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문화예술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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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문화예술의 현주소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6.09.23 09:40
  • 수정 2016-09-23 0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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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태평양장애인연합(AP-DPO United, 의장 김대성) 주최로 아시아·태평양지역 14개국 해외 장애인 당사자 단체 대표와 국내 장애계에서 활동 중인 단체들이 참여한 가운데 ‘2016 아시아·태평양장애인대회(아·태장애인대회)’가 지난 8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렸다. 3일 동안의 프로그램 중 제4회 국제장애인인권전과 국제장애인문화예술컨퍼런스가 열렸다.  
 
장애인문화, 통합된 문화 속에 그들만의 문화 존재해야
경제적 약자인 장애인문화예술 육성·보호하려면 지속적인 재정지원 필요
 
 국제장애인문화예술컨퍼런스
 국제장애인문화예술컨퍼런스의 토론자로 참석한 한국장애인재단 서인환 사무총장은 “장애인의 문화는 전체 문화의 일부라는 것과 통합된 문화 속에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해야 하며 장애인의 문화가 문화의 다양성으로 인정돼야 한다. 또한 장애인들이 전체 문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문화는 고유한 역사가 존재함에도 사회는 이를 다르게 인식했으며 장애인의 참여를 배제하거나 거부했던 견고한 문화권력의 구조에 맞서 투쟁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게 된다.
 장애인문화운동은 대규모 거주시설 폐쇄와 지역사회 완전참여를 요구하는 이데올로기적, 조직적 변화 과정을 거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세기 말까지 장애인문화운동은 전체 속 문화적 인정에 대한 갈망과 경제, 사회적 권리에 대한 요구가 이뤄졌으며 이는 ‘손짓을 문화로 인정하라’는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된다.
 농아인들은 농문화센터를 통해 ‘데프토피아’라는 그들의 문화, 사회를 이루려는 의식이 강하고 농아인들이 모이는 찻집이나 기타 문화센터를 만들어 그들의 언어가 소통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고 있으며 시각장애인들은 ‘어둠속의 대화’ 등의 장애체험과 식당 등의 운영을 통해 장애인식 개선과 함께 색다른 문화를 공유하려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
 시각장애인들은 화면해설을 통해, 농인들은 자막을 통해 영화를 즐기며 오락, 레저, 스포츠 등도 그들이 이용 가능한 게임이나 경기로 변형해 즐긴다. 
 스포츠 또한 장애인들이 즐길 수 있는 종목을 개발해 패럴림픽을 개최하고 휠체어마라톤 등 보조기기를 이용한 스포츠를 즐기고 있다. 
 7살에 다리 절단, 의족으로 100m와 3종 경기 우승자인 새러 라이넛슨, 오른발에 의족을 착용한 채 런던 패럴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누드사진집을 낸 일본의 마야 나카니시, 해표지증(바다표범손발증)으로 인해 두 팔이 없고 다리가 짧게 태어난 앨리슨 레퍼는 자신의 몸을 그려 정상성에 저항했으며 살아있는 비너스란 별명으로 유명하다.   
 
문화접근성 확보-이동 차별금지-교육정책 시행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 방안
 서인환 총장은 장애인 문화·예술 발전 방안으로 문화접근성 확보, 이동에서의 차별금지, 교육정책의 시행 등을 꼽았다.
 시각장애인에 대한 출판물 접근성 보장을 위해선 출판물의 점역이나 파일의 제공이 필요한데 대부분의 출판사 파일은 매킨토시 퀵파일(quickfile)이고 전용방식으로 변환해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가공기간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며 제때에 충분한 접근성 보장이 어렵다.
 음성으로 제공되는 바코드의 경우 매우 간단히 변환되는 것 같으나 실상은 리더기를 시각장애인이 소유하고 있어야 하고 도표나 그림은 재편집이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한 예산확보를 위해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문화바우처처럼 일정 변환비를 바우처로 지원하는 방안이 고려돼야 한다.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접근성을 확보하려면 미국과 일본처럼 이동에 있어서의 차별금지가 선행돼야 한다. 
 미국의 장애인법(ADA)의 경우 장애인문화 관련 차별금지 사항으로는 시설 및 프로그램, 콘텐츠에서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든 프로그램에서의 접근성 보장, 장애특성 및 차이를 고려한 프로그램 등의 개발, 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나 정책개발의 준비단계부터 평가에까지 당사자의 참여보장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05년 일본 국토교통성은 ‘어디서나, 누구라도, 자유로이, 사용하기 쉬운’이란 모토를 내걸고 ‘유니버설 디자인 정책대강’을 공표했으며 2006년엔 ‘일반 사람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을 갈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한 ‘장벽 없는 교통법’을 시행시켰다.
 장애아동의 경우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문화예술에 노출되는 것이 좋으며 조기 예술교육을 통해 손상된 감각을 깨우거나 숨어 있던 예술적 능력을 발견시킬 필요가 있다.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의 경우 언어, 소리, 색채 등의 특정 감각의 발달이 더딘 경우가 많지만 그 분야의 꾸준한 감각 교육을 통해 감성과 사회성이 현저히 발달된다는 사실이 입증된 상태로 장애아동의 조기 예술교육은 필수적이지만 많은 비용으로 인해 극소수의 장애아동들만 그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도 문화예술 교육은 꾸준히 이뤄져야 그 효과가 나타나므로 학교나 공모전에서 재능을 보인 장애학생에게는 ‘예술장학금’ 등으로 재능을 적극 장려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예술강사 지원 등 꾸준한 지원이 필요하며 성인이 된 후에도 예술활동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역 문화원이나 복지관과 연계해 다양한 문화예술 교육이 뒷받침돼야 한다.
 서 총장은 “경제적 약자인 장애인의 문화예술을 육성·보호하려면 개인의 취미활동에서부터 소모임, 문화예술단체 활동까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재정지원이 필요” 함을 주장했다.
 끝으로 서 총장은 “국가기관 및 재단,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건물, 대기업 등의 건물에 설치하는 예술작품 중 일정부분을 장애인예술가 작품을 의무 구입하는 장애인문화예술가 작품 구입 쿼터제가 도입돼야” 함을 주장했다.
 이어 “각종 문화예술정책 사업에 장애인문화예술가를 일정 비율 참여케 하고 전국의 출판, 공연, 전시 등에도 일정 비율 장애인 작품 채택을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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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예술가, 손상된 몸 때문에 한 작품 할 때도 
장구한 시간 걸리지만 생계대책은 전무한 상황
 
