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소통장애인의 말할 수 있는 권리확보 방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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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소통장애인의 말할 수 있는 권리확보 방안은?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7.06.09 09:35
  • 수정 2017-06-09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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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한뇌협)는 서울시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 설립을 위한 조례의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와 ‘보조기기지원센터’의 역할과 기능이 중복된다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한 정책 토론회가 지난 5월 30일 서울시의회 제2대회의실에서 열렸다.  
 
 
“말할 권리-표현자유 보장, 국가-지자체 차원 조치 필요”  
한뇌협, 서울시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 설치 추진···중앙정부 차원 제도화 요구 
 
 뇌병변장애인, 30년-40년간 의사소통권리 배제돼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차별금지법(장차법)과 장애인복지법, 장애인보조기기법 등에서 장애인들에게 필요한 보조기기를 적절하게 제공해야 한다는 법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특히 장차법에선 장애학생에게만 한정해 보완대체 의사소통 수단을 정당한 편의제공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서울시의 경우 보조기기 지원 조례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국내 법규는 ‘말할 수 있는 권리-표현의 자유’ 보장에 기초한 보완대체 의사소통 수단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날 ‘의사소통권리, 우리들의 잃어버린 30년’이란 제목의 발제를 맡은 서울시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김주현 회장은 “의사소통 지원에 대한 근거가 정확히 명시돼 있고 이를 지원하는 서비스 전달체계가 있는 시각, 청각, 발달장애인과 다르게 뇌성마비 등 뇌병변장애인들의 경우 신체장애와 함께 언어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30년-40년을 의사소통권리를 배제당한 채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성인뇌병변언어장애인의 경우 그 장애특성이 다양해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상담, 진단, 중재, 평가 등을 통해 개별적인 사례관리, 의사소통을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대인관계 및 문해교육, 자조모임 등의 내용으로 개별적인 장기 의사소통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
 성인뇌병변장애인들은 또한 재활치료바우처 이용 자격에서 제외돼 의사소통 지원에 필요한 언어, 작업치료 등의 전문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실질적으로 의사소통에 필요한 영역별 전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당사자가 직접 정보를 수집하고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에 일일이 찾아다녀야 한다. 
 김 소장은 “이런 상황에서 당사자의 개별 장애 특성·정보를 가지고 전문기관 및 인력을 연계해 효율적인 의사소통 지원을 위한 허브의 역할을 하는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의 설치·운영을 통해 AAC(보완대체의사소통기구) 자기주도학습 및 자조모임 등으로 실제 활용 가능한 의사소통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캐나다의 경우 캐나다 의사소통 지원 비영리단체인 CDAC(Communication Disablities Access for Canada)는 주정부 차원의 활동성과를 바탕으로 연방정부 차원의 ‘의사소통장애인의 지역사회 접근에 관한 법률’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 법안은 기타 신체적, 정신적 장애인과 별도로 ‘의사소통장애’를 규정하고 이를 권리에 기반한, 단순 의사소통 지원을 넘어 지역사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 확보와 사회적 편견, 차별 제거에 목적을 두고 있다.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는 이 캐나다 사례를 주목해 서울시부터 의사소통 권리에 대한 성과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중앙정부 차원의 ‘의사소통장애인의 권리확보를 위한 법률’ 제정까지 추진할 계획이며 그 씨앗으로 서울시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 제도화를 추진 중이다.
 김 소장은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 설치에 반대하는 입장은 보조기기센터의 기능과 유사하다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보조기기센터는 상담, 적용, 훈련 등을 통해 제한된 대상에 한정된 품목의 기기를 지원하는 수준에 머무른 상태로 사후관리 또한 당사자 권리 차원이 아니라 제공된 보조기기에 대한 에프터 서비스 수준에 불과할 것”임을 주장했다. 
 이어, “의사소통 권리지원에 대한 역할을 보조기기센터에 포함시킬 경우 의사소통에 특화된 전문서비스 제공도 어려울 뿐더러 권리에 기반하지 않은 기존의 공급자 중심의 기기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에 불과” 함을 주장했다. 
 한뇌협표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는 △의사소통 지원 관련 데이터베이스 구축 및 관련 기관 및 전문가와의 상시적인 네트워크 구축 △의사소통장애인과의 초기 상담을 통해 관련 정보 제공 및 의사소통 능력 평가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AAC 적용, 활용방법 등을 교육하고 사례관리(보조기기 지원, 문해교육, 대인관계 형성교육, 활동보조지원체계 구축 등) △개인별 지원계획(직업탐색, 문화활동 지원, 지역사회 지원 연계 등)의 수립 △보완대체의사소통(카드, 기기 등)의 총량 측정 등이다. 
 한뇌협은 이를 통해 뇌성마비 등 의사소통장애인 당사자들이 의사소통이 자신의 권리임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의사소통을 하게 됨으로써 자기 선택권 및 결정권의 주체로, 시민 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AAC, 지난해 전체 보조기기 대여 2% 불과   
서울시, 보조공학서비스센터 3개소 운영 중 
 
 보조공학서비스센터, 의사소통 지원에 한계
 이어진 토론에서 서울특별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김진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의 경우 장애인 장애유형에 맞는 보조기기를 제작, 대여, 수리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보조공학서비스센터(센터)를 강동, 노원, 강서 3개소에 운영 중이며 이곳에서 보완대체적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있으며 추가로 센터를 신설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보완대체적 의사소통은 장애인의 장애유형과 성장에 따른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며 AAC의 원활한 사용을 위해 본인은 물론 가족과 보호자 등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문적이고 지속적 지원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김 의원은 “센터의 경우 모든 장애유형에 대한 지원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AAC 제작과 전문적 교육 등의 지원에 한계가 있을 것”임을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6년도 센터 서비스 실적에 따르면 전체 보조기기 대여 6,100건 중 AAC는 131건으로 2%밖에 안 됐으며 ‘제작 및 개조’에서는 의사소통 지원이 전무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상황에서 장애인의 의사소통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의사소통 활성화를 위한 독자적인 지원체계가 마련돼야 하며 이를 위해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가 반드시 설치·운영돼야”함을 주장했다.
  
