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전생애 위협하는 건강문제, 해결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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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전생애 위협하는 건강문제, 해결책은?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5.12.04 10:27
  • 수정 2015-12-04 1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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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의 장애인은 빈곤과 소득 불안이라는 이중고에 처해 있다.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건강문제’ 역시 질병치료와 예방관리에 있어 불안정한 현실이다. 장애인의 소득과 건강실태 현황을 살펴보고, 장애인들의 건강이 나아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논의의 자리가 마련됐다. 장애인들이 건강하기 위해 정말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었다. 

 

장애인 75.8%가 3개월 이상 계속되는 만성질환 앓아

주치의제도 도입 vs 지역 진료 거점병원 지정해 책임 맡겨야

건강악화 악순환 끊기 위해 장애연금 혜택 확대로 소득보장을

 

질병과 장애의 이중고에 처한 장애인들

지난 11월 1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 누리홀에서는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한국연구재단·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최로 ‘장애인의 나이 들어감에 따른 소득과 건강실태 및 정책방향’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자리에서 주제 발표를 맡은 동의대학교 유동철 교수(SSK 삶의 질과 국민행복 연구팀)는 한국복지패널조사 2014년도 자료 분석을 통해 장애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득과 건강 문제’라고 전하면서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사회와 국가에 가장 요구하는 것은 ‘소득보장(38.5%)’이었고 그 뒤로 ‘의료보장(32.8%)’이었다는 점을 들었다.

또한 동 조사에서 장애인 중 자신의 건강이 매우 좋다고 응답한 비율은 불과 1.3%였으며,

건강검진을 받지 못한 이유 중 10.6%가 경제적인 이유였고, 원하는 때에 병의원에 가지 못한 이유로 58.8%가 경제적 이유라고 답했다. 1년간 월평균 보건의료비 지출에서도 장애인이 비장애인보다 높았다.

비장애인 가구와의 연평균 근로소득 격차 역시 심했다. 특히 40대의 경우 비장애인은 3409만1400원이었으나, 장애인은 2513만2900에 그쳤다. 차이의 이유는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비율이 장애인가구가 훨씬 낮기 때문인데,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를 제외한 나머지 경제활동을 하고 있는 가구를 산출한 결과 비장애인이 장애인보다 더 높게 나타났고, 역시 40대와 50대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장애인이 할 수 있는 많은 특수 경험 중 하나가 ‘조기노화’라는 것이다. 장기간 장애인으로 살아온 인구의 경우 일반인에 비해 15~20년 빠른 조기노화를 경험하고, 특히 발달장애인의 경우 조기노화에 취약해 40대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고 45세 전후에 사망에 이르는 경우가 많다.

이렇듯, 장애인은 질병과 장애를 동시에 가지고 있고, 고액의 의료비 지출로 인한 빈곤화 경향을 내재하고 있어 장애인의 삶의 질을 적정선에서 보장하고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장애와 관련된 소득보장정책을 정비함과 동시에 보건의료서비스 체계를 효과적으로 연계하는 통합적이고 포괄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소득보장’ 돼야 건강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

유동철 교수는 그 일환으로 먼저 주치의제도 도입(관련기사 ?면)을 주장했다. 장애인은 장애로 인한 신체변형 등 근골격계 질환뿐만 아니라 소화기, 순환기질환 등 다양한 2차적 건강문제를 갖고 있다. 이는 2014년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 3개월 이상 계속되는 만성질환을 앓는 장애인의 비율이 75.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부터 짐작할 수 있다.

