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위상강화의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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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위상강화의 전제 조건
  • 임우진 국장
  • 승인 2017.06.09 09:39
  • 수정 2017-06-09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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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정부 9년 동안 추락을 거듭하며 ‘식물기구’라는 오명까지 들어 온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상이 새 정부에서는 크게 강화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5일 인권위의 위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대통령 특별보고를 부활하고 정부 부처에 인권위 권고수용률도 높일 것을 지시했다. 권고수용률을 기관장 평가 등에 반영해 실효성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전 정부와 같은 인권 경시 및 침해를 적극적으로 바로잡고, 기본적 인권의 확인 및 실현이 관찰되는 국정운영을 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나 국가 차원의 인권보호 역할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에 공감하면서도, 과연 현재 인권위가 그럴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인권위의 위상을 강화하려면 정부의 의지와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인권위 스스로 반성과 전향적인 인식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인권위는 2001년 설립돼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사형제 폐지, 국가보안법 폐지, 공무원 및 공기업 채용 상한 연령 폐지 등에 대한 권고와 의견표명을 내놓는 성과를 보였다. 반면, 이명박 정권은 독립기구인 인권위를 대통령 직속으로 바꾸려는 시도와 함께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직제개정을 강행했다. 인권위가 정부부처와 국가기관에 내는 정책과 제도 개선 권고안에 대한 권고수용률을 보면, 노무현 정부 54.6%였던 것이 이명박 정부 35.1%, 박근혜 정부에서 29.6%로 떨어졌다. 인권위의 권고가 강제력이나 구속력이 없다고는 하나, 권고수용률이 낮은 데는 그만큼 인권위의 권위와 신뢰가 추락했음을 의미한다. 이는 인권위가 재벌권력이나 정권의 눈치 보기에 급급한 나머지 자초한 결과이다. 특히 인권 전문성이나 감수성이 없는 이들이 자리를 꿰차면서 인권위의 위상은 추락할 대로 추락했다.
 인권위의 독립성 훼손과 무자격 인권위원의 인선은 인권 후퇴를 초래한 근본 원인이 됐다. 지난 양대 정권이 자행한 숱한 인권침해에 눈을 감았을 뿐만 아니라, 인권정책과 제도 개선 권고에 침묵했다. 결국, 인권위는 2014년과 2015년 국가인권기구국제조정위원회(ICC)의 승인 소위원회로부터 세 차례 등급보류 결정을 받는 수모를 당했다. 인권위원과 직원 구성에서 다양성 보장이 미비하고 인권위원 임명절차의 투명성과 시민단체 등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독립적인 인권위원 인선절차를 제도화해야 하는 이유다. 인권위 독립은  인권위원 인선부터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국가권력으로부터 독립성이 보장돼야지만 국가기관이 저지른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시정하는 인권위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다. 인권위의 존립 근거를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아닌 헌법에 명시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인권위가 헌법기구가 되면 예산이나 조직구성 등에서 정부의 입김을 차단하고 보다 독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된다. 정권에 따라 인권위의 위상이 결정되고 인권 보호의 수준이 좌지우지된다면 이는 정상적인 인권기구라 할 수 없다. 결국 인권위 독립과 권고의 효력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며, 이는 개헌과 입법으로 해결돼야 할 문제다. 현행 1987년 헌법 체제는 장애인과 아동 등의 인권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점에서 개헌이 이뤄진다면 인권에 대한 포괄적인 틀을 새로 짜야 한다. 무엇보다, 인권위가 위상을 제고하려면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벗어나 더 전향적인 인식의 전환과 태도가 필요하다고 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지적에 귀 기울여야 한다. 인권위가 권력편이 아닌 약자편에 서서 소통하고 스스로 변화하려고 노력할 때 인권위의 위상은 자연히 강화될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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