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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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6.07.22 10:02
  • 수정 2016-07-22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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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개정된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제2항을 근거로 한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의 통폐합 방침에 따라 지방자치단체 장애인활동보조 추가지원 등 장애인 관련 사업이 정비목록에 포함돼 장애인의 피해는 컸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빈민사회연대 등으로 구성된 전국복지수호공동대책위원회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위성곤 의원, 정의당 윤소하 의원 공동주최로 ‘지역복지 수호와 발전을 위한 사회보장기본법 개정 방안 토론회’를 지난 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사회보장제도 관리운영-통제 강화
가장 큰 문제는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도’…지방자치 침해
지자체 사회보장사업의 중앙정부 관여, 조언-권고의 형태로 축소시켜야
 
권리보다 관리-의무 과도하게 강조
공급자 중심적인 정책임을 반증
 
 전면개정 사회보장기본법 문제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의 필요성과 내용’이란 제목의 제1발제를 통해 동아대 남찬섭 교수(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는 “박근혜정부의 생애주기별 맞춤형 사회보장으로서의 평생사회안전망은 법률 조항으로만 존재하는 것에 불과한 것”이라며 “맞춤형 사회보장은 모름지기 욕구맞춤형이 되어야 할 것이지만 실제로는 중앙정부의 재정통제에 맞춘 재정맞춤형이 되어버렸으며 말로는 수요자중심주의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재정을 앞세운 지극히 공급자중심적인 정책을 펼쳐왔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정부는 지난 2012년 사회보장기본법 전부개정을 통해 사회보장관리체계의 선진화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기존법에 규정되었던 사회보장권리에 관련된 조항은 거의 손도 대지 않은 반면 사회보장제도 관리운영과 통제에 관련된 조항은 대폭 강화?신설하는 등 권리에 비해 관리와 의무를 불균형적일 정도로 과도하게 규정했다.”며 “이는 권리보다는 관리와 의무를 과도하게 강조한 것 역시 수요자 중심적인 것이 아닌 대단히 공급자 중심적인 정책임을 반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 교수는 현행 사회보장기본법의 가장 큰 문제로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도’를 꼽았다.
 개정법 제26조에서 규정한 사회보장제도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도는 우리나라 사회보장기본법 역사상 최초로 도입된 제도로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하고자 할 때 기존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 등과 관련하여 복지부장관과 협의토록 하고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토록 했다.
 신설?변경 사전협의제는 그것이 최초로 개정 법률안에 포함되었을 때부터 지방자치를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법 개정 때 그대로 포함됨에 따라 2013년 1월 27일부터 시행됐다.
 사전협의제도 시행 후 장애인활동보조에 대한 지자체의 추가지원 등 중앙정부의 사회보장프로그램을 보완하기 위해 지자체가 시행하려는 제도를 가로막는다는 비판 등 많은 비판이 제기되었지만 정부는 강행했다.
 더 나아가 2015년 하반기에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을 추진하면서 지방교부세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해 신설?변경 사전협의제에 의한 협의?조정결과를 따르지 않고 사회보장지출을 계속할 경우 해당 지자체에 대해 교부세를 삭감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 동법 시행령안은 2015년 12월 1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남 교수는 “지자체가 자체예산으로 시행하는 자체사업은 대부분의 경우 중앙정부의 프로그램이 주민들의 욕구를 충족하기에 부족하여 이를 보완하려는 것(예컨대, 장애인활동보조에 대한 추가지원, 건강보험료 지원 등)이거나 지역적 특성을 살리려는 것(예컨대, 장수수당 등)인데 이에 대해 중앙정부가 수립한 기준으로 협의한다면 지자체가 지역주민의 복지욕구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자체적으로 벌일 수 있는 복지업무는 사라지고 말 것”임을 경고했다.
 실제로 2008년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 중 국고보조사업은 85.8%, 자체사업은 12.7%에 달했으나 그 이후 국고보조사업이 지속적으로 증가해 2013년에는 국고보조사업이 90.4%로 올라갔고 자체사업은 8.8%에 불과했다.
 
