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게도 여름휴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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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게도 여름휴가를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7.07.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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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는 이번 특집호를 위해 제2회 장애인아고라를 다녀왔다. 이날 아고라 주제는 바로 장애인 당사자들도 낯설다고 말하는 장애인의 ‘여행’이었다. 지난 5년 동안 80%의 장애인이 여행을 해본 적이 없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굳이 참고하지 않아도 된다. 명절에 고향에 내려가는 것조차 힘들어 늘 이동권 투쟁을 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장애인에게 ‘여행’이 얼마나 험난한 고행일지는 뻔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깥에나 있지 왜 밖에 나와서 민폐를 끼치냐’는 식의 혐오 발언을 직접 듣는다는 것이었다.

이런 상식 이하의 사람들은 사실 어디에나 있다. 그런 발언을 한 사람은, 상대가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자신보다 약자라고 인식되는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젊은 여성이라거나, 성소수자라거나, 자신보다 낮은 지위에 있는 노동자라거나.

사람들의 시선을 견디고 맷집을 쌓아가면서 직접 부딪쳐서 스스로 노하우를 얻는다는 장애인들. 또한 천편일률적인, 가변성을 감안하지 않은 형식적인 정보 제공으로 피해를 보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애초에 정보 제공과 편의시설 마련이 제대로만 되어 있다면 장애인들이 굳이 ‘민폐’ 소리를 들어가며 서러움을 느낄 이유조차 없을 것이다.

이번 아고라의 분위기를 살피니 사실은 장애인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가장 큰데,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정서도 읽혔다.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여행을 반복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여행 스타일이 생긴다는 패널들의 중복된 발언에 ‘아직 취사선택할 만큼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는다’는 뉘앙스의 의견이 나오고 호응을 받은 것을 보면 그렇다. 그러나, 장애인의 여행에 관한 문제는 장애인의 이동권에 대한 문제와 연장선에 있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문제와도 결을 같이 하고, 편의시설 제공은 말하면 입 아프다. 장애인이 여행을 잘 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결국 장애인이 집 밖을 나와 자유롭게 외출하고, 편견 없는 인간관계를 맺거나 노동을 하고, 문화생활을 즐기는 ‘인간다운 삶’을 위해 필요한 것들과 다르지 않다. 장애인들이 여행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당연히 장애인들의 삶을 가로막는 문제들도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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