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주년 맞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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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주년 맞아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6.06.24 10:04
  • 수정 2016-06-24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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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46년 창립된 (사)한국농아인협회가 창립 70주년을 맞았다. 협회는 ‘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주년 기념대회’를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서울 올림픽공원 일대에서 개최했다. 기념대회에서는 협회 70주년 기념식, 토론회, 유명농인과 함께하는 토크쇼, 세계농아인연맹(WFD) 회장의 방북체험 강연 등이 진행됐다.  

 

창립 70년 저력으로 미래 향한 재도약 모색
운전면허 취득-자막방송-수어통역사제도 확립-수어통역센터 설치-수어법 제정 성과
 
 한국농아인협회 70년의 진단과 과제
 지난 3일 열린 ‘한국농아인협회 70년의 진단과 과제’란 제목의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주은농선교교회 강주해 목사는 농아인협회 70년사를 1946년 협회 창립 이후 1960년까지 초창기, 5·16 후 협회를 해체하고 한국사회복지연합회를 설립하고 그 산하에 농아복지위원회를 두면서 농인이 아닌 청인을 위원장에 임명하고 협회를 무력화시킨 1961년부터 운보 김기창 화백이 협회 재건에 나서기 이전인 1979년까지의 암흑기, 김기창 화백을 회장으로 옹립하고 협회 재건에 착수한 1980년~1996년까지의 재건기, 1996년 김기창 회장 후임으로 선출된 안세준 회장이 협회 사무실을 서울시 서초구 교대역 부근으로 옮기고 청음회관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이후부터 주신기 회장이 퇴임한 2005년 초까지의 부흥기, 변승일 회장이 임기를 시작한 2005년부터 현 이대섭 회장 재임 중인 현재까지를 도약기로 나눴다.
강 목사는 농아인협회 지속적 발전을 위한 과제로 농인구 감소에 대한 대비책 마련, 농교육 발전을 위한 시책 마련에 적극성을 보일 것, 농아인의 취업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 협회 회관 마련 등을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대구청각언어장애복지관 박인기 관장은 “농인구 감소는 세계적 추세로 특히 농아인협회 활동이 활발한 선진국이 더 심한 경향을 보이는데 이는 의료기술의 발달로 청각장애 예방 및 치료 사례가 많아졌기 때문이며 이로 인해 농아인협회 회원은 줄고 협회를 이끌어 나갈 지도자 또한 감소될 것”임을 주장했다.
 반면, 고령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성 난청자들이 많아지고 각 시·도협회에선 노인성 난청자들의 회원등록이 증가하면서 수화 중심으로 진행되던 회의나 공식 행사 또한 자막서비스가 필수적으로 변했다. 때문에 농아인협회 임원을 수화를 사용하는 사람들로만 구성해야 할 지, 아니면 수화를 모르는 노인성 난청자들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제공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가 생겼다.
 박 관장은 “농아인협회의 회원은 청각장애인 모두에게 개방하더라도 협회 임원은 수화에 능통한 사람만으로 제한하는 것을 정관에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아인협회 윤우중 고문은 협회가 70년 동안 이룩한 성과로 농아인의 1종 운전면허 취득 허용, 자막방송 실시, 수어통역사제도 확립, 수어통역센터 설치, 수어법 제정 등을 꼽았다.
 윤 고문은 “농인의 한 사람으로 농학교 현장에서 수어를 말살하는 조짐을 보이는데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며 “수어법 제정을 계기로 농학교에서의 수어중심 교육이 실현되도록 협회 차원의 노력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이어, “공공시설에서의 화재경보시스템으로 경광등 설치와 경광등 주변에 모니터를 둬서 사고 상황을 파악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이 또한 협회가 앞장서야 할 것”임을 주장했다.
 