“사전협의제, 중앙정부 재정부담 사전 차단장치”
 
 그렇다면 현 정부가 지방자치와 지역복지를 침해한다는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사전협의제를 강행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남 교수는 “빈익빈, 고령화 등 사회서비스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자체의 사회서비스 실험이 제도화돼 중앙정부의 재정부담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차단하는 장치로 사전협의제가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펴낸 신설?변경 사전협의제 운용지침에 국가재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원칙적으로 불수용토록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답을 구했다.
 그 외에도 정부는 사회보험에 있어서 본인부담금 지원사업 등의 신설?변경이나 기타 전국적 프로그램의 경우 추가급여나 대상자 확대 등을 초래하는 신설?변경, 기존 전달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의 신설?변경 등에 대해서도 원칙적 불수용이라는 기준을 마련, 시행하고 있는데 이들 역시 직?간접적으로 국가 재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들이다. 
 
인천시, 40개 유사?중복사회보장사업 정비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의 현황 및 문제점
 ‘사회보장사업 정비방안의 현황 및 문제점: 인천광역시 사례를 중심으로’란 제목의 제2발제를 통해 인천평화복지연대 신진영 협동처장은 “인천시가 중앙정부에 제출한 유사?중복사업 최종 정비내역에 따르면 정비대상 사업은 총 40개 사업, 삭감된 예산은 119억3800만원으로 나타났으며 인천시가 정비한 40개 사업 중 중앙정부의 통보 목록에 포함되었던 10개 사업을 제외한 30개 사업은 자체 발굴한 사업”임을 주장했다.
 정부는 지난해 4월 1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복지재정 효율화’를 위해 지자체 유사·중복사업을 통합해 중앙정부 차원에서 1조8천억,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에서 1조3천억 등 총 3조원 이상의 재정을 절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신 처장은 “이 계획에 따라 지난해 8월 13일 정부는 지자체가 시행 중인 사회보장사업 5,891개 사업, 예산 6조5천억 원 가운데 1,496개 사업, 9,997억 원(사업수 25.4%, 예산 15.4%) 통폐합을 골자로 한 ‘지방자치단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지침’을 각 지자체에 내려 보냈다.”며 정부 지침에 따른 인천시 사회보장사업 정비현황을 공개했다. 
 중앙정부가 정비할 것을 통보한 사업 중 인천광역시에 해당하는 국고보조 사회보장사업은 총 53개로 예산은 782억9100만원으로 시 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사업은 28개다. 
 이들 인천시의 28개 사회보장사업 중 18개 사업은 현행대로 유지됐고 10개 사업은 예산 삭감 또는 폐지됐다.
 구체적으로 ‘노인돌봄기본서비스’, ‘장애인생활시설 시설입소 입원환자 간병비’, ‘재가중증장애인 생계보조수당’ 등 18개 사업은 현행대로 “유지”됐으며 ‘노인 권익증진을 위한 노인학대 상담’ 등 3개 사업은 “예산 삭감”됐다.
 또한 ‘입양가정 양육비 지원’ 1개 사업은 “단계적 폐지”, ‘노인장기요양보험료 본인일부부담금 지원’, ‘여성장애인 가사도우미 사업’ 등 6개 사업은 “즉시 폐지”됐다.
 한편 인천시가 자체 발굴해 폐지시킨 사회보장사업은 ‘기초수급자 교복비 지원’, ‘군·구 자원봉사 관리시스템 운영’, ‘장애인 재활승마’ 등 27개 사업이며 ‘한부모가족 초중고생 학습비 지원’ 등 3개 사업은 “예산 삭감”됐다.
 
