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과정, 보호자와 연대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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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탈시설 과정, 보호자와 연대 가능할까?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6.06.2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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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이룸센터에서는 프리웰 탈시설자립지원 네트워크가 주최하는 ‘탈시설 과정에서 가족 우려와 지지체계’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중증장애인이 시설을 나오게 되면서 겪는 가족과의 충돌 등에 대한 현실적 어려움과 그에 대한 극복 방안 모색을 통해 어떻게 가족의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지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댔다.  


가족이 장애인의 자기결정과 선택의 저해요인
비장애인 부모들에게 진정한 자립의미 교육 절실
 
 자립생활 꿈꾸는 조국현 씨 이야기
 1999년 22살의 나이에 중증장애인거주시설 ‘향유의집’에 입소하게 된 중증장애인 조국현 씨는 현재까지 17년 동안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 10년 전, 조 씨가 자립 의사를 밝히자 조 씨의 부모와 가족들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설상가상 시설로 방문하는 횟수마저 줄어들었다. 조 씨의 연락도 피하던 부모는 결국 이혼을 했고 가족들과의 인연은 끊긴 것이나 다름없어졌다. 조 씨는 안전한 보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걱정거리가 되지 않기 위해 평생을 시설에서 보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뿐더러 자립에 힘을 실어주지 않고 응원해주지 않는 가족들이 밉고 싫었다.
 결국 조 씨는 자립생활센터에서 동료상담을 하면서 먼저 자립한 장애인들의 경험을 공유하고, 판il센터 체험홈에서 두 달 동안 단기체험에 참여하면서 활동보조 지원을 받아 자립생활을 경험했다. 인스턴트 음식을 주로 먹고, 욕실이 좁아 여기저기 부딪쳤지만 그래도 조 씨는 행복했다. 단기체험이 끝나가는 것이 너무나 아쉬웠고, 24시간 활동보조가 지원된다면 자립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하지만 조 씨에게도 걱정이 있었다. 바로 ‘부양의무제’ 문제였다. 보호자의 재산을 조사해 수급자 선정 여부를 확인하게 되는데, 조 씨가 직업을 갖게 된다면 수급자 자격이 박탈돼 지원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 씨는 수급자 자격에서 탈락하더라도 자립을 하겠다는 생각이다.
 조 씨는 설레는 표정으로 꿈꾸는 자립생활을 설명했다. 먼저, 조 씨는 영어공부를 해서 가능하다면 외국 이민을 하고 싶다. 동료상담가로 일을 하면서 돈을 벌면서, 시설이 아닌 곳에서 활동보조 지원을 통해 자유롭게 살고 싶다. 물론 걱정은 있다. 신체 강직이 심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활동보조인을 잘 만나야 하고, 수급자 탈락 시 생활비를 어떻게 충당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도 있다. 욕실이 작아 몸을 다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크고 작은 걱정거리가 있어도 자립을 하고 싶은 마음에는 변함이 없다.
 
