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탈시설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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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탈시설 권리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6.02.12 09:47
  • 수정 2016-02-12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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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는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연속 토론회를 진행 중이다. 그 두 번째 주제인 ‘탈시설 권리 실현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지난 1월 26일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재상 기자>

  
“불필요한 시설화, 장애인차별 유형으로 규정해야”
정부 4차 계획, 시설 소규모화만 강조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
 정부의 제4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3∼2017)에 따르면 시설 소규모화 추진을 통한 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욕구가 있는 시설거주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생활을 촉진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를 위해 30명을 초과한 기존 대규모 시설을 30명 이하의 소규모 시설로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자립생활지원센터 기능 확립을 통해 시설장애인의 단계적 퇴소 지원을 강화하며 체험홈을 확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상지대 법학부 김명연 교수는 ‘존엄한 삶과 장애인 탈시설’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현재까지 국가차원에서 탈시설에 대한 방향성을 가지고 탈시설 계획 및 지원업무를 맡을 ‘탈시설 전환국’과 같은 담당부서가 존재하지 않으며 탈시설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는 자립지원을 제공하는 공적시스템이 부재한 상황”이라며 “이는 정부의 장애인거주시설 중심의 장애인복지정책이 거의 바뀌지 않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임을 주장했다.
 
“부당한 시설수용은 장애인차별에 해당”
 
 미국의 ‘옴스테디 판결’ 사례
 김 교수는 미국의 ‘옴스테디 판결’을 예로 들며 국가 차원의 개입 필요성을 언급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9년 옴스테디(Olmstead v. L.C) 판결에서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시설 수용은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며 이의 시정을 위한 합리적 변경의 내용에 관한 일응의  기준을 제시했다. 
 이 사건에서 쟁점은 공공서비스 영역에서의 차별금지가 장애인에게 시설보다는 지역공동체 환경의 주거를 제공하여 줄 것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탈시설 권리를 보장하는가의 여부였다.
 연방대법원은 사회공동체에서 생활하면서 그 이익을 향유할 수 있는 장애인에 대한 시설적 주거는 장애인을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없거나 참여할 가치가 없다는 검증되지 않은 가정을 영속시키는지의 여부와 시설수용이 가족관계, 사회접촉, 직업선택, 경제적 독립, 교육적 발전, 문화향유 등을 포함한 개인의 일상적 삶의 활동들을 현저히 감소시키는지 여부를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시설적 고립이 차별의 한 형태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두 가지 명백한 판단근거로 제시했다. 
 이에 따라, 정신장애인은 필요한 서비스를 받기 위하여 장애 때문에 합리적 주거가 제공되면 향유할 수 있는 사회생활에 대한 참가를 포기해야만 하는 것에 대하여 정신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유사한 희생 없이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처우가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연방대법원은 “공공기관은 자격 있는 장애인의 욕구에 적합한 가장 통합된 환경에서 서비스 프로그램 및 활동을 제공하여야 한다.”는 법무부 규정상의 통합규정을 이에 관한 중요한 법적 근거로 제시하며, 주가 지역에 기반한 돌봄 프로그램에 배치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된 자격이 있는 정신장애인에게 부적절한 주거를 제공하거나 또는 계속 시설에 거주하게 하는 것은 장애인을 외부 공동체와 고립시키는 것이며, 이러한 정신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고립’은 장애로 인한 차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에 대한 즉각적인 주거전환의 조치는 주의 정신과전문의가 지역적 주거가 적합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수용보호에서 비교적 덜 제한적인 환경으로 옮기는 것에 관해 관련된 사람들의 반대가 없고 주의 가용자원과 다른 정신장애인의 욕구를 고려할 때 주거의 제공이 합리적으로 이뤄질 수 있을 때에 한하여 인정돼야 한다.”며 주의 지역공동체에 기반 한 주거제공의 책임을 조건부로 인정했다 
 옴스테디 판결 이후 대부분의 주에서 이 판결의 이행을 위한 ‘탈시설 전환계획’(State Olmstead Plans)을 수립하여 시행 중이다.
 
서울행정법원, 장애인 탈시설 소송과정에서 
잠자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 부활시켜
 