“현 정부 복지축소, 아랫돌 빼고 윗돌도 빼는 형국”
 
 이어진 토론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장애계의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장애인활동지원 요구는 인천전략 수립을 위한 유엔 에스캅 인천세계장애인대회 기간 중이었던 지난 2012년 10월말 김주영(여, 34세, 뇌병변1급) 씨가 활동보조인이 퇴근한 3시간 뒤 집에 불이 난 사실을 알고 터치펜으로 휴대전화 화면을 눌러 119에 구조를 요청했지만 중증장애 때문에 3m밖에 되지 않는 문밖으로 피신하지 못한 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면서부터 본격화됐다.”고 밝혔다.
 2016년 현재 최중증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시간은 중앙정부 기준으로 하루 약 13시간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독거이거나 취약가구가 아니면 서비스 수급시간은 크게 제한된 상황이다.
 2014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장애계는 지자체장 후보자들을 상대로 전라남도 등에서 2013년 7월부터 시행 중인 관련 조례 등을 근거로 중앙정부가 보장하지 못 하는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을 요구했었다.
 그러나 2014년 하반기 현 대구광역시장이 약속한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하루 24시간 활동보조 보장이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른 중앙정부와의 협의 끝에 ‘기존 제도(응급안전서비스나 요양·간병서비스 등)와의 중복’, ‘사회적 합의 미비’, ‘제도의 지속 가능성 의문’을 이유로 불수용 처리되는 일이 발생한 이후 인천광역시와 광주광역시, 경상북도, 강원도 등 지자체 추가지원 확대가 가로막혔다.
 작년 대비 올해 장애인활동보조 예산은 총 13개 지자체에서 33억3100만 원에 이르며 최중증장애인에 대해 하루 24시간 활동지원을 지원하던 인천시의 경우 대상자 3명에 대한 지원을 올해 전면 중단된 상황이다.
 조 실장은 “장애인의 입장에서 현재의 사회보장기본법으로 인한 복지축소는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가 아니라 말 그대로 아랫돌도 빼고 윗돌도 빼는 형국”임을 주장했다.
 
윤소하 의원,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발의 준비 중”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윤소하 의원은 “지자체의 사회보장사업에 대한 중앙정부의 관여는 조언이나 권고의 형태로 이뤄지도록 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사회보장사업 활성화를 장려해 사회보장제도의 조화와 지속가능성을 담보코자 한다.”며 사회보장기본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임을 밝혔다.
 윤소하 의원이 공개한 개정안 초안은 첫째, 현행법에서는 국가와 지자체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사전에 검토할 사항으로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와 재정 등에 미치는 영향을 규정한 것을 개정안에서는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한 ‘영향’이 아니라 ‘재원의 규모와 조달방안’으로 구체화하고 ‘지역별 특성’을 고려하도록 추가해 지역 중심의 협의가 가능토록 했다. 
 또, 현행법에서는 사회보장급여가 중복 또는 누락되지 않도록 하였으나 ‘중복’이라는 것이 지나치게 광범위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고 중앙정부의 자의적 판단도 가능하므로 삭제하고 누락 또는 축소되지 않고 안정적으로 제공토록 했다. (안 제26조 제1항) 
 둘째, 사회보장제도를 신설 또는 변경할 경우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하는 사항으로 지역복지 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을 추가해 ‘지역복지’를 위한 협의를 보장코자 했다. 
 또, 협의 절차에 대한 위임 규정을 삭제해 중앙부처에서 정한 임의적 기준을 일방적으로 적용하지 않도록 하고 법에 따라 협의하도록 그 내용을 명확히 했다. (안 제26조 제2항)
 셋째, 현행법에서 ‘협의’를 하도록 한 것은 지자체를 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회보장체계와 전체적인 조화를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사회보장위원회가 일방적 조정권을 갖는데 이것이 통제 수단으로 작동할 위험성이 있었다.
 이에 개정안에선 사회보장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은 인정하되 중앙행정기관의 장 또는 지자체의 장의 요청에 따라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할 수 있다’로 완화했다. (안 제26조 제3항)
 넷째, 협의 시 보건복지부장관은 지자체의 정책에 관해 조언 또는 권고를 하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추가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중앙정부의 조언이나 권고는 지자체의 장이 따라야 할 의무가 발생하지 않으며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지역복지를 위한 추가적 지원도 가능토록 했다. (안 제26조 제4항 신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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