‘장애인 삶은 부모와 가족책임’ 인식 벗어나야
 
 성인장애인 자립, 보호자 동의 꼭 필요한가
 강민정 향유의집 자립지원실장은 2008년 12월부터 현재까지 28명의 이용인이 시설을 나가서 지역사회에서 생활하고 있으나, 원가정으로 복귀한 2명을 제외한 26명 중 보호자가 없는 이용인은 13명, 보호자가 있는 이용인은 13명으로 이들 중 보호자 동의 없이 자립한 이용인이 8명이고 나머지 5명은 부모가 아닌 자녀가 보호자로 있어 동의 없이 탈시설이 진행된 경우라고 밝혔다. 
 강민정 실장에 따르면, 보호자가 없는 이용인은 본인 의지에 따라 주거를 선택하고, 여러 제반 여건을 순차적으로 진행해 마련하면 되지만, 보호자가 있는 이용인의 경우는 어려움이 따른다. ‘아무 것도 할 줄 모르고, 아무 것도 모르는 아이가 어떻게 밖에서 산다는 것이냐’, ‘잘 설득해서 시설에서 지낼 수 있게 해달라’는 가족들의 항의에는 ‘장애인들이라고 아무 것도 모르지 않는다’라는 설명도 통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 실장은 보호자가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지 않다. 서울시의 경우 자립 시 정착금 1,200만원을 지원받아 집을 얻고, 수급자로 선정이 되면 한 달에 약 80만원 가량의 생계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또한 활동보조지원법에 의거해 보조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정착금만으로 원하는 주거지를 선택하기 어렵고, 소득기준에 따라 수급자격을 부여받아야 하며, 일상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여유 있는 활동보조 시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시설에 입주된 이용인들이 ‘이곳에서 생을 마감하고 싶지는 않다’는 소망을 강민정 실장은 누구보다 이해하고 공감해 고민이 깊어진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19세 이상의 성인인 장애인의 탈시설에 보호자의 동의가 꼭 필요할까? 이는 장애인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것이다. 또한, 보호자의 걱정을 덜 수 있는 아직은 미흡한 제도적 장치의 보완이 필요한 것도 당연하다. 아울러, 이용인의 자립 후, 시설의 사후지원을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왕왕 있어, 시설의 사후지원에 대한 ‘범위’에 대해서도 고민이 된다.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장애인의 경우 활동보조인의 가치관에 따라 삶의 모습이 달라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부모의 입장은 간단하지 않다. 정희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탈시설 과정에서 가족이 우려하는 점에 대해 설명했다. 보통 장애부모는 자녀의 장애정도가 심할수록 자립과 탈시설에 반대한다. 장애정도에 따라 삶의 무게가 더해지니 당연한 것이다. 장애인의 삶을 ‘부모, 가족의 책임’으로 전가하고 몰아가는 현실에서 ‘탈시설 자립’ 또한 부모와 가족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또한 가정이 아닌 시설에 입주하는 것이 ‘자립’의 또 다른 형태라고 생각하는 부모들도 있다. 비장애인 부모들에게 진정한 자립의 의미에 대한 교육이 절실하다. 그래야만 당사자가 본인의 상황에 맞게 자립을 준비하고 필요한 교육을 받아 선택할 수 있으나, 현재의 사회구조는 자립을 하기 위한 조건이 정해져 있고 까다로워 쉽지 않다. 본인과 부모가 원한다면 자립할 수 있도록 구조가 변해야 하며, 자립의 조건에 한계가 없다면 탈시설과 자립을 반대할 부모는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자립’은 온전히 장애 당사자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의 전환이 절실하다.
 