 장애인 탈시설 권리의 실현 시도
 한국에서도 미국의 옴스테디 판결의 영향을 받아 사법적 방법에 의한 장애인 탈시설 권리의 실현이 시도됐다. 
 우리나라의 탈시설 인권운동은 3단계로 나뉘는데, 1단계는 2003년 이전에 시설 수용화에 따른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에 대해 개별시설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한 단계와 2단계는 2003년 ‘미신고시설 양성화정책’에 따른 무분별한 시설 양성화와 대규모 시설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 정책 차원에서의 시설거주인 인권확보 및 탈시설 정책의 필요성을 제기한 단계, 3단계는 2009년 이후 거주시설 당사자들이 탈시설을 위한 주거서비스의 제공 등을 요구하며 집단퇴소를 감행하고, 탈시설 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시설거주 장애인에 의해 탈시설-자립생활의 요구가 구체화된 단계다.
 2010년 사회복지사업법상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법 제33조의 2 이하)에 근거해 거주시설 장애인에 의해 2건의 탈시설 청구소송이 제기됐다.
 이들 소송은 형식은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권 행사의 형태로 나타났지만 실질적 내용은 탈시설-자립생활을 위한 사회복지서비스의 청구에 관한 것으로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거주하던 장애인이 해당 시설에서 퇴소하여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을 하기 위하여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에게 주거지원, 생활비(정착금, 생계비), 활동보조지원, 의료·재활지원, 취업지원,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제공을 신청하는 사회복지서비스 변경신청을 한 바,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신청에 대해 거부처분을 하자 각각 서울행정법원과 청주지방법원에 신청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재판 결과, 서울행정법원에서는 원고가 승소하고 청주지방법원에서는 패소하는 상반된 판결이 나왔으며 두 사건 모두 패소한 당사자가 각각 항소를 하지 않아 1심 판결이 그대로 확정됐다.
 서울행정법원은 “사회복지사업법상 시장·군수·구청장은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그 서비스의 제공자가 누구이든지 간에 자신이 사는 곳을 관할하는 시청, 군청, 구청을 방문하여 한 번 사회복지서비스 제공신청을 하면 별도의 추가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서비스제공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창구(이른바 원스톱 서비스/one stop service)의 지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탈시설 지원을 위한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의무가 어디까지인지, 특히 주거지원 의무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장애인 탈시설 소송과정에서 그동안 잠자고 있던 사회복지서비스 신청제도를 부활시킨 점, 시설중심에서 탈시설-자립생활로 복지서비스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계기가 된 점도 그 의의로 평가된다.
 반면, 청주지방법원은 “시설에서 퇴소하여 자립생활로 전환하는 경우에 있어 현행 법령상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특정 형태의 주거지원을 하여야 할 의무는 도출되지 않는다.”고 하여 장애인 탈시설 권리의 성립을 부정했다. 
 김 교수는 “미국 장애인법을 참고해 불필요한 시설화를 장애인차별의 한 유형으로 규정하고, 통합명령과 시설보호 보충성의 원칙을 명확히 규정함과 불필요한 시설화에 대한 적극적 조치의무를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별다른 입법적 조치 없이 현행법 아래에서 가능”함을 언급했다.
 이어, “나아가 (가칭)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 등을 통해 자립생활을 위한 지원서비스와 복지전문가의 훈련, 충분한 재정의 확보 등 탈시설 관련 체제 전환을 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험홈-자립주택 등 전환주거 형식의 
탈시설 장애인 주거지원 로드맵 필요”
 
 탈시설 중간단계 임시거주지 필요성
 이어진 토론에서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조환진 교수는 “시설거주자의 경우 지역사회 정착을 희망하지만 그동안의 사회적 배제와 기회 박탈 등으로 인해 자기결정과 자립기술을 습득하기 힘들었던 이들이 자립 의지와 경험을 증진하는 임시 거주지의 필요성로서 한시적으로 머물며 자립 의지와 경험을 증진하는 임시 거주지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고 이에 정부와 지자체에서 체험홈이나 자립주택과 같은 ‘전환주거’를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체험홈은 1개소에 중증장애인 3~5명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되 1인1실의 입주자의 독립적 공간과 사생활을 최대한 보장해야 하며 거주시설에서 사회로 바로 진입하기에 어려움이 있는 시설거주 장애인들이 체험홈을 통해 사회에서 성공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생활기술 정보 등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체험홈이 1년 이내 비교적 짧은 거주기간을 갖는다면 자립주택은 좀 더 독립적인 주거형태로 공공임대나 민간임대로 가기 전까지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면서 최소한의 보증금 등을 마련할 수 있는 기간 동안 제공되는 주택형태로 볼 수 있다.
 지자체 중 서울시의 경우 저소득 장애인 전세보증금 지원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가 비용을 지원하고 각 구청장이 전세권자가 되어 임대자와 직접 전세계약을 체결한 후, 이 전세주택을 저소득 중증장애인 가구에 무상임대로 제공하는 형태로 거주기간은 2년 거주 후 2회 연장(총 6년)이 가능하며, 지원금액은 2인 이하 가구 7500만원, 3인 이상 가구 8500만원이다.
 2011년의 경우 32가구에 불과해 장기적 예산 확보를 통한 대상 확대가 필요하며, 중앙정부와 협의해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시키는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더블어민주당 홍성대 복지전문위원은 “정부가 올해부터 시행 중인 지자체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의 경우 1,496개를 통폐합하기로 했으며 예산 규모로 1조원이며 연인원 645만 명의 피해가 예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폐지키로 한 사업 중 보육, 저소득층 지원과 함께 가장 많은 것이 활동지원 추가 지원 사업 등 장애인 대상 사업이며, 이 중 탈시설과 관련된 사업이 적지 않다.
 홍 위원은 “장애인주택 개조사업이나 주거급여 추가지원 사업, 가사도우미 지원사업, 재활 서비스 추가지원 사업,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지원사업, 수화통역센터 운영사업 등 지자체 사업이 폐지될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러한 사업들이 폐지되면 탈시설 흐름에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임을 주장했다.
 사회복지법인 인강재단 이승헌 이사장은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 장애인이 자발적 입소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대부분 가족들의 의뢰로 입소가 이뤄진다.”면서 “장애인가족들이 케어의 부담에서 해방되고 마음의 짐을 덜고 적극적으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그것이 서비스 제공의 주된 이유 중 하나”임을 주장했다.
 또한 시설을 운영하는 사회복지법인 자체가 독점이 용이한 구조로 도가니 사건 이후 사회복지사업법이 개정되면서 그나마 지역사회로부터 외부이사 추천이 의무화 되었지만, 그래도 이사 정수의 1/3을 넘지 못하며 나머지 2/3는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이사들을 ‘자가선출’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이런 구조이기 때문에 이사회 내부에서 다수파를 점하게 되면 이사의 추가적인 선임부터 시설장의 임면 등 법인과 시설 운영에 대한 모든 권한을 틀어쥐게 되고 독점이 가능해진다.”면서 이런 사회복지법인 자체가 기형적인 것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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