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제 존재하는 한 맞춤형 서비스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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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제 존재하는 한 맞춤형 서비스 불가능
  • 오유정 기자
  • 승인 2015.12.14 09:45
  • 수정 2015-12-21 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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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개편에 따른 장애인활동지원제도의 전망과 과제
 

  정부가 지난 5월 장애등급제 폐지가 아닌 경·중 단순화 방침을 발표하고 제도 개편 계획안에 따른 시범사업을 실시 중이다. 이 중 서비스 제공기관 및 전달체계 개편안의 주요내용을 살펴보고 활동지원제도의 변화와 과제를 모색하기 위한 토론회가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제정연대 주최로 열렸다.  

 
등급제 존재하는 한 맞춤형 서비스 불가능
개인 욕구-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활동중심 서비스로 변화해야 
 
통합 바우처로 지급 방식 변경
선택권 제한-복지축소 등 우려 
 
 장애등급제 개편…서비스 제공기준
 정부는 지난 5월 장애계와 간담회를 통해 중·경증 장애등급 단순화, 서비스체계 개편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장애등급제 개편 시범사업 계획안’을 내놓았다. 시범사업은 지난 6월 말부터 서울 구로구, 인천 남구 등 6개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12월 18일까지 진행되고 있으며, 이후 평가를 거쳐 내년 6월부터 연말까지 10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2차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 종합판정 및 전달체계 최종안이 내년 연말께 도출될 계획이다.
 개편안의 세부적인 내용으로 ‘의학적 장애기준 개편안’,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안’, ‘서비스 제공기준 개편안’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중 ‘서비스 제공기준 개편안’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통합 바우처 형태로 개편하고 주어진 급여량 범위에서 장애인 개인욕구에 맞게 개별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 
 이날 발제를 맡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현수 정책실장은 장애인 서비스 선택권이 통합적인 바우처 방식에서는 오히려 보장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는 국가가 직접 공급이 아닌 지원 감독만 하고 실제공급은 민간에서 담당한다. 이로 인해 서비스의 내용이나 질보다는 효율성, 공급자 중심”이라며 “바우처 시스템을 통한 서비스는 보장성이 축소되고 선택권은 미미하다. 결국 장애인의 권리성을 침해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2011년 활동보조지원사업이 활동지원제도로 변경된 후, 활동보조,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을 통합한 바우처 제도가 개인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 다양성을 앗아간 사례가 있었다. 또한 2014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 기관 실태분석을 통한 수가체계 개편 연구 최종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2월부터 2014년 1월까지 결제된 전체 건수 중 방문목욕과 방문간호의 비율이 0.5%에 머물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 정책실장은 “정부의 통제 아래 같은 전달체계 안에 들어온 서비스는 결국 낮은 수가와 공급자 인프라에 좌우될 수밖에 없으며 이전에 복지관 등에서 무료 혹은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던 방문목욕과 보건소 등에서 제공했던 방문간호서비스는 사라지고, 활동지원제도 내 비싼 수가의 서비스 항목만 남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조 정책실장은 “가장 필요한 것은 사회복지 예산 확대가 우선으로 전제돼야 한다. 현재 사회복지지출 비율은 2012년 기준으로 국민총생산 대비 9.3%로 나타났고 이는 OECD 국가 평균 21.5%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장애인복지예산을 확대한 이후 다양한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서비스 발굴과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의학적’만 배제된 ‘신체기능 중심’ 
개인의 욕구나 특성 고려하지 않아
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큰 변화 없어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
 현재의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인정조사는 ‘장애인 개인의 욕구나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신체기능 중심의 조사항목 구성’과 ‘욕구조사 결과의 활동지원급여 결정 미반영’, ‘개인의 환경과 사회활동 정도에 대한 평가 미흡’이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기존 활동지원서비스의 급여는 의학적 기준에 맞춰 장애등급 1~3등급으로 나눈 것을 인정조사를 거쳐 다시 4급으로 나눠 기본급여를, 또 1인 독서, 취약가구, 배우자, 출산 등의 추가 급여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개편한 의학적 기준이 배제되고, 1~4급 기본급여 구분이 종합형, 재가형, 자립형, 사회형, 의사소통형으로 나뉘어 주간활동, 방문간호, 자립준비 등의 부가서비스와 기존 추가급여 등이 포함돼 지원된다. 지역생활지원, 직업훈련지원도 새롭게 추가된 부분이다.
 조 정책실장은 장애인복지서비스 지원조사표 조사항목을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사항목에서 추가된 부분은 위험상황 대처, 의사소통, 인지/정신기능, 환경적응 수준 정도이며 항목수도 모두 24로 같다. 
 
