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자립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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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자립지원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6.07.22 10:05
  • 수정 2016-07-22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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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일 서울시 이룸센터 누리홀에서는 굿잡자립생활센터가 주최한 ‘발달장애인 자립지원 시스템 구축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발달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활동보조인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들이 결정한 자립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자립지원인’제도에 대해 알아본다.  
 
발달장애인 지역사회 정착, ‘자립지원인’이 필요하다
 
활동보조인제도, 발달장애인에게는 ‘한계’
 자립지원인제도 도입 필요성
 발제자로 나선 김종인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장은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위해 기존 활동보조인의 도움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면서 자립지원인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김종인 원장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증장애인의 돌봄문제는 시설이나 부모의 몫이었으나 자립생활이 정부의 정책으로 시행되면서 서비스 또한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따라서 활동보조시간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수준에서 부여되면서 확대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로 인하여 양성된 활동보조인의 수는 많으며, 중증장애인이 받게 되는 활동보조 시간의 수도 어느 수준에서 타협을 이루었다. 하지만 실제 중증증애인 기피현상이 나타나거나, 발달장애인 특히 자폐성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기피현상 등이 나타나고, 신체적 지원을 해야 하는 업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노인들이 활동보조인으로 활동하게 됨으로써 중증장애인의 활동보조인 선택권이 약화되거나 없어지는 현상들이 발생하고 있다. 또는 의료적 기준에 따라 장애인의 생활이나 활동 수준과 관계없이 필요 이상의 활동보조 시간을 부여받아 집행되지 않는 시간이 발생하거나 활동보조인과 장애인의 협의에 의한 부정수급이 발생하는 등 정부지원의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역기능들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활동보조인제도가 사회활동과 참여 보장이라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기준은 의료적 기준을 중심으로 심사되어 시간 부여의 불균형이나 필요한 중증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에게 활동보조인이 배치되기 어려운 현상을 낳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활동보조인제도가 정착되어 가는 시점에서 국가 예산의 양적 팽창이나 부정수급자 색출을 통한 예산 축소에 초점을 둘 것이 아니라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에 적격한 장애인에게 제공하여 본 사업의 목적에 맞게 효과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선택’-‘자기결정’ 도와야
 2015년 11월부터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법이 시행되면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은 개인적?사회적 차원을 넘어 국가적 차원의 과제로 나타나게 됐다. 발달장애인법이 시행되고 자기결정권의 보장이 동법 제8조에 명시됨에 따라 발달장애인이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으며 지역사회에서 스스로 선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발달장애인의 공통적인 특성은 언어발달의 한계로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으며, 이로 인해 지역사회 통합에 어려움이 있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자립생활이라는 이름으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까지 스스로 지도록 하는 개념으로는 접근한다면 매우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뇌기능의 문제로 인지능력이 부족하여 최선의 합리적인 판단을 하기에 어려울 수 있고, 신체적 감각적 결함을 동반한 경우에는 일상생활능력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또한 개인 환경과 사회?환경적 요인으로는 과보호와 지나친 도움으로 생애 전체를 통해 발전해나갈 기회 없이 타인이 결정하고 타인이 실행해주는 삶을 살아왔으므로 매우 수동적이다. 인간은 환경변화에 때때로 적응하면서 살아가야 하지만 길들여진 삶을 살 경우 사회적 기능의 발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결정권만 부여한다고 해서 자립적으로 살아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발달장애인들이 어떠한 삶을 원하고 바람직하다고 여기는지에 대해 자조집단에 관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발달장애인 자조집단이란 공통의 관심을 가진 발달장애인들이 모임을 구성하여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그룹인데, 이러한 자조집단의 활동을 통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이 주눅 들지 않게 되고, 자신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고, 용기가 생기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고 평가하였다. 즉, 자신감을 얻게 되고 동료를 만들며, 자신의 선택과 결정과정을 통해 자아성취감이 높아지고, 상호 조언과 조력자의 역할까지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삶의 자원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을 조력하는 사람을 ‘자립지원인(IL Supporter)’이라 부른다. 
 다시 말해 ‘자립지원인’이란 발달장애인이 가진 장애특성을 고려해 기존 활동보조인의 역할을 포함하여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자기주장훈련 및 욕구의 정확한 표출, 자기옹호, 자기관리 및 의사소통을 지원하며, 이들의 자립을 돕는 사람이다.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을 중심으로 한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자립지원인 매뉴얼 개발을 통해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자립지원인 양성은 물론 발달장애인 당사자 관점의 자립지원 서비스 제공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굿잡자립생활센터는 2015년 발달장애인 자립지원인 양성 매뉴얼의 개발과 자립지원인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자립지원인을 배치하는 시범사업을 실시했다.
 
