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부모들 고민 나누는 공동체, '인천장애인부모연대'
상태바
발달장애부모들 고민 나누는 공동체, '인천장애인부모연대'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6.09.09 10:13
  • 수정 2016-09-09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조영실 회장(가운데)과 간사들

 
 지난 2001년 ‘인천통합교육부모회’란 이름으로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일반학교 내 통합교육 환경을 변화시키고자 한자리에 모였다. 이 모임은 현재 인천장애인부모연대라는 이름으로 명칭을 바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교육문제를 넘어 발달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장애인인식개선, 장애인교육의 정상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본지는 인천장애인부모연대를 방문해 올해 초 회장에 부임한 조영실 회장을 만나 인천장애인부모연대 활동과 이모저모에 대한 솔직하고 뜨거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장애자녀 둔 부모들의 자조 모임 
  
 조영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은 지난 2007년 당시 중학생이었던 자녀의 발달장애 판정 이후 어느 곳에서도 장애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려워 막막했다. 홀로 사회복지 공부도 해봤지만 역부족이었다. 조 회장은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사회에서 살아갈 때, 정부나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제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장애인부모연대와 만나게 됐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인천시 부평구에 자리한 인천장애인부모연대는 산하 8개 지회 총 680여 명의 회원을 갖고 있다. 임원진은 모두 19명으로 대표이사 1명, 이사 4명, 감사 2명, 지회장 8명, 고문 4명이다.
 “2007년 장애인부모연대 계양구지회에 가입했습니다. 2009년에는 계양구지회장을 맡았고 올해 4월부터 인천장애인부모연대 회장을 역임하게 됐습니다. 저희 아이가 현재 23살인데, 장애인부모연대에 가입할 당시 중학교 1학년이었거든요. 장애인 딱지를 가지고 앞으로 살아가야 하는데, 저에게는 아무런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때에 장애인부모연대가 윤종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회장님을 선두로 발달장애 아이들을 위한 여러 모임을 만들고 운영하며 정말 노력하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또한, 회장직을 역임하면서 전국모임을 다니며, 혼자서는 힘들지만 함께 해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은 것을 알았지요.”

 실제로 부모들은 차가운 길 위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위해 투쟁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는 42일간의 노숙농성과 28명의 삭발투쟁 끝에 서울시와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구축 등 종합정책 수립을 위한 TF팀 구성에 합의했다. 부모들이 서울시에 요구한 것은 발달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정책 구축이다. 이미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실직절인 정책이 수립되지 않은 까닭이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단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울시청에서의 농성에 저희 인천·경기지역에서도 힘을 보태 함께했어요. 정부와 지자체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해서는 관심을 쏟지 못했는데, 우리가 단결함으로써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 앞으로는 더욱 나아지겠다는 희망이 생겼어요.” 

 현재 인천시에서는 지난 6월 30일 ‘인천광역시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 조례’가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해 7월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앞으로 인천시 내에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센터와 발달장애 학생들을 위한 직업훈련센터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성인기 발달장애인들의 열악한 복지환경 지원 필요

 조 회장은 성인기 발달장애인들의 열악한 복지환경을 꼬집으며 발달장애학생의 자립을 돕는 정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저희 부모들은 서로 우스갯소리로 자신을 ‘신데렐라’라고 부릅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 있을 때는 자유롭지만, 학교에서 돌아오면 아이들과 줄곧 함께 있어야 하거든요. 물론 활동보조를 쓰시는 분들이 있지만, 안 쓰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다들 자신의 아이를 돌보기 바쁘니깐, 어머니들이 전부 연대하기 어려운 환경이기도 합니다.”라고 장애인부모연대를 꾸려가며 어려웠던 점을 상기했다. 

 이어 조 회장은 “아이들이 성인이 되면 직업을 가져야 하는데, 취직할 곳이 얼마 없습니다. 부모연대가 처음 시작했을 때에는 아이들이 학령기였기 때문에 문제가 없었는데, 아이들이 이젠 성인이 됐잖아요. 성인으로서 자립의 틀을 잡아야 되는데, 고등학교에서 받는 여러 직업훈련 프로그램은 수업으로만 끝나지 졸업 후 취업으로 연계가 안되는 게 현실이에요. 여러모로 개인이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발달장애인 대다수는 미취업 상태이거나 시간제 근무, 보호작업장 등 낮은 임금을 받는 직장을 다니게 된다. 보호자나 가족이 금전적인 지원을 해주는 상황에서는 당장 문제가 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내다봤을 때에는 발달장애인이 보호자 없이 사회에서 홀로 서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에 장애인부모연대의 궁극적인 목표는 학교라는 울타리에서 벗어난 발달장애자녀가 사회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에는 개개인의 노력보다 정부나 지자체의 정책수립이 시급하다. 

