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장애인보장구 이용피해, 구제는 어떻게?
상태바
늘어나는 장애인보장구 이용피해, 구제는 어떻게?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7.05.26 10:23
  • 수정 2017-05-26 10:2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가 장애인의 이동편의를 위해 장애인보장구 지원책을 펼치며 그 이용자들이 빠르게 늘어가고 있지만 열악한 보행환경과 제도미흡, 인식부족 등으로 인해 보장구에 대한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18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전동보장구 이용자 피해 현황과 구제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관련법 개정해 피해구제 강화하고 분쟁조정기구 법제화해야
 
 장애인보장구 이용피해 사례
 중증장애인 유준승(뇌병변 2급) 씨는 지난 2013년 11월 B업체로부터 고장난 s스쿠터의 수리가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비슷한 모델로 중고 제품을 구해달라 요청했다. 
 구청에서 받은 지원금 206만원을 B업체에 선입금했지만, 며칠이 지나도록 스쿠터를 받지 못한 유 씨는 B업체를 찾아갔다. 그곳에서 다른 판매원으로부터 ㄴ스쿠터보다 비싼 ㄱ스쿠터를 제안받고 중계수수료 20만원과 추가금 80만원을 요구받았다. 
 당장 스쿠터가 급한 유 씨는 울며 겨자 먹기로 ㄱ스쿠터 구매에 응했으며, 차액은 추후에 입금하기로 했다. 하지만 B업체는 2014년 7월 판매대금의 일부를 갚지 않았다는 이유로 유 씨의 스쿠터를 훔쳐가고 이를 항의하러 온 유 씨를 폭행하기도 했다. 
 이에 유 씨는 2015년 B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유 씨는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의 도움을 받아 항소했다. 2017년 1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심에서 B업체에 스쿠터 구입 대금을 포함한 손해배상 등으로 721만3124원을 유 씨에게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게 됐다. 
 하지만 B업체는 곧바로 상고했으며,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사건을 맡은 김도희 서울사회복지공익법센터 변호사는 “상고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특별히 운이 나쁜 이용자와 특별히 인정머리 없는 업체의 ‘매우 특별한’ 사건이 아니다.”고 꼬집으며, “정보 접근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보장구 판매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많은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동보장구 이용 장애인
보장구 정보습득에 어려움
 
 
 전동보장구 이용실태와 피해현황
 이번 소송을 지원했던 서울시사회복지공익법센터는 장애인보장구의 구입부터 유통, 수리, 사고처리, 보상, 관리감독에 이르기까지 2017년 4월 14일부터 20일까지 전동보장구를 이용하는 장애인 202명을 대상으로 이용실태와 피해현황을 조사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먼저, 이용자들이 보장구에 대해 접할 수 있는 정보 및 접근경로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실태조사 상으로도 전동보장구 구매에 있어 4명 중에 3명은 판매나 수리업체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 이외에는 절반 가까이 지인을 통해 접하고 있어 객관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체계가 부족한 것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 
 한편, 수리에 불만족한 경우 아무조치를 취하지 않은 경우가 60%로 가장 높게 나타났는데, 이 역시 구매한 업체(47.4%) 및 서비스기관(44.5%) 이외에 수리할 수 있는 기관에 대한 선택할 수 있는 폭이 좁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김도희 변호사는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 의거한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전동휠체어는 38종, 전동스쿠터는 44종만이 의료급여 혹은 건강보험급여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며, “전동보장구는 기본적으로 매우 고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으로서는 정부의 지원이 없이 이용하기 힘들다. 보장구는 장애의 유형과 개인의 특성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적합한 종류와 모델이 많으면 많을수록 선택의 폭이 넓어 이용자에게 유리하다. 그런데 지원받을 수 있는 전동보장구를 한정시키는 것은 이 중에 본인에게 적당한 모델이 없거나, 지원되지 않는 모델 중에 본인에게 잘 맞는 모델이 있어도 결국 3-40가지 중에 하나를 무조건 선택하기를 간접적으로 강요하게 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터무니없이 비싼 전동보장구 수리비용
 
 김도희 변호사는 “이번 실태조사에서도 가장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이 비용의 문제이다. 전동보장구의 수리는 90% 이상이 구매업체나 수리업체에서 이루어졌는데, 서비스에 만족하는 비율은 32%에 그쳤고, 가장 큰 원인이 비싼 비용에 있다.”고 밝혔다. 
 유 씨의 경우에도 수리비용이 120만원~158만원까지 100만원을 훌쩍 상회했는데, ‘전면부 커버파손 45만원, 후면부 커버파손 38만원, 컨트롤박스 교환 35만원 등 구체성을 결여해 세부사항을 알기 어려웠다. 보험처리를 받지 못하면 이용자 개인으로서 감당하기란 매우 어려운 금액이다. 
 뿐만 아니라, 그간 피고는 원고가 보험사 등으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사정이 생기면 근거서류인 견적서를 발급해 준다는 명목으로 1장짜리 간이견적서 작성비용으로 무려 15만원~40만원이나 받아 챙긴 정황이 발견되기도 했다. 
 