 
 조 정책실장은 “현재 인정조사는 개인의 욕구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사항목 구성 등이 가장 큰 문제다. 개편안에서는 현물지원 서비스에 대해 의학적 등급을 단계적 적용 배제했지만 여전히 항목은 신체기능 중심의 항목”이라며 “산정방식이 구체적으로 나오진 않았지만 선택지 개수도 동일하고 총점방식이라고 볼 때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요자 중심 서비스 확대와 예산 증액 필요 
서비스 질 개선 위해 공적 운영체계로 전환을 
 
 활동지원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
 장애인 정책 패러다임이 ‘보호’와 ‘재활’ 중심에서 ‘자립생활’로 변화하면서 장애인 개개인의 환경과 욕구에 부합되는 사회서비스의 확대는 필수적이라 할 것이다. 새로운 욕구가 발생하면 그것은 다른 방식의 대응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새로운 욕구에 대한 대응의 필요성은 늘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뿐 아니라 모든 복지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만큼’ 지원되기 위해서는 시혜가 아닌 권리로서, 공급자 중심의 정책이 아닌 정책의 수요자가 중심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장애인복지는 ‘등급’에 의해 결정되는 구조로 인해 개인의 욕구는 물론 서비스의 자격마저도 획일적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결국 등급제가 존재하는 한 더 시혜적일 수밖에 없고, 맞춤형 서비스로의 변화는 불가능하다.
 이를 변화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신체·가사·사회활동지원과 같은 단순한 활동보조 서비스 중심에서 탈피하고 개인의 욕구와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과 활동중심의 서비스 제공으로 변화해야 한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은종군 정책홍보국장은 “서비스의 총량과 예산 증액을 전제로 한 서비스 종류가 확대되지 않는다면 제도의 도입취지와 목적이 퇴색될 수밖에 없다. 결국 또 나열식, 전시복지의 형식적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유사중복 사회보장사업 정비를 앞둔 상황에서 예산의 증가 없이는 활동지원서비스의 앞날은 암울하다.”고 꼬집었다. 
 또한 은 국장은 “우리나라 사회복지서비스 전달체계는 국가가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지 않고 지원·감독만 하며, 서비스의 실제 공급은 민간에서 담당하는 구조”라며 “이로 인해 사회복지서비스는 서비스의 내용이나 질보다는 관리 운영 측면의 효율성이 강조되고, 소비자 중심이 아닌 공급자 중심의 서비스가 이루어진다. 이러한 문제는 활동지원서비스에도 마찬가지로 바우처 시스템을 통한 사회서비스는 소비자의 선택을 가장한 결과 보장성은 축소돼 이용자의 욕구는 충족되지 않으면서 실질적 선택권은 미미하고 서비스의 질은 문제를 양산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천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전지혜 교수는 “장애등급제를 개편해서 서비스를 일목요연하게 주겠다고 하지만 자칫하면 양이 줄어들 수 있다.”며 “예산 부분은 절대적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공공연구원 김철 연구원도 “예산 증액이 없다면 ‘눈 가리고 아웅’ 수준”이라고 동의를 표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개편안은 장애인 개인이 개별적으로 신청하던 부분을 지자체에서 일괄 처리하는 것으로 바뀌는 것에 그친다.”며 “국가와 지자체는 서비스를 직접 공급하지 않고 민간기관을 감독하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의 질을 제고하고 열악한 활동보조인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공적 운영체계로 전환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은 국장은 대안으로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장애인의 욕구와 선택권이 배제되는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용자가 서비스 사정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개인예산제도나 이용자에게 직접 서비스 구매 비용을 지원하여 선택권을 높일 수 있는 직접지불제도인 서비스 현금지급제도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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