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공간 ‘행복나눔터’에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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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들의 꿈과 희망을 담은 공간 ‘행복나눔터’에 가다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6.03.25 09:59
  • 수정 2016-03-25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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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6월 인천시교육청 정보센터 1층에 바리스타를 꿈꾸는 장애학생과 함께 하는 ‘행복나눔터’가 마련됐다. 인천시교육청과 미추홀학교가 함께 띄운 희망의 배가 어느덧 순항로에 접어들었다. 고소한 커피향과 바리스타 학생들의 쾌활한 인사말이 함께 하는 행복나눔터 공간을 들여다본다. <한고은 기자>
 
행복나눔터 바리스타 이야기
 
▲ 김장미 학생이 손님에게 메뉴를 건네고 있다.
 미추홀학교 전공과 1학년 입학식이 있던 날, 지연이는 생각보다 먼 통학거리, 새로운 학교에서의 적응으로 힘들어 했다. 하교 후 집으로 돌아가면 해는 뉘엿뉘엿 지는 날이 많았고 아침에는 지각하지 않으려고 일찍 현관문을 나서고는 했다. 집 가까이 전공과가 설치되어 있는 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연이가 미추홀학교 전공과에 진학하게 된 이유는 바리스타교과 때문이다. 
 1학년 학기 초에는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하면서 만원버스에 몸을 싣고 학교를 등교해서는 지친 몸을 이끌고 수업에 참여하느라 자신감과 체력은 밑바닥까지 떨어졌고 학교를 어떻게 다녀야 할지 고민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연이에게는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 꿈이 있었다. 
 1학년 2학기 학교기업에서 특수교육-복지연계형 복지일자리 현장실습을 시작하게 되면서 지연이는 기대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 현장실습 시간을 맞추기 위하여 거의 정해진 시각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학교에 도착했으며 그 누구보다 열심히 현장실습에 참여했다. 바로, 꿈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행복나눔터에서 일을 하고 있는 다른 두 명의 바리스타도 취업 전에는 졸업을 앞두었거나 졸업 후 취업을 준비하는 여느 취업준비생들과 다르지 않았다. 학교라는 편안하고 즐거운 안식처에서 생활하다가 이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의 적응과 취업에 대한 두려움이 얼마나 컸는지 모른다. 
 하지만 두 명의 학생들은 전공과에 입학해서 2년 동안 바리스타 교육을 받으며 카페라는 직장에 흥미를 갖게 됐다. 이후 바리스타 자격증에 도전하고 자격증 취득 후 취업준비를 하며 행복나눔터 직원채용 공고에 지원해 높은 경쟁률을 뚫고 취업에 성공했다.  
 두 명의 근로학생들이 현재 행복나눔터에서 바리스타의 꿈을 펼칠 수 있게 된 것은 인천광역시교육청 내에 행복나눔터라는 자신들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일자리가 생겨났기 때문이다.
 2015년 6월 26일 행복나눔터 오픈과 함께 일하고 있는 바리스타들의 하루는 특수진로코디네이터와 시간제 특수교육실무원과 오픈 전 기계점검 및 행복나눔터 청소로 시작된다. 위생관리는 귀찮은 일일 수 있다. 해도 안 해도 표시가 잘 나지 않는다. 재료가 가진 맛보다 커피맛을 낫게 할 수는 없지만 깨끗하게 관리된 기구에서 커피맛은 나빠지지 않는다는 생각으로 오늘도 열심히 청소로 하루를 시작한다. 
 특수진로코디네이터와 시간제 특수교육실무원은 두 명의 바리스타와 1:1 짝을 지어 맞춤형 직무지도를 실시하고 있다. 그 결과, 오픈 초기에는 예상치 못한 어려운 상황에 맞닥뜨렸을 경우 스스로 판단하여 대처하는 데 어려움과 시행착오도 있었지만 현재 늘 웃는 얼굴로 고객을 대하며 최상의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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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기업 통해 현장중심 실습기회 제공
 지난 6월 26일 인천시교육청이 장애인 고용확대를 위해 마련해 개소한 ‘행복나눔터’는 공립 정신지체 및 정서장애 특수학교인 미추홀학교에서 학교기업 사업 일환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추홀학교 송미화 담당교사에 따르면, 학교기업 운영의 가장 큰 성과는 장애학생들의 직업능력 향상이다. 학교기업에서 현장중심의 실습기회를 제공해 실질적인 직업교육은 물론 직업인으로서의 태도와 의지를 함양해 당당한 사회인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자질을 향상시켜 장애학생들의 취업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미추홀학교 학교기업은 수익중심이 아닌, 교육중심형 학교기업으로 크게 두 가지의 사업을 주축으로 하고 있다. 그 하나는 장애학생의 직업현장실습 기회 확대를 목적으로 하는 산학협력사업이며, 나머지 하나는 직업능력 향상 및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하는 잡 스쿨(Job-School) 사업이다.
 산학협력사업은 전국 학교기업 최초로 민간기업을 교육기부의 형태로 교내에 유치하고 인천지역 특수학교 전공과 및 고등학교 특수학급 3학년 재학생을 대상으로 직업현장실습 프로그램 운영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산학협력업체는 공개모집을 통해 선발했으며 교장, 교감, 학교기업부장, 학부모는 물론 장애인고용공단 인천지사장, 인천광역시교육청 특수담당 장학관 등 교내외 인사들로 구성된 선발위원회의 공정하고 엄정한 선발과정을 통해 선정했다. 미추홀학교 내 현장실습업체를 유치함으로써 안정적인 직업현장실습지를 확보하고 나아가 직업적응력을 신장시켜 고용으로의 연계를 유도하고 있다.
 
