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강화와 개정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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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강화와 개정 방향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5.10.23 09:48
  • 수정 2015-10-23 1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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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차법)이 시행된 지 7년이 지났음에도 우리 사회에서의 장애인차별은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며 또한 시대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효성 강화와 개정 방향 모색 토론회’가 지난 7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주최로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장차법 시행 7년차…장애인차별 구제기능 제대로 못해
발달장애인 편의제공 등 실효성 강화 위해 전면 개정해야

장애개념, 인권적·사회적 모델로 변화 필요

▪장차법 개정방향

이날 주제발표를 맡은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시행된 지 7년차를 맞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2015년을 살아가고 있는 지금 장애인차별 구제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한 상황”임을 주장했다.

장차법은 제1조에서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신체적 장애인과 청각장애인,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지만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은 빠져 있으며 관광, 고용, 여가생활 등 다양한 영역의 편의를 위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며 실효성 강화를 위한 장차법 전면개정 방향에 대해 언급했다.

장애 개념= 장차법은 제2조 1항에서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는 장애를 손상 중심적이고 의료적인 모델로 다루는 것으로 장애인의 사회생활 제약을 개인의 문제로 인식하게 만드는 문제가 있다.

“장애인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고 규정한 장애인권리협약을 참고해 장애의 개념을 인권적·사회적 모델로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장차법은 고용, 교육 영역 등에서 편의제공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편의제공의 내용은 확대독서기, 수화통역사, 휠체어 접근로 등 신체적 장애인을 위한 것이 대부분이다.

구체적인 편의제공의 내용에 발달장애인에 대한 것이 빠진 것은 장차법 제정 당시 발달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기 때문으로 지적장애 또는 자폐성장애를 가지고 있는 발달장애인의 편의를 위한 내용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장차법뿐만 아니라 장애인편의시설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서도 발달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거의 언급이 없다.

따라서 고용과 교육 영역 등에서 사용자 또는 교육책임자 등의 편의제공 의무에 쉬운 단어나 그림으로 표현된 문서, 음성으로 녹음된 자료, 동영상 자료 등 발달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보조수단의 제공 등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

정보접근권= 장차법 시행 이후 7년이 지난 현재, 국민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대가 되었음에도 법은 바뀐 환경을 전혀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아직까지 정보통신 관련 제조업자의 정보통신제품 장애인 접근성 보장에 관해 노력해야 한다는 선언적 규정에 머무르고 있는 장차법 제23조 제2항을 의무조항으로 개정이 이뤄져야 하며, 모바일기기 등 새롭게 개발되는 기기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과 재화제공자가 상품정보 등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점자, 큰 문자, 음성 등 장애유형별 특성에 맞게 제공하도록 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고용과 교육 영역에서의 편의제공 내용으로 정보접근에 대한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문화향유권= 최근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에 대한 관심은 높아져 가고 있지만 장애인의 영화관람 환경은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장차법은 제21조 제5항에서 출판물 발행사업자와 영상물 제작·배급업자에게 장애인을 위한 편의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의무를 부여하고 있으나 이는 임의규정에 불과해 장애인의 영화관람을 비롯한 실질적인 문화접근권 보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출판물 발행사업자와 영상물 제작·배급업자에게 장애인이 비장애과 동등하게 출판물 또는 영상물을 접근·이용할 수 있도록 장애인 이용편의 서비스 제공을 의무화하고, 영화상영관 경영자에게도 한글자막 또는 화면해설이 제공된 한국영화를 의무적으로 상영하도록 하여 장애인의 정보접근권과 문화향유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 제정 당시 흠결된 장애인의 관광활동에 대한 차별금지에 관한 규정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

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서의 차별금지=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 제공에 있어서의 장애인차별금지와 관련해 사법기관의 경우 사건관계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형사사법 절차에서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그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도록 하고 있다. 반면에 행정기관의 경우에는 그러한 규정이 없다. 따라서 행정기관의 경우에도 행정서비스 신청인이 의사소통이나 의사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가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조력을 받을 수 있음과 구체적인 조력의 내용을 알려주도록 개선이 요구된다.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 장차법은 제33조에서 임신·출산·양육·가사 등에 있어서 장애여성의 강제 및 배제금지(제2항), 사용자의 직장보육서비스 이용 등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제3항) 등이다. 임신, 출산, 양육, 가사, 보육 등은 장애여성과 장애남성의 공통된 문제임에도 법에선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에 규정함으로써 이 문제가 장애여상만의 문제인 것처럼 여겨지게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에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이 아닌 모·부성권을 규정한 제29조나 사용자의 편의제공의무를 규정한 제11조와 같은 일반조항에 규정함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법원의 구제조치에 대한 재판관할=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장애로 인한 차별 등에 대한 구제조치 소송은 행정법원의 관할에 해당한다. 그런데 행정소송에서 국가나 지자체에 대한 의무이행소송을 인정하지 않고 있어서 행정법원에서 구제조치 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장차법 시행 7년이 지난 현재까지 국가나 지자체를 상대로 한 법에 따른 장애인 차별에 대한 구제조치 소송의 관할에 대해 대법원의 판단은 없었고 하급심 판결은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다.

