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장애인권리협약 1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
상태바
UN 장애인권리협약 1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6.11.04 11:08
  • 수정 2016-11-04 11: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의 사법 접근권 강화방안
 

유엔은 신체장애와 정신장애 등을 포함한 모든 유형의 장애인들의 권리와 존엄을 보장하기 위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지난 2006년 12월 13일 제정했다. 이와 관련 장애인법연구회와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는 지난 10월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사법접근권, 법 앞의 평등’을 주제로 한 UN 장애인권리협약 1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를 공동 주최하고 장애인의 사법 접근권 강화방안 등을 모색했다.

장애인 사법접근권 보장···소송법 개정해야

법원-수사기관의 법적 절차과정 조력받을 권리 고지의무 확대 필요

민·형사소송법 진술조력인 심신미약자-농아인만으로 한정…확대해야

◾사법절차에서의 장애인권리 강화

국제연합(UN)은 지난 2006년 12월 13일 제61차 총회에서 회원국 만장일치로 장애인권리협약(CRPD;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을 제정했고 대한민국은 지난 2008년 12월 11일 협약을 비준해 2009년 1월 10일부터 발효에 들어갔다.

지난 2007년 4월 10일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돼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 중이다.

‘사법절차에서의 장애인의 권리강화’란 제목의 발제에서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현행 장애인의 사법권 보장 내용에 대해 소개했다.

형사소송법은 제33조에서 피고인이 농아인이거나 심신장애의 의심이 있을 경우 변호인이 없으면 법원이 직권으로 변호인을 선임하도록 의무화하고 피고인의 연령, 지능 및 교육정도 등을 고려해 권리보호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한 경우 법원이 피고인의 명시적 의사에 반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국선변호인을 선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는 2017년 2월 4일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민사소송법 제143조의2에서는 질병, 장애, 연령 등의 이유로 변론에 참여하는 당사자가 듣거나 말하는데 장애가 있을 경우 법원의 허락을 받아 통역인에게 통역을 하게 하거나 문자로 질문하거나 답변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7월 ‘장애인을 위한 사법지원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장애인 사법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 장애의 개념과 유형, 장애유형·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요구되는 사법지원의 내용, 사법지원 신청 및 제공 절차, 민사소송과 형사소송에서의 각 법적 절차 단계별 내용을 포함했다.

장애인의 경우 범죄에 노출되기 쉬운 반면 수사과정에서 권리실현에 어려움이 있고 조사자가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경우 2차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대검찰청은 지난 2014년 10월 ‘장애인피해자 인권보장 가이드’를 제작했다,

경찰청 또한 지난 2015년 7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위해 ‘장애인 수사 매뉴얼’을 발간해 일선 경찰서에 배포했다, 매뉴얼은 장애를 유형별로 분류하고 각 유형의 특성을 구체화해 출석요구에서 조사까지 수사단계별 유의사항을 제시하고 실제 장애인의 경찰조사 사례를 제시했다.

김 변호사는 “일반 사람들이 경찰서나 법원에 가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니며 따라서 장애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들도 사법절차에서의 권리를 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형사소송법상의 검사, 사법경찰관이 피의자를 신문할 때 피의자에게 진술거부권이 있음을 고지하고 채포 시 변호인선임권을 고지하는 이유는 피의자가 자신의 권리 있음을 알지 못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함”임을 상기시켰다.

이어, “장애인의 사법접근권 보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 또한 법원이나 수사기관에서 법적 절차 과정에서의 조력받을 권리가 있음을 알리는 고지의무의 확대가 필요하며 민사소송에서 사건관계인이 소장을 접수하거나 소장을 전달받는 경우 및 법원의 재판기일 통보에서도 장애인 사건관계인의 조력받을 권리 있음을 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앞서 소개한 법원 및 수사기관에서 제작한 가이드라인은 ‘권고’의 성격이 강하며 형사소송법과 민사소송법에서의 진술조력인 등 장애인 사법접근권 보장은 심신미약자나 농아인만을 대상으로 하므로 기타 장애유형까지 확대가 필요하다.”며 소송법 개정 필요성을 주장했다.