뇌병변장애인, 소득·고용·교육 등 
삶의 지표 전반에서 가장 취약
 
 뇌병변장애인 삶 취약원인, 의사소통 어려움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윤삼호 소장은 “지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 우리나라 15개 장애유형 중 뇌병변장애인은 30만8천명으로 지체장애인 다음으로 그 수가 많지만 소득, 고용, 교육 등 삶의 지표 전반에서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뇌병변장애인들은 15개 장애유형 중 ‘집밖 활동 불편’이 자폐에 이어 두 번째로 높게 나타났으며 ‘문화, 여가활동 불만족’은 첫 번째, ‘삶에 대한 불만족’도 간질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장애로 의한 추가비용’은 일상적 의료조치가 필요한 내부장애인을 제외하면 자폐, 안면장애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고 ‘취업률’과 ‘취업장애인 임금’, ‘월수입 50만원 미만’ 등 소득 추정 지표들이 하위권이었고 ‘결혼생활’, ‘대중교통 이용’, ‘보조기기 이용’ 등 다른 지표들에서도 뇌병변장애인들의 삶의 질은 취약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소장은 “이처럼 뇌병변장애인들의 삶이 취약한 원인은 신체적 장애뿐만 아니라 언어장애로 인한 의사소통의 어려움 때문”임을 지적하며 “뇌병변장애인들의 의사 및 표현의 자유를 증진시키기 위한 국가 및 지자체 차원의 조치가 필요” 함을 주장했다.
 
서울시, 2018년 서북보조기기센터 추가 설립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로 특화해 운영할 계획
 
 서울시, 독자적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 설립에 부정적
 서울시 장애인복지정책과 백일현 과장은 “서울시는 장애인보조기기법 및 장애인보조기기조례에 의거해 3곳의 보조기기센터를 운영 중이며 센터에서는 의사소통 보조기기 약 500점을 보유하고 기초수급자·차상위계층엔 무료로, 그 외 계층엔 구입가격에 감가삼각을 반영한 현재 금액의 10%의 임대료를 받고 대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백 과장은 “의사소통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은 뇌성마비 등 대부분이 중증장애인이다. 이들은 여러 보조기기를 동시에 이용해야 하므로 장애인이 기존 사용 중인 보조기기를 고려해 AAC를 추가해야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독자적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 설립에 부정적 입장을 표했다.
 한편 서울시는 2018년 서북보조기기센터를 추가 설립해 의사소통권리지원센터로 특화해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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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의사소통 권리보장의 법적 근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조(정의)에서 ‘의사소통은 언어, 텍스트의 표시, 점자, 촉각을 통한 의사소통, 대형 인쇄, 접근 가능한 정보와 의사소통 기술을 포함한 서면 음성 쉬운 언어 낭독인 확장적이고 대안적 방식, 수단 및 형식의 의사소통뿐만 아니라 접근 가능한 멀티미디어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의사소통은 구화, 수화, 점자, 보조기기를 통한 의사소통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지는 쌍방향 행위로 상당히 포괄적인 개념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장애인의 의사소통 권리를 보장한 법령으로는 ‘장애인차별금지법’과 ‘장애인복지법’, ‘의료급여법’, ‘장애인보조기기법’ 등이 시행 중이다.
 장차법 제14조(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서 교육기관은 장애로 인한 학습 참여의 불이익을 해소하기 위한 확대 독서기, 보청기기, 높낮이 조절용 책상, 각종 보완·대체 의사소통 도구 등의 대여 및 보조견의 배치나 휠체어의 접근을 위한 여유 공간을 확보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동법 제21조(정보통신·의사소통 등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에선 공공기관 등은 자신이 주최 또는 주관하는 행사에서 장애인의 참여 및 의사소통을 위하여 필요한 한국수어 통역사·문자통역사·음성통역자·보청기기 등 필요한 지원을 의무화했다.
 동법 제23조(정보접근ㆍ의사소통에서의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에서 국가 및 지자체는 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한 정보통신망 및 정보통신기기의 접근·이용을 위한 도구의 개발·보급 및 필요한 지원을 강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6장 장애인보조기구에서 보조기기 교부사업 28개 품목 중에 ‘대화용 장치’ 등 7개 품목이 의사소통 관련 보조기기다.
 의료급여법 제13조(장애인 등에 대한 특례)에서 시장·군수·구청장은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등록한 장애인인 수급권자에게 보장구에 대해 급여를 실시할 수 있다는 규정에 의한 장애인 보장구 63개 품목 중 보청기 등 6개 품목은 의사소통 보장구다.
 장애인보조기기법 제3조(정의)에서 ‘보조기기’란 장애인 등의 신체적·정신적 기능을 향상·보완하고 일상 활동의 편의를 돕기 위하여 사용하는 각종 기계·기구·장비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법 시행규칙 제2조(보조기기의 종류)에선 13개의 보조기기 종류 중에 ‘의사소통 및 정보전달용 보조기기’가 포함돼 AAC 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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