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부모 동료상담 제도화, 장애가정에 왜 필요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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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부모 동료상담 제도화, 장애가정에 왜 필요할까?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6.08.2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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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장애인부모회가 주관하고 더불어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주최한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서비스의 정착방안을 위한 내담자 욕구 분석과 향후 제도화 방향’ 정책세미나가 지난 7월 25일 국회도서관 지하1층 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서비스가 장애가정에 어떤 도움이 되고 있는지, 제도화되기 위해 마련되어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장애인부모 동료상담, 머리로 ‘이해’ 아닌 가슴으로 ‘교감’
동료 내담자 생각-고민 등을 비장애인 상담전문가보다 더 쉽게 공감
공공과 민간의 협력에 의한 지원체계 구축과 제도화 추진이 전제돼야
 
장애부모동료상담, 긍정적 효과 일으켜
 발제를 맡은 정종화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에 따르면, 2011년 4월 장애인복지법의 장애인 동료상담 관련한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장애인 동료상담이 제도화되었고 법적인 근거를 마련하게 되었다. 장애인 동료상담은 장애인들 간의 동등하고 수평적인 상담을 통하여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로 인한 억압된 감정을 해소할 수 있고, 장애인 자신의 경험을 통하여 비장애인 상담자에 비하여 내담자인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으며, 자신의 본질과 긍정적인 면을 찾아가는 과정이 될 수 있다. 
 장애인부모 정체감의 선행연구에서 서소희(1994)는 ‘장애아동을 둔 부모에게는 과중한 역할과 책임이 부과되고 그 역할에서 오는 긴장감, 좌절감, 불행한 느낌 등을 갖게 되며 비장애 아동을 둔 어머니에 비해 더 많은 불면증, 소화불량, 두통 등의 신체적 자각증상을 보이기도 한다’고 하였고, 한경임·송미승·박철수(2003)는 ‘장애아동 어머니의 자녀양육 경험에서 중심현상을 사회적 시선, 경제상태, 교육수혜 여건'으로 나타났으며, 중심적 현상인 ‘짐스러움에 대처하는 방법으로는 수용과 회피, 거부’ 등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동료상담자는 연령이나 기타 여건이 다른 동료상담자가 동료 내담자의 생각이나 느낌, 욕구, 좌절, 불안, 고민 등에 대해서 비장애인 상담전문가보다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동료상담의 효과성 측정을 연구한 황혜리(2002)의 선행연구에서도 내담자의 자아개념 향상, 긍정적 생활태도 형성, 학습 성취능력 함양, 문제해결능력 함양 등에 효과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2014년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한국장애인부모회가 전국의 장애인부모 100명을 대상으로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사 양성사업’을 실시했고, 2015년도부터는 동료상담 교육과정을 이수한 부모들이 상담을 희망하는 장애인부모를 대상으로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가로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에 대해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사 양성교육을 받은 수강생 95명과 양성교육을 받지 않은 장애인부모 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으며, 이 두 집단 간의 비교 분석을 하고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사 양성과정 수강생 11명 대상으로 초점집단인터뷰(FGI)를 통하여 동료상담교육의 효과성을 검증했다.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교육을 받은 부모님만을 대상으로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교육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하였다. 대상자 100명 중 73명이 응답했다. 총 12문항으로 리커트식 5점 척도를 이용하였으며, 점수가 높을수록 만족도가 높은 만족도를 보인 문항은 ‘나는 교육을 통해 장애인에 대하여 좀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와 ‘나는 교육을 통해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었다’로 각각 평균이 4.35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만족도가 높은 문항은 ‘나는 교육을 통해 역량강화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로 평균 4.17이었다. 만족도가 낮은 문항은 ‘나는 교육을 통해 장애인을 둔 부모님의 동료상담을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이다.
