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산업혁명, 장애인복지의 대변혁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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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차 산업혁명, 장애인복지의 대변혁을 말하다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7.05.11 09:26
  • 수정 2017-05-1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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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에게 눈앞의 사물을 설명해주는 안경, 운전자석이 없는 완전 자율주행자동차, 뇌파로 움직이는 휠체어. 사람, 사물, 운송수단, 도시 등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합해 혁신적 변화가 나타나는 4차 산업혁명이 오면 우리 눈앞에 펼쳐질 현실이다. 

 이러한 기술의 변화는 신체적인 제약을 뛰어넘어 장애인의 활발한 사회진출의 발판이 될지도 모른다는 긍정적인 시선과 신체장애인에 대해서만 국한된 기술 이용으로 정신, 발달장애인이 더욱 소외돼 장애인간 격차가 심화되는 등 다양한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한국장애인재활협회는 지난 4월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제4차 산업혁명, 장애인복지의 대변혁을 말하다’ 세미나를 열고 제4차 산업혁명의 도래 이후 변화하는 장애인복지의 방향을 모색했다.  
 
기술개발 앞서 정신장애인 자율성-자아정체감 지켜주는 가이드라인 제시해야

 4차 산업혁명 장애인복지 키워드
 IGM 세계경영연구원 김성훈 교수는 장애인의 삶을 바꾸는 4차 산업혁명 기술에 대해 크게 시각 보완, 청각장애, 언어장애인의 소통강화, 이동 편의성, 뇌파를 활용해 신체 움직임을 컨트롤 등을 제시했다. 
 이어 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장애인 삶에 극적인 영향을 미치고 상상을 초월하는 발명품과 기술 개발을 이끌어 낼 것"이라며 "장애인들이 일상생활과 업무, 스포츠 등을 더 잘 할 수 있게 하고 기술이 장애를 극복하게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 시각장애인이 계산대 앞에서 지폐를 눈앞에 드리민다. 이내 그가 착용한 스마트 안경에서 지폐를 식별해 음성으로 알려준다.
 미국 펜실베니아 스타트업 기업인 ‘써드아이(thirdeye)’에서 개발한 이 안경은, 착용하고 사물을 찍으면 음성으로 사물에 대한 정보를 말해준다. 또한, 써드아이는 모바일 앱으로도 이용할 수 있어 사용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입모양만 보고 분석해 판독한 후 자막으로 알려주는 동시통역 기능을 가진 기계가 상용화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수화를 모르는 사람이어도 수화를 하는 사람의 손에 찬 밴드로 수화 통역이 가능하다.
 
 
 칠레의 한 로봇회사에서는 얼굴 표정과 뇌파만으로 움직이는 휠체어를 개발했다. 움직일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얼굴 표정과 생각으로 운전이 가능한 저가 휠체어를 개발, 뇌파 모니터와 헬멧을 쓴 상태에서 눈을 깜박이거나 머리를 젖히는 등의 제스처를 취해 조정한다. 곧, 뇌파만으로 조정이 가능한 휠체어를 개발할 예정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관련해서, 각 좌석에 센서를 부착해 빈 좌석에서 진동을 통해 인지할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을 돕거나, 무인 자율주행 자동차로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등이 사용할 수 있다. 섬세하게는 각 좌석에 센서를 부착해 진동을 통해 빈 좌석을 인지할 수 있게 했다. 리모컨 버튼 하나로 현재 위치한 장소까지 자동차를 호출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 로컬 모터스에서 운전석이 없는 완전무인자율자동차를 개발했으며, 오는 2018년부터 미국 내에서 서비스를 펼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모든 도로에서 사용가능한 것은 아니고 특정 센서를 삽입한 도로에서만 사용 가능하게 된다. 
 이밖에도 루게릭병 환자와 의사소통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미국 스탠포드 대학 신경공학 내과 의사 폴 누유주키안(Paul Nuyujukian)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에 마이크로 칩을 심어 뇌파만으로 태블릿 작동뿐만 아니라 구글 검색까지도 가능해지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치매 치료를 돕는 로봇 고양이 조이(Joy)가 미국 하스브로(Hasbro)에서 개발됐다. 머리를 쓰다듬으면 눈을 감고, 등을 쓰다듬으면 배를 보이는 등 생김새나 행동이 실제 고양이와 매우 유사하다. 이 고양이는 치매 노인에게 정서적 유대감을 제공해 치매 치료를 돕는다.  
 