활동지원인, 자신의 판단 불개입이 원칙
자립지원인, 자기주장/욕구 표출-의사소통 지원
 ‘활동보조인’과 ‘자립지원인’의 차이
 현재의 활동지원제도에서 활동보조인은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다. 활동보조인이 하고 있는 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생활 행위에 관한 항목(목욕, 배설 등)부터 가사지원에 관한 사항(장보기, 청소, 요리보조), 장애인부부의 양육보조(아동 돌보기, 아동의 배설, 목욕, 보육보조 등), 일상생활에 관한 지원(금전관리, 시간관리, 일정관리 등의 보조), 커뮤니케이션 보조(수화통역, 점자통역, 낭독보조, 대필보조), 긴급지원서비스(긴급연락, 복지 긴급 콜) 등이다. 이러한 활동지원서비스는 신변처리 및 이동지원 그리고 일상생활에서의 각종 활동을 지원하게 되는데, 그 때 활동지원인은 자신의 판단을 개입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는 신체적?감각적 장애인이 자기결정권과 선택권을 가지고 지역사회에서 능동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촉진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발달장애인은 자기주장이나 선택 그리고 욕구표출이 잘 안되기 때문에 신체적?감각적 장애인에게 해주는 활동지원서비스에 추가적으로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자기주장이나 욕구의 정확한 표출, 의사소통 지원 등을 지원해주는 서비스가 필요하며, 이를 자립지원인이 담당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하기 힘든 자기 자신의 욕구분출이나 선택과 결정, 자기주장 등을 잘 할 수 있도록 자립지원인이 지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탈시설 정책에 따라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야 하는 발달장애인의 욕구를 정확히 파악하고, 발달장애인 자신의 좋고 싫음에 관한 의사표현과 의사소통, 자신의 인권과 권리주장, 자기관리, 자조모임 활동 등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자립지원인의 배치는 발달장애인의 학령기 이후 지역사회에서 정착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핵심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다.
 
 
자격취득 등 전문성 강화해 ‘직종’으로 개발
 자립지원인의 역할은 크게 옹호자, 촉진자 그리고 서비스제공자의 역할로 구분되고, 자립지원인은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일상생활이나 자조모임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어야 하며, 그 속에서 정확한 역할을 규정해야 한다. 여기서 자립지원인은 발달장애인이 자립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자신의 업무원칙을 당사자와 잘 상의하여 지혜롭게 지켜나가야 한다.
 자립지원인은 발달장애인의 삶에 있어 어떠한 권리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은 없다. 그러나 동시에 자립지원인은 발달장애인의 삶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립지원인은 일상 사회생활에서 발달장애인의 삶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 속에서 발달장애인의 말을 유도하거나 명령하는 사람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발달장애인을 돕는 사람이다. 이러한 자립지원인은 전문교육을 토대로 함양된 지식과 능력을 활용해 발달장애인 당사자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필요한 정보를 올바르게 제공하며, 의사소통을 지원하고 자기결정을 도우며 지역자원과 연계하는 데 자신의 힘을 다 사용해야 한다. 마치 청각장애인이 보청기가 필요하고 시각장애인에게는 안내견이 필요하듯이, 자립지원인은 발달장애인을 위한 도구로 사용되기 위해서 자신이 가진 자원과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자립지원인의 근본적인 역할은 무기력하고 자기의문에 쌓여 있는 당사자들을 역량강화 하는 것이다. 종종 발달장애인들은 그들의 장점과 성공경험을 저평가하거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도 흔히 나타난다. 따라서 자립지원인은 이럴 때,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면서 그들의 장점을 많이 보고, 자신의 성취를 통해 자긍심과 자존감을 획득할 수 있도록 지지해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자립지원인 양성을 위해서는 별도의 교육과 자격취득 요건도 함께 갖춰야 한다. 자립지원인의 요건 중 가장 큰 항목은 무엇보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의사소통 및 이들의 자기결정권과 자기옹호를 적절하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며, 또 발달장애인 당사자와의 평등성을 지향하는 인권교육도 선행되어야 한다. 시범사업으로 실시한 자립지원인 교육과정은 활동보조교육을 받은 사람이나 사회복지사 등에게 추가적으로 40시간의 교육을 실시하여 양성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과「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의 재개정을 통해 자립지원인의 법적근거가 명시된다면, 자립지원인을 위한 별도의 자격증도 신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생활을 지원하는 자립지원인을 위한 전문교육을 신설하고 정부에서 이에 국가자격증을 부여해 자립지원인이라는 별도의 직종을 만든다면 이들의 특성과 자격, 전문성은 더욱 강화되어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이 정착화 할 것이다.
 