한국수화언어법 추진 10년만에 8월4일 시행
 
 농아인협회는 2003년 “수화는 언어다”라는 운동을 시작으로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수화언어법 제정 활동을 해왔다. 그 결과 ‘한국수화언어기본법안’(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수화기본법안’(새누리당 정우택 의원), ‘한국수어법안’(새누리당 이에리사 의원), ‘수화언어 및 농문화 기본법안’(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각각 발의됐다.
 지난해 12월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오는 8월 4일 시행에 들어가는 ‘한국수화언어법’은 한국수어를 교육·보급 및 홍보하는 등 농인 등의 한국수어 사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 수립·시행, 5년마다 한국수어의 발전 및 보전을 위한 한국수어발전기본계획의 수립·시행, 한국수어의 보전 및 발전을 위한 지속적 연구 수행, 농인 등의 한국수어 및 한국어 능력을 신장할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 농인 등의 가족을 위한 한국수어 교육, 상담 및 관련 서비스 등 지원체계 마련, 공공행사, 사법·행정 등의 절차, 공공시설 이용, 공영방송 등에서의 수어통역 지원, 농인 등이 구직, 직업훈련, 근로 등 직업활동 전반에 불이익이 없도록 수어통역 지원 등이 골자다.
 
수어교과 개설 등 체계적 한국수어교육 이뤄져야 
 
 한국수어법의 올바른 시행 방향과 과제 
 3일 열린 ‘한국수어법의 올바른 시행 방향과 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나사렛대학교 수화통역학과 윤병천 교수는 발제를 통해 “제정 수어법에 따르면 한국수어 사용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정책 수립을 규정하고 있다.”면서 우리나라의 경우 수어를 전공필수로 선택한 특수교사 양성 대학은 경주대 특수체육학과가 유일한 상황이라며 특수교사 양성과정에서의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수어를 전공선택으로 지정한 대학은 광주여대, 극동대, 남부대, 대전대, 평택대이다. 일본 메이세이농학교(대안학교)의 경우 유치부부터 정규과목으로 일본수어를 가르치고 있으며 수어사용 교사가 50% 수준이며 수업 진행 시 농인교사와 청인교사가 팀을 이뤄 수업을 한다. 
 미국 로체스터농학교의 경우 담임교사와 수어전문가와 청각/구화전문가의 보조교사 2명이 수업을 진행하며 학생들의 좌석배치는 청각/구화학생(인공와우수술 학생  및 보청기), 수화 사용 학생을 한 학급에 배치했으며 보조교사들은 학생들이 필요한 경우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농학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수화인증교육을 이번 여름방학 때부터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보수교육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윤 교수는 “미국의 경우 장애인법(ADA)에 따른 실행여부와 농인차별 등을 해결하기 위해 많은 농인변호사들이 활동 중이며 미국농아인협회(NAD)의 경우 협회 직원 구성은 50%의 농인과 50%의 청인으로 이뤄져 있으며 50%의 농인직원 중 8명이 농인변호사자격증 소지자”라며 한국수어법 시행과 관련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주장했다.
 일본 또한 전일본농아인협회에서 2012년도에 만든 ‘일본수화언어법(안)’에 따라 톳토리현 의회가 2013년 10월 ‘톳토리현 수화언어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총칙과 수화 보급, 톳토리현 수화시책추진협의회 등 3장으로 구성됐다.
 윤 교수는 이밖에도 수어에 대한 심의와 보급 등의 기능을 수행할 상설기구의 부재, 수어 사용자 중 홈싸인 형태의 수어사용자에 대한 수어지원, 농·맹인을 위한 촉수어 지원 방안 마련, 남북한 분단 장기화에 따른 남북 수화 차이의 해결을 위한 남북한 수어 동질성 회복을 위한 정책 등을 수어법 개정과제로 제시했다.
 이어진 토론에서 김정환 서울특별시농아인협회 중랑구지부장은 “한국수화언어법 시행에 따라 수어연구 등을 위한 전문조직 마련을 위한 국어연구원의 역할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수어의 문제는 국어연구원이나 대학 등 연구기관만의 역할로만 한정되어서는 안 될 것”임을 주장했다.
 김 지부장은 “수어의 발전을 위해서는 중장기적으로 연구소 설립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농인의 참여는 필수적”이라며 “농인 당사자 단체인 농아인협회의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김 지부장은 “수어법 시행령 등에 따르면 수어강사를 개방해 청인도 참여 가능하다. 수어강사 1급의 조건을 보면 석사학위 취득을 요건으로 하는 등 농인들이 1급 강사로 진입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수어는 농인의 모국어로 시행령 규정을 개정해 농인들이 강사로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복지대학교 수화통역학과 원성옥 교수는 “농아동의 90%가 청인부모 밑에서 태어나며 부모로부터 자연스런 언어습득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어법 제11조 2항에서 규정한 농유아 및 부모를 위한 수어교육 지원이 필요하다.”며 농유아를 위한 이중언어교육 시범사업의 시급함을 주장했다.
 현재 농학교에서는 체계적인 한국수어교육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일반학교와 동일한 공통 교육과정을 적용하면서 청각장애 특성을 고려해 언어 관련 과목인 국어와 영어에서만 이뤄지고 있는데 예를 들면 듣기는 ‘듣기·수어 읽기·말 읽기’로, 말하기는 ‘말·수어하기’로 수정하고 국어교과 내에서 수어를 함께 지도하는 식이다.
 원 교수는 “수어법 시행에 따라 농학교에서 한국수어를 한국어와 동등한 교수·학습·언어로 사용하도록 하고 한국수어를 사용한 교육 및 한국수어를 통한 학습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농학교 교육과정 안에 한국수어 교과가 개설돼야”함을 강조했다.     
 원 교수는 또한 수어문자 개발 및 보급사업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수어문자란 수어의 쓰기 체계로 수어를 손모양, 동작, 얼굴표정으로 나타내는 시각적 상징으로 농인의 문해능력 향상을 위한 한 방법으로 수어문자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현재 자연수어를 표상할 수 있는 문자 상징체계에 대한 연구가 많으며 미국의 경우 수어문자가 개발돼 있다.
 원 교수는 “한국수어는 표상할 수 있는 쓰기체계가 없다. 이에 한국수어 발전 및 보존을 위해 한국수어를 기록할 수 있는 수어문자에 대한 연구개발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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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주년 기념대회 개회식
이대섭 회장, “수화, 새로운 전환점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 밝혀
 
