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엔 장애가 없다…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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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엔 장애가 없다…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나다’
  • 고은별 기자
  • 승인 2015.08.24 13:10
  • 수정 2015-08-24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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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마포구 홍대 일대를 뜨거운 예술 열기로 가득 채웠던 ‘페스티벌 나다’가 지난 11일부터 16일까지의 여정을 마치고 성대한 막을 내렸다. 장애인이건 비장애인이건 아무 상관없었다. 모두가 한 자리에 모여 예술로 하나 됐던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예술로 하나 된 장애인과 비장애인

 

지난 8월 11일부터 16일까지 마포구에 위치한 복합문화예술공간 네스트 나다와 KT&G 상상마당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하는 다원예술축제 ‘NADA Art & Music Festival(페스티벌 나다)’이 개최됐다.

올해로 4회를 맞이한 페스티벌 나다는 장애인 등 취약계층의 문화예술 활동을 지원하는 (주)HB기획이 ‘예술’을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더불어 즐길 때 장애와 장애인을 향한 선입견과 편견을 깨뜨릴 수 있다는 믿음 속에서 시작됐다.

다양한 장르의 장애인 예술가와 비장애인 예술가의 협업을 통해 완성되는 페스티벌 나다는 미디어아트 전시 속에서 펼쳐지는 라이브공연, 시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 아트, 베리어프리 영화상영, 장애인 문화예술 교육을 주제로 한 포럼 등 다채로운 콘텐츠로 이루어졌다.

페스티벌 나다는 지난 3년 간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이의 고정관념의 벽을 허무는 뜻 깊은 역할을 해왔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공간에서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고 함께 즐기는 축제의 장이 되어가고 있다.

 

장애인을 향한 배려가 돋보인 페스티벌

 

페스티벌 나다의 장애인을 향한 배려는 단연 독보적이었다. 가장 놀랐던 점은 축제 내용 속에 청각장애인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뮤직 페스티벌을 국내 최초로 기획하고 진행해왔다는 것이다.

‘암전 공연’이라 불리는 이 뮤직 페스티벌은 청각장애인이 라이브 공연을 함께 관람할 수 있도록 깊은 진동을 느낄 수 있는 음향 시스템, 소리를 대형 스크린으로 실시간 시각화시키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 작업, 객석에 설치된 체감형 진동스피커, 대형 스크린을 통한 수화통역, 모바일 폰 실시간 자막서비스 등의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청각장애인용 서비스는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라는 편견을 깨준다. 쿵쿵 좌석을 울리는 진동은 피부를 자극시키고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인터렉티브 미디어아트는 눈만으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이번 공연 역시 매년 사회를 맡아온 연예인 홍록기씨가 진행했으며 로맨틱펀치, 마리서사, 밴드 황정민, 배희관 밴드 등의 뮤지션이 참가했다. 모든 뮤지션은 스테이지당 한 곡은 암전공연 형태로 공연했다. 미디어아트에는 김경민, 남지우, 박효준, 백주미, 송주형, 송은성, 이혜리 등의 전문가가 참가했다.

본 공연에 대해 페스티벌 나다 관계자는 “암전 공연은 시각이라는 감각이 사라졌을 때 다른 감각들이 활성화되면서 온몸으로 공연을 즐기게 되는 색다른 공연 환경을 제공하여 장애는 ‘감각의 부재’가 아닌 ‘감각의 차이’라는 축제의 취지를 함께 한다.”고 설명했다.

시각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는 퍼포먼스 거리공연 역시 눈에 띄는 부분이었다. 이 공연은 비장애인도 다양한 유형의 시각장애체험 도구를 통해 함께 퍼포먼스를 즐기면서 시각장애를 이해하고 그 감각을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했다.

 

포럼부터 영화까지 풍성한 볼거리

 

페스티벌 첫날을 장식한 건 포럼이었다. 박지영 예술강사, 김민정 스페셜 아츠 센터(Special Arts Center) 대표, 김용우 휠체어 무용수, 김혁건 대중음악강사, 김환진 장애인문화예술기획자, 정원인 장애인문화예술기획자 등이 참가한 ‘NaDa- idaea’라는 명칭의 포럼에서는 각 분야별 문화예술 관련 전문가가 강연, 시연, 공연 등의 형태로 자신의 이야기와 문화예술에 대한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장애인작가 작품전시에는 자폐성장애 작가인 한부열 작가와 박태현 작가가 참가했다. 한부열 작가는 30cm자를 이용해 그린 인물작품을 전시했다. 인물의 모습을 다각형으로 표현하면서 뒷모습까지 투시해 그린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가 인상 깊게 다가왔다. 종이공예 작가인 박태현 작가의 작품 역시 놀라웠다. 이날 전시회에는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색색의 종이인형들이 전시됐는데 모두가 재활용품이 활용된 작품이었다. 박태현 작가는 종이공예를 즉석에서 시연하기도 했는데 빠른 속도로 도면도 없이 종이를 자르고 붙이며 공예품을 만드는 모습은 주위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샀다.