1차 의료기관은 의원 및 개인병원 등, 의료전달체계의 기본 형태로 환자가 처음 만나는 의료기관이다. 이에 따라 유 교수는 국민이 쉽게 찾을 수 있는 의원의 의사들 중 한명을 주치의로 등록해, 주치의가 자신에게 등록된 환자의 건강상태와 질병상태를 관리하는 주치의제도를 위해 공공의료기관인 보건소를 필수적으로 지정하고, 지역의 자발적인 협력의원을 지정해 주치의를 배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기본적인 건강관리와 예방 조치를 시행하기 위해서다. 또한 중소병원 등이 포함된 2차 의료기관은 지방공사의료원과 함께 병원급 의료기관이 담당하도록 해서 장애인 진료와 관련된 시설과 인력을 배치하고 전문적 진료기능을 하도록 한다. 아울러, 국립대학병원과 대학병원급 의료기관과 권역재활병원이 3차 의료기관의 기능을 하고, 수술 등 고난이 처치를 중심으로 진료를 담당한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은 장애인의 의료에 관한 정책 및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고, 이동성이 떨어지는 장애인을 위해 순회 진료차를 운영하고 이동진료를 시행한다.

아울러 유 교수는 앞선 전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장애인 협력 의원이나 보건소, 병원 등에서 중증장애인을 진료하는 경우 가산수가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장애인 협력 의원 네트워크 구축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문제를 다시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멈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소득보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유 교수는 그 방편으로 먼저 국민연금의 장애연금 혜택 확대를 주장했다. 그를 위해 국민연금 가입률을 높일 수 있도록 취업 기회를 확대하는 근본적 방법 외에, 중증장애인에 대한 사회보험료 지원(임의가입자 포함), 노령연금 조기특례 제도 도입 등을 제안했다.

또한 현행 장애인연금의 개선도 지적했다. 급여수준을 높이는 것도 필요한 것은 물론, 소득과 재산 기준, 부양의무자 기준 적용, 신규대상자에 대한 장애등급 재심사 등으로 급여대상자가 줄어들 수밖에 없어 등록 장애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장애인연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현실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득자산이 아니라 소득획득 능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며, 이를 위해 현행 장애등급제가 아닌 노동력 상실률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유 교수는 아울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장애인가구(약 5.86%)를 수급 대상에 포함시켜야 하며,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장애인 근로능력보다는 필요비용 중심으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정지영 사무국장은 장애인의 소득보장에 필요한 기준을 잡을 수밖에 없는 현행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등급제가 획기적으로 전환되지 않는 한 장애인의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능한 장애인소득보장 정책으로는 노동수입을 기본으로 하는 비장애인가구 소득과의 격차를 줄이는 것도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장애인의 노동능력은 장애의 경중만으로 판단하기 어렵고 장애인이 살아온 환경, 심리적 상태에 따라 취업의 가능성이나 취업의 유지로 소득활동을 지속할 수 있는지가 달라질 것이므로, 수십 년을 장애와 물리적 배제, 사회적 소외를 수십 년 겪어온 노년을 앞둔 장애인에게 최소한의 소득보장만으로는 빈곤을 탈피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산정도 평균치일 뿐이고, 고가의 보장구와 인적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최중증장애인과의 편차는 더욱 클 것이기에 장애인 개개인이 필요한 서비스의 종류와 양을 개별화해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 보전과 국민으로서 기본적 생활이 가능한 소득을 보장할 수 있는 정책을 논의하는 시기가 앞당겨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밖에 충북대학교 아동복지학과 윤상용 교수는 무엇보다도 장애인 보건의료에는 보건과 복지의 연계가 필요하다면서, 서비스의 분절성으로 인한 어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립재활원 중심 거버넌스 체계 확립해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이진석 교수는 장애인 건강권 보장을 위해서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 체계적인 기획과 관리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총 기획과 관리를 담당할 거버넌스 체계가 부재한 실정을 지적했다. 권역별 장애인재활병원이 확충되고는 있지만 이들 병원의 기능을 조정, 관리하는 체계는 매우 부실하다는 것. 그로 인해 각 병원별 운영 현황과 성과 또한 큰 편차를 보이고 있고, 지역사회 재활사업의 경우도 편차가 커 사업의 전문성과 지속성 측면에서 한계가 따라오게 된다.