 조 회장은 “인천에서는 장애인부모연대 계양구지회가 계양구청 내에서 운영하는 아모르카페가 그나마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일할 수 있는 작업장이에요. 이러한 작업장이 기업과의 매칭을 통해 많이 신설돼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운 직업교육들이 사멸되지 않고 연결되기를 바랍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아이들이 상근직에 종사하긴 힘들지만 아모르카페처럼 시간제 근무로라도 일을 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자존감을 갖고 경제활동을 할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모르카페는 지난 2012년 장애인부모연대 계양구지회가 계양구의 협조를 통해 계양구청 민원실 한쪽 편에 문을 연 장애인이 직접 운영하는 마을기업 카페이다. 전직원 모두 발달장애인 바리스타로 이뤄져 있으며 이들은 미추홀학교와 노틀담복지관 등을 다니고 있거나 졸업한 학생들이다. 아모르카페는 커피와 베이커리 외에도 인혜학교,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과 연계해 도자기 컵, 천연비누, 액세서리 소품 등 장애인의 작품을 판매하는 공간으로도 활용돼 비장애인들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개선 필요

 조 회장은 “발달장애인들은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일이 얼마 없잖아요. 그래서 우리 아이들 대신 부모들이 돕는 건데,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부모들의 치맛바람 정도로만 보이나 봐요. 그런 점이 조금 안타까워요. 부모들은 지금 내 아이에게 해주는 게 없기 때문에 몸소 움직이는 거잖아요. 조금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며 역지사지의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어 조 회장은 “서로 측은한 마음을 가지고 배려하며 산다면 지금보다 낫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그래도 저희가 열심히 활동을 하면, 저희를 보는 분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을까요.”라고 웃어 보였다.
 “작년 이맘때 한 학부모가 돌아가셨어요. 오늘이 기일이었거든요. 그래서 오늘 가족공원에 다녀왔습니다. 저희가 부모연대를 통해 함께 하기 때문에 아이와 함께 돌아가신 학부모를 기억하고 남은 아이들을 챙길 수 있어 감사함을 느꼈어요. 항상 내가 내 아이보다 하루 더 살고 죽자고 되뇌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말이 안 되잖아요. 아이들은 저보다 훨씬 많은 날들을 홀로 살아야 합니다. 발달장애자녀의 부모가 마음을 놓으려면 이 사회가 그 아이들을 위한 보장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직은 우리가 마음을 놓고 갈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니깐 좀 답답합니다.”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장애 조기발견에 대한 매뉴얼 필요

 조 회장은 장애 조기발견에 대한 중요성도 역설했다. 특히 장애부모를 가진 장애자녀에 대한 정기적인 사회복지사 방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형식적으로라도 주민자치를 통해 홍보 전단지 배포 등의 노력이 필요한 것.
 “예전에는 아이가 늦되고 산만한 것을 ‘옛날에는 다 그랬어’라고 단정 짓고 조기발견을 놓치고 교육 시기도 놓친 분들이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장애인 조기발견에 대한 지자체의 홍보나 의료기관에서 장애증상과 검진 방법에 대한 홍보가 필요합니다. 매뉴얼을 만들어서 의심됐을 때 갈 수 있는 기관이나 문의할 수 있는 곳을 알려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돕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발달장애인 가족휴식 지원사업 진행

 인천장애인부모연대에서는 △장애인과 가족을 위한 상담사업 △장애인 및 가족을 위한 교육·치료사업 △자조모임 △발달장애인 직업재활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인천시와 함께 발달장애인가족휴식지원사업을 도맡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지적, 자폐성 장애인 436명을 대상으로 힐링캠프, 테마여행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는 것으로 발달장애인의 양육과 보호의 역할을 담당하는 가족이 기능을 회복하고 양육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휴식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총 6970만원의 사업비가 투입됐으며 인천장애인부모연대와 인천광역시지적발달장애인복지협회가 수행기관으로 선정됐다.
 인천장애인부모연대를 통해 지난 9월 3일과 4일 양일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경기창작센터로 75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가족캠프에 나섰으며, 오는 10월 1일부터 3일까지 경상남도 통영시로 100여 명의 발달장애인과 그 가족이 테마여행에 나설 예정이다.  
 
 

제7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감동 음악회 ‘행복한 동행을 꿈꾸며’

 오는 9월 23일 오후 7시 인천장애인부모연대가 인천광역시여성가족재단 대강당에서 음악회 ‘행복한 동행을 꿈꾸며’를 연다.
 올해로 7회를 맞는 음악회 ‘행복한 동행을 꿈꾸며’는 장애인들의 예술적 끼와 재능, 능력, 열정과 무한한 가능성을 발굴하고 인재를 육성하며,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의 새로운 계기를 위해 마련됐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합주를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는 화합의 장을 꿈꾼다.
음악회에서는 태동(풍물), 김지성(피아노 독주), 김총명(독창), 신유정 & 서다숙 (노래 & 우쿠렐라), 강준구(피아노 독주), 우리는 사촌(노래 & 기타), 드림(댄스), 청천극장 밴드, 인천장애인부모연대 우쿠렐라 자조모임 등이 참여해 풍성한 볼거리로 꾸려질 예정이다.
 문의는 인천장애인부모연대(070-4098-5528)로 하면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