 국제장애인인권전
 제4회 국제장애인인권전 발제를 맡은 도와지 안태성 대표는 “장애인들은 그림이나 글을 쓰고 싶지만 손상을 입은 몸 때문에 한 작품을 할 때도 장구한 시간이 걸리지만 생계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라며 장애문화예술가들에 대한 생계지원책 마련이 시급함을 주장했다.
 2014년 5월 현재 문화예술 관련 예산 중 비장애인 예산 대비 장애인 예산은 1%에도 못 미치며 월수입 등 장애예술인에 대한 실태조사 또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장애 화가들은 두 손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뇌 또한 손상되지 않아 사물 등을 마음대로 묘사할 수 있지만 장애화가들은 그렇지 않다.  
 안 대표는 “청각장애인인 나 자신도 화가로 30년 넘게 활동하며 미술대전에서 최고상인 우수상과 특선 등을 수상했지만 기초생활수급자계층에 가까운 차상위계층”임을 밝혔다. 
 안 대표는 “특히 어느 특정 장애인단체에 해당되지 않은 수많은 장애예술인들은 경쟁이 심한 지원책으로 나오는 프로젝트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비장애 예술인보다 극빈층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장애문화예술가들에 대한 생계지원이 제정법을 통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설가, 화가 등 우리나라 수백만 명의 비장애인 예술가들은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한 채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상황에서 15만 명으로 추정되는 장애예술가만을 지원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가란 의문과 함께 역차별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이에 안 대표는 “장애예술가들은 비장애인보다 신체능력 등이 약하기 때문에 생계활동으로서의 예술에 전념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생계지원책 제도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1995년 한국장애인미술협회 구성
 한국장애인미술의 현황
 AP-DPO United 여성위원회 곽현진 위원은 한국장애인미술의 현황에 대해 소개했다. 
 장애인미술이란 장애를 가진 미술인들이 매체를 가지고 작업하는 작품활동으로 신체 중에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장애가 덜한 부분을 사용해 그림을 그린다. 
 손이 아닌 입과 발을 사용하는 구필화가와 족필화가가 있는데 이들을 통틀어 구족화가라 부른다.
 구족화가는 세계구족화가협회(AMFPA)가 한국을 포함한 세계 70여개 국가에서 활동 중이다.
 한국장애인미술은 수레바퀴, 붓사랑, 화사랑, 소울음 등의 여러 모임이 장애유형별로, 작품 장르별로 소규모 활동해오다 1995년 한국장애인미술협회를 구성해서 본격적 활동을 하고 있으며 2009년 회원수는 850여명이었다. 
 2016년 현재 한국장애인미술협회는 대한민국장애인미술대전, 한·중·일장애인미술교류전, 빅아이(Big-i) 아트프로젝트 등 각종 해외미술교류전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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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향수 기회-문화예술활동 지원-영화관람 접근권’ 확대 추진
 
 장애인문화분야 정책
 정부의 제4차 장애인종합정책계획에 포함된 장애인문화분야 정책은 ‘문화향수 기회 확대’, ‘문화예술활동 지원 확대’, ‘영화관람 접근권 확대’의 3대 정책을 추진 중이다.
 문화향수 지원 확대 사업으로는 문화바우처 대상자를 16만 명으로 늘리고 중증장애인을 위한 모셔오기 프로그램, 문화시설에서의 편의시설 확충, 문화예술 교육과 여행바우처 활성화 등이다.
 예술활동 지원은 음악, 미술, 문학 등 개인 200명을 지원하고 67개 단체를 지원한다는 계획으로 단체는 집중육성, 향유지원, 동호회 지원, 국제교류 지원으로 나뉜다.
 영화관람 접근권 확대의 경우 편의시설 실태조사, 자막·화면해설은 1만2000명, 영화제는 2,500명 참가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관련 예산도 없는 상황이라 사업의 충실성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나라 장애인문화예술정책과 관련된 기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 지방자치단체 등이다.
 문체부는 찾아가는 문화활동 지원사업, 장애인 문화접근성 확대 지원사업, 문화예술교육사업 중에서 장애인문화예술교육사업 등이다. 
 복지부는 장애인 등의 문화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 재가장애인 및 시설입소 장애인을 대상으로 각종 문화활동을 지원하고 있으며 장애인종합복지관을 건립해 문화예술 활동 공간 등으로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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