 앞서 2일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주년 기념대회 개회식에서 한국농아인협회 이대섭 회장은 “수화언어법 제정으로 인해 수화가 언어로 인정되면서 농인뿐만 아니라 비장애인이 함께 수화를 배울 수 있게 됐다. 이제는 수화 보급과 수화 교육사업 등을 강화하는 등 수화에 대한 새로운 전환점이 될 수 있도록 앞장설 것”임을 밝혔다.
 이어진 시상에서 올해의 농아인상엔 한국농아인협회 부산협회 윤언식 초대회장이 수상했으며 보건복지부장관 표창은 부산협회 정연수 실장 등 10명에게 돌아갔으며 올해의 수화통역사상은 제주특별자치도협회 고영산 수화통역사가 차지했다. 
 ‘70년의 저력으로 미래를 향한 재도약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대회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국 전병왕 국장 등 정,관계자는 물론 세계농인연맹 임직원, 홍보대사인 배우 김재원 씨와 걸그룹 베이비부, 협회 회원 등 5천여명이 참석했다.
 3일에는 유럽연합 국회의원인 아담 코사(Adam Kosa) 의원이 강연자로 나서 ‘농인을 위한 정치적 로비 활동’이라는 주제로 강연했으며 세계유일의 농인대학교인 갈로뎃대학교 농학과 조셉 머레이(Joseph Murray) 교수가 '언어를 배울 권리와 농교육'에 대해 강연했다.
또한 ‘한국농아인협회 창립 70년 진단과 미래’, 지난해 제정된 ‘한국수화언어법 올바로 시행하기 위한 과제’란 주제로 토론회가, 최근 북한을 방문해 북한의 농인들과 관련 기관 등을 탐방하고 온 콜린 알렌(Colin Allen) 세계농아인연맹(WFD) 회장이 북한 농인들의 수화(손말), 농문화 등과 관련한 방북체험 강연도 진행됐다.
대회는 이 외에도 홍콩, 일본 등지에서 참가한 농인 공연팀의 공연이 펼쳐졌으며 행사장 주변에 다양한 부스가 설치돼 참여자들에게 볼거리가 제공됐다. 한국농아인협회가 주최한 이번 대회는 4일 폐막식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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