또한 행형절차에서는 맞춤형 형집행과 치료감호 등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수사와 공판을 거쳐 심신상실로 처벌되지 않는 경우가 아닌 심신미약으로 형 감형을 받아 그 집행이 이뤄질 경우 맞춤형 형집행이 요구된다. 심신장애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을 경우 치료감호법에 따라 치료감호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므로 치료감호 적용 요건을 강화해 제도가 남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각급 법원에 증인지원실 운영

사회적약자 우선지원창구 운영

재판서류 음성전환 바코드 적용

◾법원의 장애인 사법지원제도

대전지방법원 공주지원 도영오 판사는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 있음을 규정하고 있지만 종래 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편견이나 물적, 인적지원체계의 미설립 등으로 사법절차를 통한 권리행사가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었음을 밝혔다.

도 판사는 “다행히 시대가 변함에 따라 장애인의 실질적 교육이 이뤄지고 통합교육 등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보조공학기술의 발달 등에 따라 장애인의 사법절차에 따른 권리 또는 방어권 행사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법원의 장애인 사법지원 제도에 대해 소개했다.

장애인 사법지원 가이드라인은 크게 근거, 장애의 개념 및 유형, 장애유형별 사법지원, 민사, 형사 재판에서의 사법지원, 안내문 및 신청서로 구성됐다.

장애유형별 사법지원 부분은 크게 지체장애 및 뇌병변장애 등, 시각장애, 청각장애 및 언어장애, 지적장애·발달장애(자폐성장애)·정신장애 등 정신적 장애, 내부기관장애, 중복장애로 분류해 각 유형별 기본적 사항과 포괄적 사법지원 방향을 기술했다.

재판과정에서의 지원은 소장 접수단계, 영장실질심사과정 및 공소장 접수단계에서부터 판결 선고까지 각 절차에서 권고할 만한 사법지원 방향을 기술했다.

증인지원제도는 성폭력 피해자, 여성, 아동, 장애인피해자가 증인신문의 준비나 신문과정에서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방지 및 피해자 보호, 지원을 위해 각급 법원에 증인지원실을 운영하고 증인지원관을 지정해 재판절차 등을 안내하고 증인신문 전후 심리적 안정을 위한 상담, 공판진행 상황에 대한 정보제공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제도는 성폭력범죄뿐만 아니라 법령에서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는 학대범죄 등 보복 우려가 있는 범죄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확대 운영 중이다.

2016년 10월 현재 인천지방법원 등에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우선지원창구를 종합민원실에 설치해 운영 중이다. 우선지원창구엔 화상전화기, 스크린리더, 음성증폭기, 휠체어 등 보조기기가 비치돼 있고 위촉된 민원상담위원을 배치 중이다.

전자소송이나 종합법률 정보 등 법원 관련 웹페이지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개선하고 법원에서 발송하는 재판 관련 서류나 등기부 등에 음성전환 바코드를 적용하고 각급 법원에 음성변환 출력기를 보급해 장애인의 재판 관련 서류에 대한 접근을 지원하고 있다.

2012년부터 매년 1회 각급 법원에서 법원 구성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의사결정능력장애인 자기결정 존중

의사결정 지원 통해서만 의미 획득

◾현행 성년후견제도와 의사결정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박인환 교수는 “발달장애, 인지장애, 지적장애 등으로 인해 합리적 이성적 판단이 불가능할 경우 자기결정권 존중은 아무 의미가 없을 것”이라며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에게 있어서의 자기결정 존중이란 의사결정의 지원을 통해서만 그 실질적 의미를 획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14년 10월 한국 정부가 제출한 협약 이행 최초 보고서에 대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한국이 도입한 성년후견제에 대해 ‘의사결정대행’을 ‘의사결정지원’으로 수정할 것을 권고했다.

