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농성 5년, 소통문화 정착모델 되길
상태바
광화문농성 5년, 소통문화 정착모델 되길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7.09.11 09:56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양의무제와 장애등급제, 장애인수용시설 등 3대 적폐 폐지를 주장하며 5년간 이어져온 광화문 농성이 9월 5일 풀렸다. 2012년 8월 21일 광화문지하철역 지하보도에서 천막농성이 시작된 지 1842일만이다. 마침내, 정부가 반응한 것이다. 1831일째인 8월 25일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직접 농성장을 찾은 것이 계기가 됐다. 복지부장관은 이날 장애계와 간담회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논의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이 자리에서 복지부장관과 장애계는 특히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폐지를 위해 장애인인권단체의 대표단을 포함한 별도의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이밖에도 발달장애인부모들이 처한 현실과 대구시립희망원 문제 등도 논의됐다. 장애계의 오랜 현안이 풀릴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행스러운 일이다.
 농성장 장애인들은 추위와 더위는 물론 주변의 멸시를 견디며 하루도 빠짐없이 고스란히 5년 넘게 견뎠다. 그 과정에서 서명운동에 5만7천여명이 참여했다. 그 결과 꿈쩍 않던 정부측 답변을 이끌어냈다. 정권이 바뀌면서 지난한 농성이 끝난 것이다. 복지부장관이 광화문역 농성장을 찾은 것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빈곤사회연대 등 213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폐지공동행동’(공동행동)의 면담요청에 응하면서다. 앞서 지난 7월 31일과 8월 10일 공동행동은 복지부장관에게 면담요청서를 전달하고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자 기준, 장애인거주시설 폐지 요구안과 세부이행계획을 밝힐 것을 요구했었다. 광화문 농성의 역사는 지난 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약속한 장애등급제 폐지와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가 이행되지 않자 그해 8월 21일부터 시작됐다. 
 복지부장관의 이번 방문은 문재인 정부가 ‘부양의무자 기준ㆍ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탈시설 등 지역사회 정착 지원’을 국정과제로 발표함에 따라 이뤄진 첫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공약대로 지난 8월 10일 발표한 제1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안을 내놨다. 하지만 전면 폐지를 주장해 온 장애계와 달리 단계적 폐지를 발표했다. 정부는 주거급여의 부양의무자 기준을 2018년 10월부터 폐지하고 생계·의료급여는 중증장애인·노인 포함 가구부터 부양의무자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한다는 것. 하지만 장애계는 단계적 폐지가 아닌 전면폐지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복지부와 합의에 따라 공동행동은 9월까지 가칭 부양의무자기준폐지위원회와 장애등급제?장애인거주시설폐지위원회 구성을 마치고 폐지를 위한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갈 계획이다. 
 장애등급제는 의학적 장애정도를 6등급으로 나눠 복지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개인별 환경과 특성을 무시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부양의무제 또한 소득이 최저생계비에 못 미치는 빈곤층이라도 직계가족의 소득과 재산이 있다는 이유로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격이 박탈돼 복지사각지대 양산의 주범으로 지목돼 왔다. 수용중심의 장애인거주시설은 중증장애인을 집단적으로 격리하고 배제시켜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통합을 가로막아 그 자체로 반인권적이란 지적이다. 장애계가 3대 적폐로 규정하고 폐지를 주장하는 이유이다.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그러나 정부가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농성장이었다.”며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국정과제를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약속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바로바로 경청하는 올바른 소통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