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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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 편집부
  • 승인 2017.07.21 10:03
  • 수정 2017-07-2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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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승준 / 한빛맹학교 수학교사
▲ 안승준 / 한빛맹학교 수학교사

가끔씩 만약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하곤 한다.

언제로 갈까? 어떤 모습으로 갈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떻게 다른 선택을 할 것인가로 이어지는 고민들은 결국 이루어질 수 없는 공상으로 끝날 것을 알지만 그 순간만큼은 제법 간절하기도 하고 꽤나 구체적일 때도 있다.

이따금씩 반복되는 나만의 상상은 살면서 남겨지는 크고 작은 아쉬움과 후회에 기인하는 듯하다.

언제 떠올려도 짠하게 떠오르는 첫사랑과의 이별도 이런저런 이유로 멀어진 인연들도 지금의 나를 만들어 온 순간순간의 성장조각들마저도 되돌리고 싶은 것투성이다.

오늘 본 영화의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로 과거로 돌아가는 알약을 얻게 된다. 보고 싶던 사람을 잠시 보고만 오겠다는 작은 호기심은 결국 후회와 자책들 속에서 과거를 손질하는 욕심으로 표현되고 만다.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힘을 모으면서 과거의 모양들은 어느 정도 원했던 만큼 고쳐갈 수 있었지만 그 바람에 내가 살고 있는 현재는 뒤죽박죽으로 변하게 된다. 당연한 것이었겠지만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는 것은 내가 살아온 과거의 힘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것이 비록 내 기억 속에서는 아픔이고 후회일지라도 그 모양 그 꼴들이 지금의 내 소중한 것들의 원인이기도 한 것이다. 그때 조금 더 공부를 했더라면 조금 더 많은 돈을 벌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 그 아이를 놓치지 않았더라면 난 일찍 장가를 가고 예쁜 아이들의 아빠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어쩌면이라는 가정들의 퍼즐들을 몇 번만 끼워 맞춘다면 난 멀쩡한 눈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돈도 사랑도 나의 눈마저도 지금 내가 가진 어떤 소중한 것이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조건이라면 난 쉽게 과거를 손대지 못할 것 같다.

삶의 의미는 순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긴 여정의 이야기 자체로 가치로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울음도 웃음도 얻은 것과 잃어버린 기회마저도 그때는 알지 못하지만 결국은 나를 이루기 위한 각각의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과거는 다만 조금 더 좋은 미래를 위한 배움이었다고 여겼으면 한다. 누구나 인정하는 훌륭한 유명인은 못 되었지만 또 다른 모양으로 부모님께 효도하면 되고 과거의 상대들에겐 미안하지만 난 조금 더 노련한 연애의 기술을 미래의 인연들에게 바치기 위해 실패를 거친 것이라고 여기기로 한다.

잘난 것도 못난 것도 또 다른 미래를 만드는 과정에 있기에 오늘도 후회보다는 반성을 하려고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수백 번 만약에가 내 안에서 춤을 추었지만 그것들은 다행히 공상이어서 지금의 내 무엇도 가져가지 못하였다.

후회도 많고 실패도 많은 것이 자연스런 삶이라고 생각한다. 오늘의 후회가 지금의 만약에가 망상과 한숨으로 끝나지 않고 조금 더 다듬어진 미래로 가는 에너지가 되도록 지금의 나를 좀 더 사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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