 또한, 장애자녀의 장애특성은 약간씩 다를지라도 자녀양육에 대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었고, 장애인부모들의 아픔은 서로 다르지만 아픔을 먼저 경험한 선배 장애인부모로서 후배 장애인부모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하는 동료애를 나타내기도 했다. 또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을 통하여 양육에 대한 정보를 제공받고, 장애자녀 양육을 위한 방책을 함께 찾는 과정은 그 자체에서 공감대가 형성되어 동료애를 고취시켰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그리고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교육을 통하여 자신의 변화와 가족의 변화, 동료장애인부모를 대하는 관점이 바뀌었다고 언급했다.
 또,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을 이해하지 못한 실습기관에서는 사회복지실습과 동일하게 또는 자원봉사 정도로 여기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의 목적을 이해하고,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에 관한 기본적인 실습 매뉴얼이 준비된 실습기관에서 실습을 하여야 한다는 욕구가 높았다.
 장애인부모 동료상담 수료과정 이수 후의 실질적인 활동을 위한 욕구가 높게 나타났는데 상담자격증 취득이나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사로 일할 수 있는 역할 등 장애인부모 동료상담 제도 구축과 관련한 욕구가 높게 나타났다.
 설문조사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교육의 효과는 장애인부모 정체감, 자기효능감, 자아존중감, 대인관계 변화, 스트레스 수용 측면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로 나타났으며, 이러한 변화는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교육의 효과를 입증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따라서 장애인부모동료 상담교육을 장애인부모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확대 실시하고 이 교육을 받은 장애인부모들이 장애인가족 지원 상담가로서 장애인가족 상담활동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방안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부모 동료상담 제도화, 정부가 적극 나서야
 정종화 교수가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교육을 이수한 장애인부모 대상 인터뷰 조사결과를 중심으로 향후 활성화 방안에 대해 제언한 바에 따르면, 교육과정을 이수한 장애인부모들이 정부인정 상담자격을 취득할 수 있는 연계방안과 함께 장애인부모 동료상담 의사의 단계적 교육 방안이 함께 제시되어야 하며,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의 실습이 가능한 장애인복지관, 장애인가족지원센터, 발달장애인지원센터, 특수학교 및 특수교육지원센터 등의 실습처 발굴 등이 중요하며, 이와 함께 실습매뉴얼 개발도 필요하다.
 향후 장애인부모 동료상담 활성화를 위해서는 보건복지부 법정단체인 한국장애인부모회를 중심으로 중앙회에 동료상담분과위원회를 설치하여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또한 장애인부모 동료상담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실시하고 이 교육을 이수한 장애인부모들을 전국의 특수교육지원센터나 특수학교, 장애인가족지원기관이나 상담소에 배치하여 전문상담을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으며 이의 실현을 위한 정부차원의 시범사업도 필요하다.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서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을 규정하고 있는 바, 향후 장애인가족 지원 방안의 하나로 제도화되어 양성교육기관의 지정, 자격인증, 상담사 배치 등에 관하여 세부적인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통하여 장애인부모의 취업연계 활성화와 장애인가족 지원 시스템의 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황미경 서울기독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의 현실화를 위한 기본적인 전제에 대해 첨언했다. 장애인자녀가 있는 상담수요자들은 동료상담서비스를 적절히 활용, 상담제공자는 장애인부모의 욕구에 관여할 수 있는 동료상담자의 자격 보유, 장애인부모단체와 전문가 조직은 상담서비스의 연계와 교육을 위한 자조활동 확대, 공공과 민간의 협력에 의한 지원체계 구축과 제도화 추진이라고 강조했다. 
