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세상이 바뀌었을까
상태바
정말 세상이 바뀌었을까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7.06.09 09:40
  • 수정 0000-00-0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이게 나라냐’라는 한탄에서 ‘이게 나라다’라는 감탄을 외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한 달 동안 도돌이표처럼 시민사회에서 울려 퍼졌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서 같은 목소리를 외치고 있다.
 기자는 최근 인천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진행된 인천자립생활네트워크의 중증장애인 참정권 보장 요구 기자회견을 취재했다. 기자로서 당연히 찾아가야 할 중요한 의미가 있기도 했지만, 사전투표 당일 투표장에서 들었던 사무원의 어떤 목소리가 떨쳐지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당시, 2층에 마련된 투표소에 들어서면서도 휠체어 장애인들이 올라올 수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승강기가 없었고, 매우 비좁고 동선이 매끄럽지 않게 조직된 투표소였기 때문이다.
 투표를 마치고 1층에 내려와 건물 밖으로 나올 때였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 들어서고 있었다. 그러자, 그를 본 사무원이 몹시 난처한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그 장애인에게 물었다. “거, 일어나서는 못 가시나?”
 어이가 없어서 차라리 웃음이 나왔다. 사무원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해놓고는 마치 예상하지 못한 난관에라도 부딪쳤다는 듯이 곤란하다는 추임새를 쉴 새 없이 넣으며 마치 ‘장애물’이라도 되는 양 수선을 떨었다. 그 장애인이 아니라, 나는 이 엉망진창인 시스템 속에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딱했다.
 그 장애인이 투표를 잘 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아마도 잘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이 유권자로서 투표 행사를 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새 정부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대책은커녕 장애인 참정권 문제제기에 대한 피드백은 없다. 시민들이  든 촛불로 사상초유의 대통령 탄핵과, 대통령 보궐선거가 실시됐고 그 과정을 통해 선출된 대통령과 정부라면 이번 선거과정에서 일어난 장애인 불법 동원 및 불법 선거, 참정권 미비 등에 대한 문제를 가장 먼저 심각하게 인식해야 하는 것 아닐까. 물론, 선관위는 헌법상 독립기관이기는 하지만 정부가 남의 일인 양, 손 놓고 있어서도 안 된다.
 어떤 사람들에겐 세상이 밝게 바뀌었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안개 속이다. 앞으로 장애인 참정권이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보장되는 세상이 오기를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