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의 동료상담의 역할과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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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의 동료상담의 역할과 과제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5.10.23 09:52
  • 수정 2015-10-23 0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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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인천사회복지회관 대강당에서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의 동료상담의 역할과 과제’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자립생활의 개념이 한국에 소개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립생활에 대한 인식과 동료상담에 대한 개념은 혼란 속에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있어서 동료상담의 역할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이 때, 무엇보다 자립생활의 개념과 원칙에 대한 이해와 장애인 당사자성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오간 토론회 현장을 전한다. 
 
 
장애인 동료상담, 개념과 원칙 재정립 필요
장애인의 ‘당사자성’ 중요
 
▪동료상담과 재활상담의 차이
 발제를 맡은 이동석 성공회대학교 외래교수는 자립생활이 한국에 소개돼 정착한 지도 15년이 흐르고 있고, 장애인복지법에 자립생활과 동료상담 조항이 들어감으로써 법제화된 지도 7년이 지나고 있지만, 전문가 영역에서는 장애인들끼리 앉아서 넋두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동료상담이냐는 공격과, 장애인 당사자 영역에서는 장애에 대한 지식적인 이해와 상담기법만을 배워서 장애인을 모아놓고 상담하는 것은 동료상담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면서 현재 ‘동료상담’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해 밝히고, 동료상담의 개념과 원칙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동석 교수는 먼저 동료상담과 기존의 재활상담과의 차별성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의 장애인에 대한 상담은 ‘재활모델’에 입각해, 장애는 개인의 비극이자 책임으로 보고 이를 치료해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같이 변화시키거나 기능을 회복하는 전문가 중심의 재활상담이 핵심이었다. 하지만 재활상담은 장애인 당사자가 실제적으로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공감과 심층적인 이해가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사자성이 없는 것이다. 내담자인 장애인의 욕구는 장애인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지만, 이를 발설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던 것.
 일반적 상담에서는 상담자를 대상화시키고 상담가는 위계적으로 높은 위치에서 해결책을 찾아주려고 한다. 하지만 자립생활 모델에서의 동료상담은 대등한 동료적 관계에서 지지와 경험을 공유한다.
 이때, 장애영역이 다른 경우는 당사자인가 아닌가? 라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질문은 자립생활 철학을 거부하는 것이다. 손상의 다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손상에 대해 사회가 부적절하게 반응함에 따라 나타나는 차별, 억압과 같은 동일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는 관계라고 보아야 한다.
 
 
장애인이 원하는 것을 말할 수 있도록
 
▪동료상담의 역할과 상담의 범위
 동료상담도 인권을 기반으로 실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현장에서 벌어지는 사례들을 둘러싼 사회구조의 한계를 직시하고 분석하며, 거시적인 ‘사회구조’ 개선과, 미시적인 ‘개인의 변화’를 함께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상담의 범위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비의존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적절한 지원이 포함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위해 동료상담가는 피상담자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 이야기에 담겨져 있는 욕구를 파악할 때도 권리관점에 따라야 한다. 이는 피상담자의 욕구를 정의하는 사람이 아닌, 피상담자 스스로가 욕구를 인식하고 정의하도록 돕는 것이다.(만약 욕구를 정의하고 해결방안을 마련해준다면 그것은 재활모델이다). 두려움 없이 욕구를 표출하고 합리적으로 정의할 수 있도록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제공하며, 정서적 지지를 함으로써 욕구 정의를 돕는 것이다. 
 또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할 때,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피상담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주권’을 강조하는 조언자의 역할도 수행해야 한다. 
 즉, 동료상담의 역할은 장애인의 권한(Power)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역량강화와 권익옹호라는 용어가 중요한데, 이것은 앞서 언급된 ‘발언권’과도 관련이 있다. 권력 또는 권한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발언권’이며, 자신의 의사를 당당히 요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동료상담이고, 말을 할 수 있는 능력뿐만 아니라,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권익옹호 역시 장애인의 선호 또는 의사결정에 따라 그것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든 과정을 말하는데, 상담자가 판단해 ‘가장 좋은 것’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이는 자립생활 동료상담의 원칙뿐만 아니라 권익옹호의 원칙에도 어긋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상담자와 피상담자의 평등한 파트너십 관계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양자 간 내재된 권력의 불평등을 성찰해야 한다. 상담자들은 피상담자들에 비해 사회적 권위, 자원배분 권한, 정보의 양 등 모든 면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스스로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는 구조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평등한 관계로 나아가기 어렵다.
 즉 자립생활을 기반으로 한 동료상담이란, ‘장애’를 개인의 손상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한 사회의 실패로 보아야 하고, 그 사회로부터 당한 억압과 차별의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을 기본으로 당사자의 욕구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일정부분 동료상담 기술과 지식이 필요하며, 공식화된 양성과정과 기관의 감독 등도 전제돼야 한다.
 