정신·발달장애인 일자리 소외 가능성 
정책방법론적 변화가 먼저 이뤄져야 
 
 대구대학교 재활과학대학 직업재활학과 나운환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 이후에도 장애인의 일자리는 크게 변동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나 교수는 신체 내외부 장애인에 비해 4차 산업혁명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정신 발달장애인들이 주류 시장에서 밀려나 소외받을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했다.  
 나 교수는 “장애인일자리는 주류 노동시장보다 변화가 느리며 일자리 감소보다는 직무 자체의 변화가 예상된다. 또한, 이중노동시장 구조가 가속화되면서 신체 내 외부장애인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정신 발달장애인은 격차가 벌어져 또 다른 장벽에 처할 것이며, 이들의 사회 참여가 더욱 낮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애인일자리는 2차, 3차 산업과 마찬가지로 산업화의 변화에 특별한 영향이 없다는 게 나 교수의 주장이다. 기술 발전에 따라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직종이 발달장애인이나 정신장애인에게는 더 큰 차별이 돼 이중시장구조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 
 나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일자리 대응에 대해 기술 방법 정책이 한꺼번에 변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일자리를 위한 빅데이터를 구축, 공유해야 하며, 각 장애유형별 역량 개발과 교육 선제적 투자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화하는 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지려면 현장 직무 중심의 교육과 이중노동시장 구조집단에 대한 차별화된 정책을 구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면 없는 장애인의 신체적 고립 우려
 
 김원영 국가인권위원회 조사관은 로봇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돌봄 시스템 등은 분명 장점이 있지만, 장애인 인권측면에서  그 이면을 성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로봇과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돌봄 시스템은 활동보조인이나 가족의 24시간 도움 없이도 중증장애인이 혼자 생활할 수 있어 인권침해와 학대로부터 자유롭고 화재가 발생하는 등 응급상황에서도 즉각적인 개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로봇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일어나는 여러 감정적인 갈등과 불화에서 자유롭다. 로봇은 날씨와 개인사정, 신체상태, 돌봄을 받는 존재와의 관계에 따라 돌봄 내용과 방법을 바꾸지 않는다. 로봇은 언제나 비슷한 정도로 합리적인 돌봄을 제공할 것이다. 나아가, 장애인이나 노인들은 로봇에게 용변처리나 목욕 등의 도움을 받을 때, 인간에게 받을 때에 비해 수치심을 느낄 일이 적을 것이다.
 하지만, 신체적 대면 상호작용이 줄어들어 다른 사회 구성원과의 대면 상호작용으로부터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 
 김 조사관은 원격교육, 원격의료, 원격근로가 일반화될 때 장애인들은 사회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폭넓게 가질 수도 있지만, 정작 장애인들이 자신의 ‘몸’으로 대면 상호작용에 참여하는 빈도는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돌봄의 제공이 인간에서 인공지능 로봇-사물인터넷으로 이전되는 변화와 더불어 대면 상호작용으로부터의 소외라는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활동보조인을 포함한 돌봄노동 종사자들은, 장애인들이 가족 이외에 거의 처음으로 대면 상호작용을 깊이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때로 갈등하고 반목하지만 끈끈한 우정으로 이어지기도 하는 인간감정의 복잡한 교류가 돌봄 노동자와 장애인 사이에서 일어난다. 사회 참여가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유일하거나 혹은 중요한 관계의 한 형식인 것이다. 
 김 조사관은 “아무리 디지털 된 자아로 의사소통을 많이 하더라도 홀로 대면 상호작용으로부터 소외된 채 살아간다면 과거 거주시설에서만 살던 당시 장애인들의 삶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정신·발달장애인 자기결정권 제약 
 
 김 조사관은 장애인의 안전과 돌봄을 위해 미세한 상황까지 모두 사물인터넷을 통해 정보화하고 제약해 정신장애인과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조사관은 “정신적 장애인의 경우 사생활과 자율성이 크게 제약될 수 있다.”며, “신체 내외부 장애인은 자신이 화재의 위험 등을 감수하더라도 해당 정보의 전송을 의도적으로 차단하거나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을 수 있지만, 정신적장애인은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으려 하거나, 성과 관련된 활동을 하거나 할 때 방지하고 통제하려는 부모나 사회의 압력이 인공지능 돌봄 서비스를 수단으로 삼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김 조사관은 정신장애인의 치료, 의사소통, 사회적 상호작용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만드는 것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아마존을 비롯한 기업들이 하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내보내는 일과 유사하다. 인공지능을 통해 사물인터넷으로 일종의 인지행동치료가 시행되는 것인데, 정신장애인의 증상과 행동패턴을 파악해 밤 시간대에 해당 장애인이 외출을 시도하면 그가 좋아하는 매력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송출되게 하고 단 음식을 먹으면 미세하게 내부 습도를 조절해 유쾌한 느낌을 없애도록 할 수 있다. 
 정신적 장애인이 아니라면 자신의 행위를 교정하기 위해 이러한 ‘인지행동치료 시스템’을 이용하기로 선택할 자유를 가질 수 있지만, 정신장애인은 이 사실을 알지 못하고 위와 같은 시스템 하에서 ‘행동교정’이나 행위에 대한 ‘감시’에 노출될 수 있다. 이미 자폐인들의 의사소통을 돕는 어플리케이션 등이 개발되고 있다.
 김 조사관은 “이것이 현재와 같은 ‘지원’ 수준에서 ‘통제’로 넘어가는 경계가 모호하다.”며, “우리는 기술개발을 촉진하면서도 정신적 장애인의 자율성, 인격의 고유성, 자아정체감 등을 지켜주는 정교한 가이드라인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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