이 교수는 그에 따라 거버넌스 체계 확립을 위해 국립재활원의 위상과 역할을 재설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애인을 위한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정점에 위치하는 기관으로서의 위상과 기획·관리·평가 권한을 부여하고, 보건의료사업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소관부서 이전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국립암센터를 중심으로 한 지역 암센터의 체계적 관리·운영을 좋은 예로 들기도 했다.

또한 유동철 교수가 제안한 주치의제도와 관련해서는, 복합적인 건강문제와 물리적인 이동의 어려움이 있는 장애인에 대한 진료를 보건소나 동네 의원 같은 일차의료기관에 맡기기보다는, 지역 장애인 진료 거점병원을 지정해 진료 책임을 맡기는 게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가산수가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수가가산 방식만으로는 장애인을 위한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는데, 이유는 ‘수가’라는 것은 환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서 서비스를 이용할 때에 수익이 발생하는 보상 방식이나, 장애인을 위한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환자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일상적으로 인력, 시설, 장비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며, 그 유지비용을 보전하는 데에는 수가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가가 아닌 보조금 방식의 재정 기전이 필요하며, 별도의 기금 신설을 모색하는 방법 역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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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건강권, 인권적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은 최근 장애인의 건강에 관한 사회적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을 고무적으로 평가하면서, 국제사회에서도 건강권을 중요한 인권의 한 요소로 인정하고 있고, 장애특성에 적합한 건강권이 국제적으로 언급된 장애인권리협약 25조를 들어, 당사국들이 장애인이 장애를 이유로 차별 없이 최고로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의 건강을 향유할 권리가 있음을 인정하고 있으며, 당사국은 의료관련 재활을 포함해 성별에 민감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장애인의 접근성을 보장하는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함을 강조했다.

장애인의 건강은 개인적 요인보다 사회, 환경적 요인에 더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개인의 의지와 노력, 단순한 보건의료 자원의 배분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상태다. 특히, 사전 예방적 보건의료서비스와 건강관리가 필요하지만 사회적 인프라가 미흡하게 구축되어 있어서 장애인들은 장애정도와 이동의 어려움과 의료 및 건강관리서비스의 낮은 접근성으로 인해 2차적 장애발생 위험이 높다. 또한 낮은 건강검진 수검률, 전문의료진 부족, 의료검진기구 및 의료기관 접근성 한계 등은 장애인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이문희 사무처장은 장애인건강권의 ‘인권적 측면’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오늘날의 인권틀에서 건강권에 관한 국가의 의무는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는데, 그것은 건강권을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하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 건강권의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관련된 전문인력의 양성과 배치다. 보건의료서비스 제공자들의 장애에 대한 이해 부족과 제한된 지식으로 인해 적절한 시기에 효율적으로 보건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다. 2011년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들은 병원을 이용하거나 진료를 받을 때 가장 불편한 점으로 의사들의 장애특성 이해 및 배려 부족을 꼽았으며(34.8%) 장애인재활병원 및 전문의사 부족 등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재활유목민’ 역시 양산되고 있는데, 국립재활원, 권역 재활병원, 지역 재활의료기관 및 보건소 등 공공의료기관 간 단계별 맞춤형 재활서비스 연계가 부족하기 때문. 권역 재활병원의 하부구조가 전무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재활사업도 제한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현재 급성기 치료 과정이 종료된 장애인들은 2-3개월 간격으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소위 ‘재활유목민’으로 전락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중증질환이나 사고 등으로 병원에 입원한 후 장기간 입원치료가 필요한 재활환자에 대한 입원료와 재활치료비의 과도한 삭감 등으로 충분한 재활치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퇴원하게 된다. 여러 병원에서 입원과 재입원을 반복하면서 전체 재원기간은 증가하지만, 개별 병원에서는 충분한 재활치료를 제공받을 수 있는 적정 수준의 입원기간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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