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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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콜택시를 운전하면서····
  • 편집부
  • 승인 2017.08.11 11:34
  • 수정 2017-08-11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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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옥진/인천장애인콜택시지부 지회장
 
숨만 쉬고 있어도 땀이 차오를 만큼 무더운 날씨에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힘들지 않을 리 없지만, 장애인콜택시를 운행하며 만나는 장애인 여러분들을 대하는 순간마다 참 많은 생각이 스쳐갑니다. 혼자 거동이 힘든 분부터, 혼자 운신은 가능하지만 아픈 육신의 고됨과 더위에 지쳐 힘들어하시는 분들까지 다양한 분들을 접하게 됩니다만 한결같이 안타깝고, 비록 생업이라 할지라도 일반 대중교통과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는 장애인콜택시 운전원으로서 그 고됨의 일부를 덜어드릴 수 있음이 정말 다행스럽기도 합니다.
 
 지금은 한참 지난 예전의 일입니다만, 이 힘든 여름을 장애인콜택시와 함께 보내면서 새삼 생각나는 에피소드가 있어 이야기를 한 번 꺼내봅니다. 제 동기 C의 이야기입니다.
 
 아마도 몇 년 전, 한창 추운 2월경이었을 겁니다. C는 계양구에 있는 한 복지관 앞에서 거동이 어려운 척추측만증의 5세 여자 아이와 보호자인 어머니를 태웠습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여자 아이의 모친은 계속 전화기를 붙들고 어딘가에 전화를 걸고 있었습니다. 표정은 어두웠고 목소리는 다소 무거웠습니다. 
 
 통화의 대상은 대부분 모친의 지인들인 듯했는데, 오픈 돼 있는 장애인콜택시의 운전석과 승객좌석의 특징상 통화 내용이 고스란히 들려왔다고 합니다. 딸의 척추측만증 수술을 위해서는 수혈이 반드시 필요한데, 당장 혈액을 구할 수가 없어 아이의 수술이 미뤄지고 있으니 도움을 줄 수 없느냐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의 의무는 이동이 필요한 장애인 승객분들게 편의를 제공하고 최대한 빠르고 편하게 목적지까지 이동하실 수 있도록 돕는 데에 있기 때문에, 도움을 드릴 수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안타깝지만 묵인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이 일을 하다 보면 보다 안타깝고 유감스러운 경우를 무수히 접하기 때문에 당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날의 통화내용은 이상하게 여운이 남고 C의 마음도 몹시 무거웠답니다. 그래서였는지 C는 불쑥 끼어들어 아이의 혈액형을 묻게 되었고 소녀의 모친이 알려준 혈액형이 자신의 혈액형과 우연히도 일치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후 C는 모녀의 목적지 하차를 돕고, 그 길로 바로 부평에 있는 헌혈의 집을 찾아 아이에게 지정헌혈을 했습니다. 더불어,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던 모친의 모습이 생각나 그의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 헌혈증을 수배한 후 건네받은 헌혈증을 소녀의 모친에게 전달했습니다. 비단 C의 도움 덕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겠지만, 정말 다행스럽게도 이후 아이가 무사히 수술도 마쳤고 회복도 순조롭다는 소식과 함께 진심어린 감사인사를 거듭 전해 들었을 때는 정말 그렇게 뿌듯하고 행복할 수가 없었답니다. C는 더욱 그랬겠지만, 장애인콜택시 운전일을 하면서 그 때만큼 보람 있고 이 일을 통해 사소한 도움이라도 전하고 있는 우리 자신들이 자랑스러웠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도움이 되어 드릴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런 일이 제 생업이라 더욱 자랑스럽습니다. 
 
 한국 사회가 장애인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에게 조금씩 더 생각이 열리고 전화되는 추세라 해도, 아직 인도의 턱은 높고 대중교통의 길은 멀고도 험난합니다. 무엇보다 그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험난하고 먼 거리에 있음을 변함없이 느낄 수 있어 이 점이 가장 안타까운 부분입니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서는 사고의 전환이 가장 선행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콜택시 일원의 입장에서 탑승하시는 승객분들께는 이용하시는 장애인콜택시 차량 도착 후 차량 탑승까지의 대기시간이 최소화 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이것은 저희 운전원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시는 주인인 여러분을 위한 일이며, 장애인콜택시의 이용이 여러분의 권리라면 탑승시간을 지킴으로써 다음 승객분들을 배려해주시는 것도 여러분의 권리이자 책임임을 꼭 기억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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