▲ 행복나눔터 개소식
행복나눔터가 보여준 ‘사회통합’의 길
 최근 특수교육 30년 동안의 직업적 변화를 보면, 1980년대 초반에는 청소원, 제조관련 단순노무, 일반농업, 어부, 부두 노동자 등이 적합 직종으로 추천되었으며, 1995년에는 기계전자조립, 제조업 보조, 음식 및 서비스업 보조 등의 직종이 추천됐다. 2000년대 들어서는 장애유형별 적합 직종이나, 유망 직종이 ‘직장’의 개념보다는 흥미나 적성을 반영한 ‘직업’의 개념이 보편화 되었고, 진로지도나 직업지도에서도 이러한 개념이 우선시 되고 있다. 
 이에 미추홀학교 전공과에서는 천연비누, 제과제빵, 바리스타 등과 같은 전문교과 영역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잡 스쿨(Job-School) 사업은 전공과 교육과정과 연계한 수익사업으로 조립?포장, 천연비누, 제과제빵, 카페운영의 총 4가지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잡 스쿨(Job-School 사업 중 2015년 새롭게 시작하게 된 사업이 바로 인천광역시교육청 내 ‘행복나눔터’라는 카페 위탁운영이었다. 행복나눔터는 교육청 공간을 활용하여 카페를 설치함으로써 장애학생들의 현장적응력 향상을 위하여 서비스교육 실습장소로 제공하며, 바리스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교육과 실습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행복나눔터’라는 카페를 설치하여 공공기관 내 직무개발을 통한 전공과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교육청이 솔선수범하여 특수학교를 졸업한 장애학생들의 일자리를 창출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행복나눔터에서 사용하는 원두는 부천혜림학교 학교기업에서 로스팅한 원두를 사용하고 있으며 커피잔은 자폐를 지닌 청년들이 그린 그림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오티스타에서 제작한 머그컵을 사용하고 있다. 또한, 행복나눔터에서 판매하고 있는 쿠키는 중증장애인생산품판매시설인 인천노틀담베이커리에서 생산된 쿠키를 판매하여 경쟁고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들을 고용하는 중증장애인생산품생산시설의 생산품에 대한 공공기관의 우선구매를 통하여 중증장애인의 직업재활을 통한 사회통합에도 기여하고 있다.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기
 장애학생들이 행복나눔터에서 이루어지는 현장실습을 통해 적성과 흥미에 맞는 직업적 잠재력이 개발되고 현장에서 실습을 지원하는 코디네이터 배치를 통하여 실습효과 증대를 기대할 수 있으며 맞춤형 현장실습을 통해 성공적인 자립생활의 토대가 마련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학생들에게 급여가 지급됨으로써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끼고 직업에 대한 목표가 구체화될 것이며, 진로·직업교육에 대한 참여도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커피를 마시기 위한 사람들, 사람들을 만나기 위한 만남의 장소, 책을 읽거나 쓰기 위한 사람들, 많은 사람들을 위한 곳이 카페이다. 그 공간의 중심이나 때로는 그 언저리에 바리스타가 있다. 바리스타는 커피전문가로서 원두를 신선하게 관리하고 시스템을 최상의 상태로 유지하여, 서비스맨으로서 고객의 취향에 맞는 음료를 만들고 손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해야 하며, 손님의 친구로서 서로 말벗이 되어주고 형이나 누이처럼 손님의 힘든 부분을 보듬어주고, 청소부로서 매장의 청결을 책임지고, 지배인으로서 가게의 살림을 도맡아 하기도 한다. 
 위와 같이 카페 안팎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거의 완벽하게 해내는 사람이 바리스타이다. 행복나눔터에는 위와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직업의식이 투철한 두 명의 바리스타가 있다. 
 송미화 교사는 “학교라는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일자리를 찾아 사회인으로서 살아가며 일한 만큼 월급을 받아 저축하고 생활할 수 있다는 것, 자신이 너무나도 꿈꾸던 바리스타가 되어 즐겁게 일을 하며 자아를 실현할 수 있다는 것, 지역사회 속에서의 사회통합이야말로 장애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절실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하여 학교는 장애학생의 진로 및 직업교육에 중요성을 절감하고 관리자, 교사, 학생, 학부모가 상호협조하면서 고민하고 학생들의 보다 나은 사회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교육청, 지역사회, 학교, 학부모가 학생에 대한 직업적 인식을 긍정적으로 변화·발전시킬 때 학생들은 자신들의 능력 이상을 발휘하며 지역사회 내에서 활기차게 사회인으로서 생활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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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인터뷰
 