지자체의 보조기기업체 관리감독 미흡
 
 아울러 김도희 변호사는 보조기기업체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이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김도희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구청 장애인보장구 담당자와 통화를 해보았다. B업체가 해당구청의 지정업체가 맞는지, 다른 민원이 들어온 적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담당자는 민원이 있으며, 내용은 주로 불친절하다, 비용을 많이 받는다, 거리가 멀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담당자는, 지정업체는 매년 공개적으로 모집공고 업체에서 입찰하면 심사를 하는데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대부분 선정하는 구조라고 밝혔다. 
 B업체의 경우 4년째 지정업체로 선정됐는데, 2015년에는 민원으로 인해 몇 달 간 지정업체 계약을 중단한 적이 있고 보조금 환수조치까지 했던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우 공교롭게도 실제 소송과정에서 위 내용에 관하여 사실조회 신청을 하였을 때에는 전혀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민원이 제기된 적이 없다고 했으며, 계약을 중단했던 사실도 누락되어 있었다. 
 실태조사 역시 시 구청의 보조기기 업체에 대한 관리감독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79.7%). 다만 구청으로 보장구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경우는 17.9%로 크지 않고 담당 공무원의 응대에 대해서도 불만족(20.0%)이 만족(5.7%)보다 4배 가까이 높게 나타남에 따라 지자체의 민원 응대 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적 커뮤니티 형성해 정보 공유해야
 
 김도희 변호사는 보장구에 대한 정보 및 접근경로가 제한적이라는 문제에 관해 크게 두 가지로 접근했다.
 하나는, 객관적이고 폭넓은 정보제공 전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장애인보조기기법’ 제9조에 국가 차원에서 보조기기를 안전하고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근거를 두었다. 또한 제14조에 따라 지역보조기기센터에서 보조기기 전시 체험장을 운영하고, 정보제공 및 교육과 홍보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이용자들 중심의 정보교류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피해 및 사고 경험이 축적된 구성원들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발전적 방안이 제시될 수 있다. 예컨대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위한 앱을 제작하여 지하철 내 급속 충전기 설치장소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단기간 내에도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뿐만 아니라 보조기기업체에 대한 중개 및 모니터링 주체로서의 역할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도희 변호사는 전동보장구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한 방안으로 장기적으로 개별 예산제를 통한 맞춤형 예산 지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애인보조기기법 보완해야 
 
 윤삼호 한국장애인인권포럼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장애인보조기기법의 보완 방향을 제시했다. 
 윤 소장은 “ ‘장애인보조기기법’은 애초부터 인권법 요소를 배제하고 서비스지원법 중심으로 조항을 기재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하지만 오늘 이 토론회가 증명하다시피 최근 보조기기 구매 및 사용과 관련된 피해사례가 보고되고 있는 마당에 이용자인 장애인, 노인 등의 피해 구제를 위한 보안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보조기기 관련 제재는 ‘장애인복지법’ 제86조에서 ‘의지·보조기 기사를 두지 아니하고 의지·보조기제조업을 한 자’와 제조업 ‘폐쇄 명령을 받은 후 6개월이 지나지 아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제조업을 한 자’에게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규정이 전부다. 따라서 보조기기 이용자에 대한 기망행위, 강매행위, 필요한 정보제공 의무 위반행위, 고의적인 대여·수리·사후관리 해태행위 등에 대해서도 업체 지정 취소, 민형사상 책임 같은 처벌규정을 두어 서비스 제공자에게는 경각심을 심어주고 이용자가 더 많은 권익을 보장받는 법률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이 같은 처벌 규정을 제조업체뿐 아니라 유통업체에도 적용되도록 하여야 한다고 밝혔다. 보조기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는 법률이나 정책에 따라 자치단체로부터 보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부여된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이 같은 처벌을 통해 이용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 
 
보조기기 관련 분쟁조정 담당기구 법제화해야 
 
 윤 소장은 “보조기기 관련 분쟁을 조정하고, 장단기 정책을 논의하고, 모니터링을 수행하는 조정기구(가령, ‘장애인보조기기위원회’)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윤 소장에 따르면, 이 기구는 성격상 국무총리 산하에 설치되어야 하고, 보건복지부장관, 고용노동부장관, 국토해양부장관, 행정안전부장관,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지식경제부장관 등 정부부처의 장, 장애인단체 대표,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의체 기구여야 한다. 
 또한, 이 기구가 설치되면 위에서 언급한 부처별 혼란과 중복을 조정하고,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의 분쟁을 중재하고, 보조기구 정책의 선진화를 앞당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기구는 장애어린이, 장애학생, 장애노동자, 장애노인 등 장애특성에 맞게 생애주기별로 보조기기를 제공하기 위한 장기계획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