따라서 개정안은 장애에 의한 차별의 구제조치의 관할을 민사법원 합의부로 하는 등의 규정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서의 복지서비스 사각지대 금지 규정 포함돼야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 등 변화에 맞춰 장애개념 새롭게

▪장차법 실효성 강화

이어진 토론에서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양영희 회장은 “학교 내에 보조교사가 배치돼 있기 때문에 활동보조인이 학교에 들어갈 수 없는 것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며 “학교에 장애인 화장실이 있다고 해서 선생님들이나 보조교사들이 장애인의 화장실 뒤처리를 도와주어야 하는 의무는 없으며 그랬을 때 장애학생은 교사들이나 학생들의 눈치를 보면서 부탁을 해야 하는 것 자체가 장애인 차별”임을 주장했다.

이어, “학교생활뿐만 아니라 직장에 다니는 장애인들도 근로지원인제도가 있긴 하지만 일부 적은 숫자에 장애인만 이용하고 있는 상황이며 워드나 복사가 힘든 장애인은 활동보조가 같이 도와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조차 할 수 없게 지침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횡포 아니냐.”며 “장애인의 일상적인 생활환경에서의 복지서비스 사각지대에 대한 장차법상의 규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또한 “뇌병변장애인의 경우 언어장애 때문에 경험하는 차별이 많으며 신체적 특징이 남들과 다르다 보니 첫 인상부터 차별을 겪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며 장애유형별 차별금지 행위를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위원에 장애인 당사자를 배제하고 장애차별 판단에 대한 심각한 수준의 보수성을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시정권고라는 수단만을 가지고 차별을 해결하는 인권위보다는 법원이 더욱 효율적일 것”임을 주장했다.

장차법 제4장에서는 장애인차별시정기구 및 권리구제를 위한 전달체계로 국가인권위원회와 법무부장관, 법원을 언급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 피해자 등의 진정을 받아 시정권고를 할 수 있으며 법무부장관은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지만 피해가 심각하고 공익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인정된다. 실제로 법무부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린 경우는 이제까지 단 한 건에 불과했다.

반면 법원은 차별행위에 대해 임시조치를 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별행위의 중지, 임금 등 근로조건의 개선, 그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다(제48조). 또한 이행기간을 정하고 그때까지 이행하지 않을 경우 늦어진 기간만큼 금전으로 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다.

이 처장은 “장애인차별 시정 및 권리구제가 법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장차법의 전면개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면서 “법원 행정처에 장애인정책 책임관 배치, 장애인사법정책위원회 및 자문위원회 운용, 장애인지원센터 또는 전담직원(코디네이터), 장애인단체와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조직 구축이 필요”함을 주장했다.

한국농아인협회 김철환 부장은 “장애개념의 정의는 장차법의 제정 당시부터 뜨거운 논쟁이 있었다. 당시 정부의 입장은 인권적·사회적 모델을 선뜻 수용하기에 부담을 느꼈었다.”면서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 등 정책의 변화에 맞춰가기 위해서라도 장차법의 목적에 부합할 수 있는 장애 개념을 새롭게 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장은 “평생교육의 경우 관련법에 근거가 있다 하지만 장차법에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정부에서 책임 있게 장애인의 평생교육 차별금지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다.”며 장차지법 개정 시에 보완돼야 함을 주장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김치훈 정책연구실장은 “장차법 개정 필요성의 논거를 잘 정리해서 제시하는 것과 함께 우선은 법 개정의 기본 방향이 세워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예를 들어 법 개정의 범위를 장애 개념을 포함하여 전면적인 검토와 개정의 방향으로 갈지 아니면 부분적인 개정만으로도 충족될 수 있는지가 판단돼야”함을 주장했다.

김 실장은 “장차법 시행 이후에 제정 혹은 개정된 타법들(국제장애인권리협약, 발달장애인법, 장애인복지법)과 현재 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는 법률(‘P&A법’)과의 관계를 법 개정에 있어 어떻게 고려할지도 그 방향이 서야 하며 또한 법 개정의 적절한 시기에 대한 판단과 더불어 어떤 방식으로 이해관계자들을 참여시켜 법 개정 논의를 전개할지, 이런 몇 몇 중요한 사항들에 대한 대강의 기본적인 얼개가 제시되고 그에 대한 장애계 내의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이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임을 주장했다.

P&A제도 도입 등 장차법 개정 지속적 논의 필요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이석준 과장은 “장애인차별 사건을 조사하면서 조사관들이 가장 많이 부딪히는 문제가 발달장애인의 편의제공 문제다. 장애정도에 따라서 읽기 능력 등을 제공한다고 해도 해석하는 능력에 대해 표준적인 기준 설정조차 안 돼 있다.”며 “쉬운 단어, 그림으로 표현하는 매체 소소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웅년 사무관은 “장차법의 시대적 변화에 따른 개정은 필요하다고 느낀다. 다만 정보통신 부분에서 모바일 접근은 현재 모바일에 대한 정의가 없다며 모바일에 대한 정의를 만들고 이후 장차법에 추가시켜야 하지 않은지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며 “P&A(Protection & Advocacy, 보호 및 권리옹호)제도 도입 등 장차법 개정은 지속적 논의가 필요”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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