 ‘모든 장애인은 경제적·사회적으로 독립하여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을 영위할 권리를 가지며 사회적·직업적·교육적 통합과 사회참여의 모든 기회에 접근할 기회를 가진다’고 규정했다. 
 제2항에선 ‘모든 장애인은 모든 형태의 착취나 억압, 차별적이거나 모욕적인 성격을 띠는 모든 처우로부터 구제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했다.
 
개헌안 35조, 장애인 권리보다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
 
 이어진 토론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소수자위원회 김재왕 변호사는 “개헌안 제35조의 내용은 장애인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가지는 권리에 대한 내용이며 인권은 보편적인 것으로 장애인에게만 특별한 권리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개헌안 제35조를 장애인의 권리로 규정하기 보다는 의무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예를 들었다.
 제35조 제1항을 ‘국가는 장애인이 경제적·사회적으로 독립하여 존엄하고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고, 사회적·직업적·교육적 통합과 사회참여의 모든 기회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라고 규정했다. 
 제2항은 ‘국가는 모든 형태의 착취나 억압, 모욕적 처우로부터 장애인을 보호한다’고 규정했다.
 장애인에 대한 호칭과 관련 김 변호사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을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으며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안도 그러하다.”며 “장애인을 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함으로써 장애는 사회적 보호장치에 따라 장애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과거의 차별적 고정관념을 개선할 수 있을 것”임을 주장했다.
 
평등권 영역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 포함시키고
장애인 차별철폐 및 권리존중 내용 명문화돼야
 
 국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준) 김준우 변호사는 “현행 헌법은 제9차 개헌이 이뤄진 1987년 이후 30년이 지났기 때문에 장애인운동이나 사회운동의 흐름과 성과가 전혀 반영되지 못한 상황으로 장애인을 신체장애자로 비하한 제34조 제5항을 비롯한 시대착오적 규정만이 존재할 뿐”이라며 “장애인 이슈에 대해서는 최소한 국제인권 규범에 부합하는 형태로의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초안은 제11조 평등권 영역의 차별금지 사유에 장애를 포함시키고 적극적 평등실현 조치의 명문화, 장애인에 대한 차별철폐 및 권리존중의 내용이 포함됐다.”면서 ‘유럽 기본권 헌장’에서도 유사한 입법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 기본권 헌장’ 제Ⅱ-81조(차별금지)에선 ‘성별, 인종, 피부색, 종족 또는 사회적 출신, 유전적 특징, 언어, 종교 또는 신념, 정치적 또는 기타 견해, 소수민족, 재산, 출신, 장애, 연령 또는 성적 지향에 따른 모든 차별을 금지하고 헌법의 적용 범위 내에서도 특별규정에 의하지 않고는 국적에 따른 모든 차별을 금지한다’라고 규정했다.
 제Ⅱ-86조(장애인에 대한 차별철폐)에선 ‘연합은 장애인의 자립, 사회적·직업적 차별철폐, 공동체 생활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현재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 및 사회운동 진영의 의견은 유사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국회 개헌특위에서는 인종과 언어를 추가하는 정도로 여야 합의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상황”이라며 장애계 등 관련 단체의 적극적 개입이 필요함을 언급했다. 
 
현행, 장애인 관련 문제를 사회권적 
영역으로 한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
 
 노들장애학궁리연구소 고병권 연구원은 “현행 헌법은 장애인 관련 문제를 사회권적 영역으로 한정한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이 같은 선입견을 헌법 개정을 통해 깨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법 제34조에서 ‘국가는 사회보장, 사회복지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지며 신체장애자 등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해 사회권적 영역에 넣어뒀기 때문에 판례 또한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01년 정부가 저상버스를 도입하지 않는 것이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는 장애인이동권연대의 헌법소원과 관련해 헌법재판소는 “장애인복지 문제는 사회적 기본권에 해당되는데, 사회적 기본권의 경우 국가의 목표로서 고려되는 것이고 다른 국가 과제들과 함께 고려돼야 하기에 최우선적 배려를 요청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또한 2007년 서울시의 청계천 공사가 장애인의 이동권을 제약했다는 것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법원은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한 설치 및 관리는 사회생활 참여와 복지증진을 위해 국가가 구현해 주어야 할 사회적 기본권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고 판결했다. 
 고 연구원은 “이 같은 판례들은 기본적으로 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복지가 사회적 기본권의 한 부분임을 확인한 것으로 신체의 자유와 거주 및 이동의 자유 등 장애인의 권리가 자유권이 아닌 사회적 기본권이기 때문에 장차 여력이 생겼을 때 국가가 보호할 수 있는 것으로 간주되고 당장 시정해야 할 침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처럼 인식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임을 지적했다.
 이어, “국가가 장애인들의 이동할 수 있는 도시환경을 마련해 놓지 않아서, 장애인을 배제하고 추방하는 교육공간과 제도를 만들어서, 장애인이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놓지 않아서 등, 어떤 장애인이 수십 년간 집이나 시설에 갇혀 지내고 있다면 이것이 자유권 침해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비장애인의 경우 당장 국가가 시정해야 할 것이 장애인의 경우엔 국가가 장차 시정하면 되는 문제로 변하는 것, 이것이 장애인의 삶 전체를 특수하게 범주화해서 이해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며 “개헌을 통해 장애에 대한 이해가 갱신되는 계기가 돼야” 함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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