협약 제12조에 따라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의사결정능력 장애인의 법적 능력의 향유와 실질적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현행 성년후견제도의 후견인에게 법정대리권을 부여하는 방식이 아닌 의사결정 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험난한 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쳐야 하는 장기적 과제일 뿐이다.

현행 민법 제947조에서는 ‘성년후견인은 피성년후견인의 복리에 반하지 아니하면 피성년후견인의 의사를 존중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피성년후견인의 ‘자기결정’ 그 자체는 아니지만 후견인의 의사결정 대행에 있어서 간접적으로나마 본인의 의사결정을 존중하도록 했다.

가정법원이 피후견인에게 일정한 법률행위를 하는 경우에 후견인의 동의를 받도록 결정했을 경우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법률행위에 동의함으로써 그 법률행위가 후견인의 의사결정지원을 받은 것임을 대외적으로 표시할 수 있다.

상대방은 피후견인과 법률행위를 했을 때 후견인의 동의가 없었다면 사후에 법률행위의 취소에 대한 위험을 부담해야 한다.

박 교수는 “의사결정능력 장애가 매우 심하거나 의식불명과 같은 예외적 경우 합리적으로 기대 가능한 모든 의사결정 지원수단을 동원하더라도 본인의 결정이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며 최후의 수단으로서 의사결정 대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장애인 사법접근권 보장

유엔 장애인위원회, 9개 조항 관련 사법접근권 한국정부에 권고

기조발제를 맡은 테레시아 데게너(Theresia Degener)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부위원장(독일 프로테스탄트 응용학문대학 법과 장애학 교수)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인의 사법적 접근권 보장을 규정하고 있는 조문은 9개임을 밝혔다.

‘사법에 대한 접근’을 규정한 협약 제13조 제1항에서 ‘당사국은 장애인이 조사와 기타 예비적 단계를 포함한 모든 법적 절차에서 증인을 포함한 직·간접적 참여자로서 효과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촉진하기 위하여 절차와 연령에 적합한 편의의 제공을 포함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사법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어, 제2항에서 ‘장애인이 사법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해 당사국은 경찰과 교도관을 포함해 사법 행정 분야에서 근무하는 직원을 대상으로 적절한 교육을 장려한다’고 규정했다.

협약은 사법접근권을 제5조 ‘평등 및 비차별’, 제12조 ‘법 앞의 평등’, 제15조 ‘고문 또는 잔혹한, 비인도적이거나 굴욕적인 대우나 처벌로부터의 자유’, 제29조 ‘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 등을 규정하고 있다.

한편, 유엔 장애인위원회는 지난 2014년 발간된 ‘장애인권리협약에 관한 대한민국 제1차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는 제5조 ‘평등 및 비차별’ 등 9개 조항 관련 사법접근권에 대해 한국정부에 권고했다.

데게너 부위원장은 “평등 및 비차별을 규정한 협약 제5조를 당사국인 한국정부의 이행 강화를 위해선 ‘국가인권위원회의 인적자원 확대 및 독립성 강화’, ‘법원을 통한 권리구제에 대한 접근성 확보를 위해 장애에 기반한 차별 피해자들의 소송비용을 면제 또는 경감시켜 줄 것’, ‘법무부장관의 시정명령 요건(장애인차별금지법 제43조)을 낮춰줄 것’, ‘장차법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 판사들의 인식을 제고하고 자신들에게 부여된 금지명령 권한을 인지하도록 할 것’ 등이 필요한 상황”임을 주장했다.

이어, “협약 제14조 ‘신체의 자유 및 안전’과 관련한 사법접근권 강화를 위해 한국정부는 ‘장애를 근거로 자유의 박탈을 허용하는 법적 조항 철폐’, ‘구금된 장애인에게 장애를 기준으로 절차적 안전조치 제공’, ‘형사·사법제도상의 재판 부적합 판정 규정의 삭제가 필요”함을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