▲ 이지연 학생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 수 있어서 행복해요”
이지연 / 미추홀학교 졸업생, 행복나눔터 바리스타
 
-행복나눔터에서 일하는 건 어떠세요?
즐거워요.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 수 있으니까요.
-가장 좋아하는 커피와 제일 잘 만드는 커피는요?
저는 카페모카를 제일 좋아해요. 제일 잘 만드는 커피도 카페모카냐고요? 아니요. 저는 다 잘 만들어요.(웃음)
-바리스타가 된 지는 얼마나 되셨나요?
A까페에서 2015년 1월부터 바리스타 근무를 시작했어요. 처음 바리스타가 되어서 일을 했을 때를 떠올려보면 힘들긴 했지만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요. 왜냐면 제 꿈은 바리스타니까 꿈을 이루고 싶었어요.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처음이니까 손님이 많이 올 때 정신이 없어서 힘들었어요. 지금은 손님들이 한꺼번에 많이 몰려와도 괜찮아요. 
-지연이의 꿈은 무엇인가요?
10년 뒤에 나이가 많아졌을 때를 떠올리면 큰 커피숍을 차렸을 것 같아요. 열심히 하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지연이처럼 되고 싶은 다른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제 주변에도 1년 후배인 동생이 계속 바리스타에 도전하고 있어요.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저 같은 바리스타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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