가족 부담 덜 수 있는 장치 마련돼야
 
 김정하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는 ‘2002년 일본의 한 장애인단체 대표는 한일장애인교류대회에서 말하길, 장애인에게 3대 적이 있는데 정부, 전문가(특수교사 등 장애인에 관한), 그리고 부모라고 말하기도 했다’면서, 가족이 적으로 불릴 만큼, 장애인의 자기결정과 선택의 저해요인으로 지목되는 현실은 무척 슬프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정하 활동가가 생각하는 탈시설 장애인과 가족의 갈등이 유발되는 지점은 장애당사자는 자기 삶의 1순위가 자기결정과 자유이지만, 가족들이 바라는 장애당사자의 삶의 1순위는 안전과 보호라는 데서 비롯된다.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이 ‘보호이데올로기’를 벗어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당사자가 지적장애인인 경우에는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스스로 자기 자신을 지킬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있다. 또한 일상에서 조력자가 상시 함께 해야 하는데, 자립 시 어떻게 홀로 있는 시간을 보낼 것인가도 걱정이다. 신체장애인인 경우에도 의료적 지원이 수시로 필요하거나 나이가 많은 경우에 대한 우려가 있다. 
 경제적 부담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시설 입소보증금, 후원금, 전세금 등을 시설 측에 준 경우에는 환불을 받지 못하거나 다른 시설로 가야 할 경우 또 다시 보증금을 마련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있으며, 공적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있다. 아울러, 종교법인 또는 시설운영자가 종교인인 경우, 당사자가 신앙인으로서 그 종교에 순종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작용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시설을 지지한 장애인 가족의 사례도 있다. 김정하 활동가가 본 바에 의하면 주거, 활동보조, 수급비 등 기본적인 여건들이 가족에게 의지하지 않고도 해결되는 과정을 목격해 부양의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안도감을 느낀다. 
 또한 장애인 야학, 결혼 등 당사자의 사회활동 및 관계 맺기, 일상을 꾸려나가는 모습 속에서 당사자의 삶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가족들이 모르는 장애계의 인프라와 사람들이 있다는 깨달음이다. 그로 인해서 장애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형성된다. 자녀보다 더한 정도의 중증장애인이 전동휠체어를 입으로 운전해 스스로 이동하거나, 자립생활센터에서 직원으로 활동하거나, 인권교육 강사가 되거나, 야학에서 공부를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느끼는 각성이다. 그러면 자연히, 장애자녀를 가족과 분리해서 바라보게 된다. 부모는 늙어가고 형제들은 각자의 삶을 꾸려야 하므로, 장애자녀 당사자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가족들이 겪고 탈시설을 지지하기 위해서는 많은 여건이 충족돼야 한다. 먼저, 돈, 주거, 활동보조, 일상생활 코디 등에 들어가는 부양부담이 없어야 한다. 또한, 수급권 자격 유지, 주어진 탈시설 환경의 지속과 유지 등 서비스의 수준과 자격 등이 유지되어야 한다. 
 안전사고 위험, 응급의료 상황에 대한 대처, 지역사회에서의 위험 등에 대한 안전장치 마련은 당연하며, 지적장애인의 경우 신뢰할 만한 사람이나 기관이 후견과 조력을 해야 하고,  24시간 늘 가동되어야 한다.
 만약 서비스 제공 기관과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는 이를 정부가 해결할 수 있도록 공적 기관의 역할도 강화되어야 한다. 현재는 이용자와 제공자의 관계만 존재하고 정부의 역할이 빠져 있기 때문. 이용자가 정부를 통해 제공자에 대한 객관적 정보를 취합하고 선택할 수 있어야 하고, 문제 발생 시에도 이용자와 제공자 간 해결이 아닌 공적 시스템을 통해 제어, 평가, 유지되어야 한다.
 제도적 보완도 필요하다. 퇴소 보장의 자유(성인장애인의 경우 가족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퇴소 보장), 부양의무제 폐지, 체계화된 탈시설 전환환경의 구축, 입소보증금 해결 등이 따라와 주면 더욱 수월하게 탈시설을 지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인식의 변화다. 부모의 자립생활기관 탐방, 부모동료상담 등의 의무화된 교육을 펼쳐야 한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관점부터, 상호 존중하는 가족문화, 변화된 복지정보, 탈시설-자립생활에 대한 이념도 필요하다. 
 당사자에게도 의견을 표출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도 중요하다. 당사자가 가족에게 탈시설에 대한 욕구를 말하지 못하거나 무시돼 당사자가 위축된 경우, 특히 이런 이유로 가족관계가 단절될 것을 우려하기도 한다.
 장애당사자, 가족 모두의 권리의식을 높이는 것도 필수다. 시설비리와 인권침해가 있었던 경우 조사결과를 당사자와 가족에게 의무적으로 보고하고, 시설평가에 이용자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 시설평가 결과도 통보해 이용자로서의 권리의식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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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자립전환, 인천시에 바란다

‘자립생활체험홈-자립주택 예산확대’ 약속 이행해야
 
 420장애인차별철폐 인천공동투쟁단은 인천시를 상대로 탈시설-자립을 위한 종합계획과 제반정책을 구축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탈시설-자립전환을 위한 5개년 종합계획을 수립할 것, △탈시설-자립전환을 위한 전담기구(탈시설전환센터)를 설치할 것, △지역사회 내 장애인 자립생활 체험홈 및 자립주택 확보 예산을 확대하고 운영을 현실화할 것, △초기정착금 대상자 선정 계획을 구체화하고 정착금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할 것,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지원 약속 이행할 것 등이었다.
 탈시설-자립전환을 위한 5개년 종합계획은 기존 대규모 생활시설의 소규모화, 신규시설 설립 금지 등을 포함한 중장기적인 생활시설 정책의 폐기 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탈시설전환센터 설치는 전담인력 1명을 확보해 담당토록 하고, 탈시설-전환업무에 대한 지원을 민관공동운영위원회 설치를 통해 논의, 결정할 수 있도록 요구했다. 전담인력의 배치를 통해 시설 거주인에게 주기적인 탈시설 홍보, 상담, 교육, 욕구조사, 사전 수요조사, 지역자원연계, 개인별 자립지원계획 수립 및 지원 등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지역사회 내 전환주거(체험홈, 자립주택) 확대 운영 현실화 방안은, 체험홈을 매년 1개소 추가 설치하고, 체험홈 대비 자립주택 수도 함께 추가 설치해야 한다. 또한 운영비 지원을 현실화해, 인건비 100% 지원, 운영비 사용에 대한 지출 불가 항목에 대한 재검토를 통한 항목 수정 등이 필요하다.
 초기정착금 대상자 선정 계획 구체화 및 금액 확대는 탈시설 초기정착금을 현행 1인당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확대해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지원 약속 이행은 인천시가 최중증독거장애당사자들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을 충족시키는 선두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맥락에서 실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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