자립지원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은 ‘부담’
 서해정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자립지원인을 활동보조인과 별도로 국가자격화 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장애인의 활동지원은 단순히 자격증 등의 자격보다는 자질이 중요한데, 현재의 활동보조인 50시간 교육을 내실 있게 진행한다면 지금의 최저임금 수준의 시간당 단가 수준의 인건비를 받고 있는 활동보조인에서는 그리 적지 않은 교육 시간이고 충분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 
 이들에게 추가로 다시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상담 및 의사소통 등의 몇 시간의 교육이 얼마나 효과적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장에서 오랜 세월동안 활동보조인을 하는 이들의 경력수당조차 인정되지 않는 지금의 활동지원사업 시스템에서 또 다시 발달장애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40여 시간의 교육을 받고 국가자격증을 발급받기 위해 국가시험을 치러야 한다면 이에 응시할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이보다는 현재 활동지원기관에서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보수교육을 의무화하고 그에 대한 교육내용을 발달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추가로 교육과 실습을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자립지원인들이 직업적, 건강증진, 학습지원 등 활동지원까지 포함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서비스 제공자로서의 자립지원인은 현재 활동보조인의 교육에서 좀 더 정신적 장애에 대한 이해와 실습이 강조되도록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며, 자립지원인들이 직업적, 건강증진, 학습지원 등 활동지원까지는 별도의 시스템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자립지원인에게 너무나 많은 역할과 책임이 주어지는 것은 제도 도입에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중증장애인과 연대…자립생활 가능성 높일 것
 전정식 한국자립생활대학장은 활동보조서비스는 출발에서부터 서비스 평가기준이 지체장애인 중심이었으며 게다가 노인요양과의 결합 논란을 거치며 의료적 와상장애인 기준으로 평가틀이 더욱 개악돼, 결과적으로 발달장애인에게는 너무나도 적은 서비스 시간이 주어지고 있고 그만큼 활동은 제약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발달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활동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발제자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덧붙여 전정식 학장은 발달장애인의 아이엘(IL=Independent Living, 자립생활)을 위해 또 하나 갖추었으면 하는 것이 지역사회네트워크 즉 생존의 연대라고 전했다. 지금은 신노마디즘이라 불리는 시대로, 사람들이 이리 저리 떠돌아다니는 새로운 유목의 시대에서 예외적으로 높은 정주성을 보이는 집단 중증지체장애인들이다. 
 교육 기회 부족과 취업 기회 박탈이라는 이들의 억울한 현실은 역으로 지역사회에서의 높은 정주 성향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거주 이전의 자유는 있으나 거주 이전을 위한 경제적 능력은 없기 때문에, 이들이야 말로 발달장애인을 위한 안정적인 지역 사회네트워크와 생존 연대의 훌륭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지역사회에서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 서로의 약함을 보듬으며 살 수 있는 기회와 환경을 만들어 보는 것을 꿈꾼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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