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폐지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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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7.09.14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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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가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거주시설 단계적, 완전 폐지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기로 선언했지만 지난 1일 정기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예산안은 박근혜 정부 시절 반영된 예산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등 7개 장애인단체는 지난 5일 국회 앞에서 문재인 정부 장애인 생존권 예산 확대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환경을 만들겠다는 목표 아래 장애인 공약을 제시하였으며 이에 따른 내년도 장애인복지 예산의 대폭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장연의 내년도 예산안 분석결과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예산은 2017년 대비 7.4% 인상된 2조2200억 원 규모로 이는 2017년과 동일하게 중앙정부 전체 예산 대비 여전히 0.52%에 불과했다.  
 복지부 내 사회복지분야 예산이 2017년 본예산 대비 12.6%가 증가한 점과 비교하더라도 7.4%의 인상은 장애인차별이라는 느낌마저 든다. 장애인건강권법 시행에 따른 ‘장애인건강보건관리사업’은 복지부의 예산 요구액이 109억5900만 원이었는데 기획재정부와의 협의과정에서 단 9억4200만 원이 편성됐으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는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첫 해부터 도입이 좌절됐으며 문재인 대통령 공약사항인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범사업’ 예산과 탈시설 관련 예산은 단 한 푼도 책정되지 않았다.
 지난 8월 25일 박능후 복지부장관이 직접 광화문 농성장을 찾아와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등급제, 장애인거주시설 폐지는 일시에 안 된다. 정책적인 설계가 필요하다.”면서 “일시적 폐지가 아닌 단계적 폐지를 위해 장애인단체 등이 포함된 민·관 협의체를 설치해 거기서 논의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이날 기자와 만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장애등급제 전면폐지 요구에 대해 국민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의료급여, 장애인연금 등 수급권 탈락에 대한 우려 때문에 불안해하는 장애인들이 많다는 질문엔 그런 유언비어를 퍼트리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왜냐하면 정해진 예산의 틀 안에서 갑자기 장애등급제 전면폐지를 얘기하니까 불안감이 있는데, 결국은 예산 때문에 만들어진 장애등급제의 문제이기 때문에 예산을 확보하고 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구체적 실행계획을 밝히면 그런 문제들은 해결될 것임을 밝혔다. 
 복지부가 장애인연금을 제외하고 실제로 활동지원서비스 등에선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상황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그것은 허구이고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일축했다.
 전장연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전제조건으로 내년도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의 예산안 2조2200억 원을 2022년까지 5배 확대한 10조원(소득보장 5조원, 사회서비스와 탈시설 5조원)은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결코 많은 예산이 아니라 OECD 평균에 불과함을 강조한다. 
 예산 투쟁에서 매년 등장하는 말이 있다. ‘판사는 판례로 말하고 기자는 기사로 말하듯이 정부는 예산으로 말하라’는 것이다. 장애등급제 폐지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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