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라
상태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하라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7.03.13 09:50
  • 수정 2017-03-13 09: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월 15일, 박경석 광화문공동행동 공동대표는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 건물 외벽에 빨간색 스프레이로 ‘나 박경석, 개가 아니라 인간이다’는 문구를 썼다. 이는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마지막 장면과 같다.

 영화에서 다니엘 블레이크는 40여년을 목수로 살아왔다. 그러던 중 지병인 심장병이 악화돼 일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친다.
 주치의의 만류로 일을 쉬게 된 다니엘은 나라에서 지급하는 의료수당을 받기 위해 관공서를 찾아간다. 의료수당을 받기 위해 찾아갔지만, 의료 담당자는 다니엘의 건강을 고려하지 않은, 형식적인 질문만 늘어놓는다. 며칠 뒤 다니엘은 심사에서 탈락했다는 소식을 받는다.
 당장 생계를 위해 다니엘은 일해야 한다. 하지만 여러 번 쇼크로 쓰러진 그를 주치의는 말린다. 다니엘이 할 수 있는 일은 심사 결과에 항소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다니엘은 직접 구직센터를 찾아가지만, 그곳에서도 형식적인 절차만 기계적으로 읊어줄 뿐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는다.
 결국, 의료수당이 아닌 실업수당을 신청하게 된 다니엘은 굴욕적인 현실을 맛보게 된다. 당연한 권리를 받기 위해 구직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자신의 가난을 ‘증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빌어야 했다.
 다니엘은 특별한 무언가를 바라는 게 아니다. 단지 사람답게 살고 싶을 뿐이었다. 평생 올곧게 살아온 그였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그를 반겨주는 곳은 없었다.
 영화는 영국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이 이야기는 비단 영국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지난 3일, 광화문공동행동은 사회보장위원회가 위치한 충무로 국민연금공단 건물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한 참석자는 지병으로 일할 수 없어 동사무소에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신청을 했지만 오랜 심사 기간 끝에 형의 소득을 이유로 수급자에서 탈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가족의 소득을 이유로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도록 내버려두는 악법을 없애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를 터뜨렸다.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복지를 구걸해야 하는, 형식적이고 효율성에 가려진 복지 시스템에 대해 많은 이들이 울분을 토했다. 
 오히려 국가는 경제력을 상실한 사회 취약계층을 게으름뱅이, 사기꾼, 패배자로 호도하고 이들의 요구사항을 듣지 않은 채 부정수급자 색출에 혈안 돼 있다.
 지난 10일 현직 대통령의 탄핵이 결정됐다. 봄이 오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게 될 것이다. 많은 대선 후보들의 입을 통해 ‘부양의무제?장애등급제 폐지’ 공약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반가운 일이다. 부디 공허한 약속이 되지 않길 바라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