 
단순한 매뉴얼 중심은 경계해야
 
 이날 경인장애인자립생활센터 강현옥 소장은 발제자인 이동석 교수의 발표에 공감을 표현하면서 몇 가지를 첨언했다.
 먼저 동료상담가의 역할은 ‘당사자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내적, 외적 동기부여를 통해 내면의 변화, 사회적 지원 강화 등 정보와 경험, 타인의 지원을 통해 변화를 스스로 일으키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 물론 그 변화는 짧은 시간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며, 역행도 가능한 점진적인 과정이다. 또 실패가 올 수 있으며, 반드시 비용(시간, 돈, 감정 소비 등)이 따른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또한 양성과정 설립에 있어서 현재 각 지역의 개별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기초상담과 심화 상담과정 등을 사업으로 진행하는데, 이는 동료상담가 양성과정에 해당하지 않으며 상담 과정의 일환에 불과하므로 쉽게 수료증을 주거나 동료상담가로 인정해버리는 경우를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이러한 동료상담을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린다는 것은, 동료상담의 무게감을 반영하는 것이고 실제로도 동료상담은 자립생활을 목표로, 서로가 느끼고 공감하는 정서적 교감부터 목표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문적인 자원연계와 정보제공 등 단순히 동료의 관계를 넘어 한 사람의 인생을 지원하고 지지해주는 역할이기 때문에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사람 중심, 자립생활 이념을 철저하게 인식한 동료장애인이 아닌, 단순히 사회복지 자격증에 의존하고 서비스 매뉴얼 중심의 동료장애인과의 동료상담 결과는 불 보듯 뻔하고, 관여나 충고가 아니라 관심과 지지로, 혹여 실패의 과정이나 역행하는 결과를 낳더라도 실망하지 않도록 격려하고 재도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많은 오해와 실수가 있는 사람도 공정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 사회의 부당한 관습에 함께 싸워주고 변화의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발달장애인 동료상담에 대한 고민 함께할 때
 
▪동료상담의 국내 현실과 대안
 조항주 장애여성네트워크어울림센터장은 동료상담의 국내 현실에 대한 지적과 대안을 제시했다. 먼저 장애인 당사자들의 조직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 핵심적으로 수행해왔던 고유의 사업들은 지역사회 장애인복지관에서도 동일하게 수행하고 있다는 점, 현재 동료상담은 지체장애인 중심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최근 탈시설 이슈와 더불어 발달장애인의 자립생활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고 실제로 ‘새벽지기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발달장애인 동료상담 매뉴얼을 개발하는 등 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므로, 장애인 및 자립생활 센터 내에서 발생한 장애유형을 사이에 둔 위계를 구체적으로 줄여나갈 것과 기존의 신체장애인 중심의 동료상담을 극복할 것을 당부했다.
 조항주 센터장에 따르면, 발달장애인 동료상담도 기존의 동료상담과 마찬가지로 당사자주의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이루어져야 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주요 장애특성은 언어적, 인지적 제한과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제한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발달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바로 이해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 행동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타 유형의 장애특성을 무능력이나 미성숙, 부족함이라 칭하지 않는 것처럼 발달장애인의 장애특성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회적 인식을 바탕으로 정당한 편의제공 수단으로서의 인적 지원이 필요한데, 현재 발달장애인 동료상담가에 대한 리더가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국외의 경우, 지원자, 조력자, 안내 도우미라는 용어로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는 사람을 표현하는데, 이러한 조력자들은 발달장애인을 지원하되 의존하게 하지 않는다.
 동료상담의 특성상, 위계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담과정이 발달장애인을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 주도의 방향성을 가지고 발달장애인의 자유행사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조항주 센터장은 몇 년에 걸쳐 발달장애인 동료상담 매뉴얼을 만들고 진행하면서 이것이 오히려 동료상담의 가치를 훼손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도 함께 하게 됐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모든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해야 한다는 것. 발달장애는 진단명을 ‘스펙트럼’이라고 명칭을 부여할 만큼 개개인별로 모두 다름을 전제로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고, 여러 가지 동료상담의 과정을 통해 자기발설과 자기결정의 과정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의무라고 강조했다.
 
 
동료상담가부터 감정해방 경험 있어야
 
 김순미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무엇보다도 동료상담을 배우는 자신이 먼저 감정 해방을 받아야 그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전문적 지식만을 고집하고, 그것을 입증하는 학벌이나 자격증 등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그런 사람만이 동료상담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라는 것.
 김순미 센터장이 소속된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서는 2014년부터 탈시설 및 재가 장애인을 대상으로 멘토링 동료상담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시설에 거주하던 한 사람이 체험홈으로 탈시설하는 큰 성과가 있었다. 김순미 센터장은 동료상담 교육시간이 끝나고 참여자들이 머무는 방으로 가서 편한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눌 때, 함께 했던 참여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자신들의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진정한 동료상담을 경험했다고 전한다. 같은 입장에서, 먼저 경험한 이들이 앞으로 탈시설 및 재가를 생각하는 이들에게 더 많은 정보와 경험을 나누는 그런 역할들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순미 센터장은, 누군가는 전문성을 강조하고, 누군가는 먼저 경험한 이들을 강조하는데, 무엇이 정답이라고는 할 수 없으므로 내담자가 원하는 방식 등으로 동료상담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예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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