 이선옥 한국장애인부모회 대전광역시지회 지회장은 지금까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양성한 동료상담사들이 사장되지 않고 사회적 역할을 충분히 해낼 수 있도록 동료상담 사업에 필요한 전담인력 인건비와 상담사들의 활동비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선옥 지회장에 따르면,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은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가슴으로 교감하는 것이다. 장애인가족들은 부모만 있는 것이 아니고 비장애형제자매, 조부모도 있다. 주변의 가족관계가 이어지는 삶 속에서 동료상담을 통해 장애인가족의 문제 해결과 사회적 변화가 이루어질 때 장애가족으로 인한 문제발생 예방과 심각성을 완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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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이 땅의 장애부모들은 혼자가 아닙니다”
변금희/ 한국장애인부모회 대전광역시지회 상담사
 
 엄마라면 누구나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원을 품고 살아가게 됩니다. 3년간 동료상담사로 활동하며 기억에 남는 내담자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적장애 아들을 두고 있는 내담자는 본인도 지적장애 3급이었습니다. 장애자녀 양육에 어려움을 호소하여 장애인복지관의 사례관리담당 사회복지사로부터 부모회에 상담의뢰가 되어 내담자 댁으로 찾아가서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첫 회기 상담을 위해 담당 사회복지사와 내담자의 집을 방문했는데 불안한 시선처리, 경직된 표정이 내담자의 현재 상황을 말해주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하며 내담자의 말을 경청하고 현재 가장 힘든 점을 질문하였습니다. 
 그 질문에 내담자는 아이들 학교가 집에서 멀어서 통학시키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저는 동행한 사회복지사에게 내담자가 활동보조인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부탁드렸습니다. 그 부분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사회복지사도 제 의견에 동의를 해주어 3주 후 부터는 활동보조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료상담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서 나타납니다. 그동안의 장애이해 교육과 법률 지식을 토대로 현장에서 동료부모들에게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를 제공하고 직접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2회기 상담부터는 내담자와 합의한 상담목표에 따라 상담이 진행되었습니다. 첫 회기 상담 시 알게 된 내담자의 주 호소 문제는 자녀들이 내담자의 말을 듣지 않을 때 화난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매를 들거나, 손으로 때리는데 그 정도가 심하다는 것이었고,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데 잘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미리 준비해간 자료를 토대로 아동학대의 심각성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게 되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자료를 간단히 요약하거나 설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더니 변하려는 의지가 강했던 내담자는 설명에 귀 기울이며, 좋은 엄마가 되고 싶다고, 노력하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렇게 동료상담은 동료부모들에게 좋은 변화의 물꼬를 터준다는 것입니다.
 3회기 상담 때 정말 놀라운 변화를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자녀폭행이 없어졌다는 내담자의 말에 저는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사실이었습니다. 자녀들의 문제행동의 대처방법으로 용돈이라는 매개체를 활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선택해 실천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본 동료상담사는 내담자에게 정말 잘하고 있다고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고, 용돈 주는 것보다 좋은 방법을 함께 생각해 보자고 제안하였습니다. 내담자의 활짝 웃는 얼굴을 보게 된 것도 동료상담사로서 누리는 기쁨 중에 하나였습니다. 여기서 또 하나, 동료상담을 통해 같은 아픔을 겪는 동료로서 지지와 격려가 내담자에게 큰 힘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 이후의 상담과정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내담자에게 든든한 조력자가 되었습니다. 어려움이 있을 땐 언제든 연락하며 지내는 동료가 되었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장애인복지관의 사례관리 담당자와도 긍정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동료상담사로서 그동안의 상담을 돌이켜 보면, 실수도 후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계속 동료상담을 하려는 이유는, 이 땅의 모든 장애인부모가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입니다. 저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봐도 제 아이의 장애를 알고 나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저 혼자 외딴섬에 와 있는 것 같은 외로움을 경험하였을 때였습니다. 그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바로 동료부모들이었습니다. 
 지금은 미약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장애인부모 동료상담은 그 외로움에 빠져 힘들고 어려운 부모들에게 한 줄기 단비가 될 것임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부모들이 더 이상 ‘아이보다 하루를 더 살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지 않고도 서로를 의지하며, 희망을 꿈꾸고 실현해 가는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려면 좋은 정책이 필요합니다. 그 첫걸음이 ‘장애인부모동료상담’이 되어야 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길을 함께 걷는 우리 모두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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