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 맡겨진 사회서비스, 이대로 좋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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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 맡겨진 사회서비스, 이대로 좋은가?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7.03.13 09:36
  • 수정 2017-03-13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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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간중심으로 무분별하게 팽창한 사회서비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적 규제를 강화하고, 지자체 중심의 공공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사회서비스시장화저지공동대책위원회와 윤소하 정의당 의원실은 지난 2월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사회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토론회’를 열고 사회서비스 전달체계를 공적으로 재편하는 방안과 제도화 가능성을 논의했다.  

 
 
사회서비스 전체 5%만이 국 공립 운영 
민간시설간 과당경쟁과 열악한 노동환경…서비스품질 저하로 이어져
 
 보육 노인장기요양 장애인활동보조와 같은 사회서비스는 민간위탁을 통해 지난 2000년대 이후 급격히 몸집을 키워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사회서비스시설에서 국 공립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은 약 5%뿐이다. 나머지는 법인 혹은 개인이 운영하는 시설로 대부분의 개인시설은 최소한의 관리 시스템도 구비하고 있지 않다. 
 이렇듯 오랜 기간 민간 위주로 규제 없이 운영된 탓에 사회서비스가 가져야 할 공공성은  뒤로 밀려난 채 민간시설의 과당경쟁과 서비스 종사자의 열악한 처우와 불안한 고용환경은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돼 왔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은 “현재 사회서비스 사업에 투입되는 인력과 예산은 많은데 산출이라고 할 수 있는 서비스 수준은 떨어지는 상황”이며, “수혜자의 생활과 안전에 밀접하게 연관되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와 노인장기요양보호서비스의 경우 정부의 인증제 도입 이후 사실상 민간위탁으로 방치하다 보니 서비스 공급자나 이용자 모두 불만족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통계상으로도 정부가 직접 운영하는 사회서비스 기관에 비해 민간기관의 서비스 질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2015년 2월 기준 어린이집 평가 인증비율이 국 공립은 93.2%인데 비해 민간어린이집은 76.4%, 가정어린이집은 74.3%였다. 또한, 장기요양시설의 경우도 대기자가 많은 상위 24개 시설 중 20개 시설이 지자체 혹은 공공기관이 건립한 장기요양기관이다. 
 
 민간시설의 불법 부당행위 만연과 낮은 투명성 
 김 연구실장은 민간이 운영하는 사회서비스기관에서 다양한 방식의 편법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부당청구로 부당이익을 챙기는 불법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2015년 상반기 공익신고로 접수된 부당적발 현황만 보더라도, 신고가 접수된 128개 장기요양기관에 대한 현지조사 결과 부당기관으로 적발된 건수는 110개소인 85.9%이며, 적발금액은 총 65억5천만 원이다. 민간 장기요양기관들의 부당불법행위가 만연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처벌은 매우 미약한 수준이다. 
 
 서비스 종사자의 열악한 노동환경
 현재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민간산업 부문의 하청구조’와 유사해 활동지원 인력의 처우가 떨어진다. 활동지원 급여를 결제하는 현재의 활동지원서비스의 바우처제도는 일정한 자격을 갖춘 자가 정부로부터 급여를 지급받아 지자체가 정한 서비스제공기관과 계약을 맺고 있는 형태로 각 중개기관은 활동보조인에게 수수료를 제외한 시간당 6,800원 정도의 기본급을 주고, 차액으로는 추가 수당을 지급하는 방식(포괄임금제)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있다.
 이는 국가가 지급하는 ‘수가’ 안에서 활동보조인의 기본시급, 각종 수당, 퇴직금, 기관의 운영비 등이 모두 해결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활동보조수가 이외의 수입원이 없는 중개기관은 활동보조인의 노동시간을 제한해 수당을 최대한 줄이게 된다.
 활동보조인은 법에 허용된 근무시간을 채워도 월 소득은 130만원 남짓이고, 이마저도 세금을 제하고 나면 120만 원대로 떨어진다. 낮은 임금과 함께 만성적인 고용 불안은 잦은 이직의 원인이 된다. 이는 필연적으로 서비스 질 하락에도 일조한다. 
 
 바우처제도의 근본적인 폐해
 사회서비스가 바우처방식, 즉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되면서 공급자의 위험관리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보니 공급자들이 자구책을 강조하는 관점에서 결국 수요자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결과가 야기되고 있다.
 바우처제도는 본래 민간사업자의 경쟁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이용자의 선택권을 높이겠다는 목적을 지녔지만, 악용돼 민간기관의 이윤 극대화를 위한 편법 운영과 서비스 종사자의 노동력 착취만 발생했다. 
 김 연구실장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보건복지부는 사회서비스 사업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감시하기 위한 기제로서 바우처제도를 악용하면서도, 그 책임을 회피한 채 활동보조인과 활동지원기관, 그리고 이용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연구실장은 “바우처제도가 활동지원서비스 도입 이후 서비스 확대라는 목적을 충분히 달성한 이상 이제는 바우처제도를 폐기하고, 서비스의 원래 도입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적 운영체계로 설립운영되는 기관 늘려야
 
 중앙정부 재정부담 강화, 운영비와 인건비 분리
 김 연구실장은 사회서비스 체계를 공공화하는 방안으로 민간시설의 공적 규제를 강화하고 공공 운영체계로 설립 운영되는 기관이 대폭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먼저 김 연구실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지방정부의 재정분담 비율이 과도하다.”며, “이는 실제 공공인프라 확충에 소요되는 비용 중 일부를 지자체가 부담하게 하면서 공공인프라 확대에 큰 걸림돌”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바우처를 폐지하고 개별 사회적 돌봄서비스 예산을 운영비와 인건비로 분리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재정 지원을 운영비와 인건비로 분리해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에게 안정적인 임금을 지급하는 방안으로 김 연구실장은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경우 현재는 활동보조수가에 활동보조인의 인건비와 중개기관의 운영비를 합쳐서 지급하고 있지만, 향후 수수료를 제외한 바우처 단가 전액을 활동보조인의 기본급으로 하고, 연차수당을 포함한 나머지 수당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 물론 한정된 예산으로는 대상, 시간 확대의 문제와 서비스 단가 인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므로 예산 확보가 수반되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공적 사회서비스 운영체계가 전체 서비스질 향상
 김 연구실장은 “민간 복지법인이나 개인사업자들이 자체 재원을 들여 충분한 종사자의 수를 확보하고 이들의 근무환경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사회적 돌봄서비스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도록 할 정도로 모범이 될 수 있는 공적인 사회서비스 운영체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영하고 있는 서울요양원의 경우 여기에 입소하려는 신청자가 넘쳐났고, 상대적으로 서비스의 질도 우수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김 연구실장은 “공단의 직영 요양원에 대해 공공 요양기관을 통해 적정수가를 개발한다는 것 자체가 결국은 이익을 목적으로 한 민간시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며, “이는 전반적인 서비스 질 수준의 향상으로 이어져 공적 운영체계의 효과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자체 사회서비스 표준모델 마련  
 김 연구실장은 ‘지자체 운영모델’을 제안했다. 이는 사회서비스를 지방자치단체 내부 직영화 하는 방안으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을 무기계약직(공무원)으로 전환해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방안이다. 
 활동지원서비스와 같이 공공재적 속성이 강하고 시장규모가 크지 않아 정부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에 더욱 필요하지만, 지자체 직영은 공무원을 늘리는 데 대한 사회적인 반발 등의 우려가 있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공공기관을 근본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이어 “사회서비스의 공적 운영체계 전환 과제를 국가나 국회 차원의 과제로만 둔다면 의미 있는 진전이 불가능하다.”며, “지자체를 통한 모범사례를 만들고 확대하는 과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존 민간단체 등 사회적 반발 대응 마련해야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민간기관과의 충돌이 발생할 것을 예측해 관련 기관과의 협상과 협조방안을 염두에 둬야 한다. 민간기관을 지원하는 공적 지원체계 보완 등을 통해 직영기관 비율 상향과 관련된 정치적 목소리에 대응책을 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고 염려했다. 
 또한, 윤자영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정 기준에 미달하는 시설을 퇴출하고 국공립 직영시설을 30% 이상으로 확대하면 표준운영 모델 확산을 통한 시장질서 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동의했으나, “민간위탁 방식으로 시장화 돼 있는 기존 사업자들의 저항에 어떻게 대처할지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민간위탁 방식으로 시장화 되어 있는 기존 사업자들의 저항과 이들을 공공기관이라는 체계 안으로 포섭할 것인가, 그래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에 위탁운영하고 있는 국공립시설을 직영으로 전환해 공단에 종속시키는 방식으로 공적 조직화하는 것인데, 이미 정부가 재정만 지원할 뿐이며 개인사업체인 보육이나 장기요양, 바우처사업 수행업체들을 어떻게 통합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인주 서울시복지재단 연구위원은 “서울시는 서비스 표준운영 모델을 만드는 공적 노력으로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의 연구형 어린이집운영, 서울시복지재단의 서울시 공공 장기요양(방문요양)시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민간업자의 경영난 민원에 대한 대응 전략으로 추가 지원금 없이 수가로만 운영되는 적정 모델을 제시하고 공공에서 경영 컨설팅을 지원해 줌으로서 공공직영기관 설립 비율을 높이는 정책으로 인한 갈등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김 연구실장은 “민간중심 공급구조가 고착화한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공급체계를 개편하는 것은 복잡한 정치적 과정일 수밖에 없다.”며 “중장기적 계획과 방향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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