나눔 콘서트에서는 홍대를 대표하는 휴이, 드림보트, 밴드 렛츠, 배회관밴드, 바이올렛트리, 입술을 깨물다 등의 인디뮤지션들이 총 출동해 ‘따뜻한 밥 한 끼 나누기’를 주제로 나눔 공연을 진행했다. 수익금은 전액 마포구청을 통해 지역 무료배식소로 전달됐다.

페스티벌 마지막 날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배우들의 라이브 더빙과 생생한 변사해설을 곁들인 에로베리 상영작 영화 ‘친절한 가정부’가 상영됐다.  

<인터뷰>

▲ 오른쪽부터 박태현 작가, 어머니 김선화씨

 

“종이인형으로 세상과 소통해요”

박태현 작가/ 자폐성장애1급, 한국장애인예술협회

 

박태현 작가에게 작품은 단순히 작품이 아닌 ‘친구’다. 그가 다니는 곳에는 늘 종이인형들이 함께한다. 멀리서 한 눈에 그를 알아본 것도 그와 동행한 종이인형들 때문이었다.

그의 첫 장애명은 반응성 애착장애였다. 반응성 애착장애의 경우 꾸준한 교육을 통해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사의 진단을 듣고 그의 어머니인 김선화씨는 물심양면으로 아들을 지원했다. 언어치료, 놀이치료, 행동치료, 약물치료 등 할 수 있는 건 다했지만 장애의 증상은 날로 심해져갔다. 결국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는 자폐성장애1급 진단을 받게 됐다.

가족의 상심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었다. 한동안은 절망에 빠져 모든 걸 포기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그러나 그 좌절의 순간에도 희망은 찾아왔다고 어머니 김선화씨는 말했다.

“대화는 물론 눈 맞춤조차 안 되고 늘 산만했던 태현이가 어느 날부터인가 그림 그리기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연필이나 색연필, 크레파스 등으로 그림을 그릴 때면 정말 얌전했어요. 그러다가 점차 색종이에 관심을 두더니 어느 날부터 색종이를 오리고 붙이며 인형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가족과도 이야기를 잘하지 않던 태현이가 자신이 만든 인형과는 주저리주저리 이야기를 하고 재미있게 노는 것이었죠.”

그에게 종이인형은 세상과의 소통이었다. 종이인형을 친구 삼아 답답한 세상 속에서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하나둘 종이인형이 늘어갈수록 사회성도 늘어갔다.

재능을 알아본 건 그의 어머니였다. 미술을 가르친 적도 없는데 처음에는 평면으로 시작된 캐릭터들이 점차 입체적인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고 관절이 움직이는 인형을 만들어 내는데 까지 이르렀다. 도안도 없이 손 가는 대로 척척 작품을 만들어내는 아들을 보며 김선화씨는 아들의 재능을 보다 전문적으로 키워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고등학교 입학을 하면서 기회가 찾아왔다. 학교에서 그의 재능을 알아보고 장애인경진대회에 출전하도록 기회를 준 것이었다. 그는 그해 처음 참가한 장애인경진대회에서 우승의 쾌거를 거두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시동을 걸었다.

첫 전시회는 강남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이뤄졌다. 그의 작품을 보고 복지관 측에서 전시를 해보자며 연락이 온 것이었다. 그렇게 2010년 열린 ‘사람+사람 워크숍 사진전’을 시작으로 지난 5년간 꾸준한 전시를 해왔다. 개인전은 물론 대한민국미술대전, 국제교류전, 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특별전, 이번 나다 페스티벌 전시회까지 현재 스물 셋의 나이지만 열 번 넘게 전시회를 가졌을 만큼 그는 이미 인정받는 작가로 통한다. 올해에는 장애인예술협회에 정식으로 작가 등록까지 마쳤다.

그의 어머니는 전시회를 꾸준히 하는 이유가 단순히 그의 직업적 이력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태현이는 자신의 작품이 다른 사람들 앞에 전시되는 것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있어요. 전시회가 있는 날이면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질문에 자신 있게 대답하기도 하고 즉석에서 종이공예 시연도 하며 전시회 자체를 온몸으로 즐긴답니다.”

그는 작가 활동뿐 아니라 강사활동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유치원과 학교를 찾아다니며 어머니와 함께 장애인식개선수업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찾아가는 미술관’이라는 명칭의 수업은 그와 김선화씨의 환상적인 호흡으로 진행된다. 박태현 작가가 먼저 종이를 오리고 붙이면 그의 어머니가 그 과정을 설명하는 식이다. 그의 빠른 손놀림을 따라오지 못하는 학생들에게는 그가 직접 코치를 해주기도 하고 때로는 원하는 작품을 만들어 선물해주기도 한다. 이렇듯 자폐성장애가 있는 강사와의 자연스러운 수업은 듣는 학생들로 하여금 절로 장애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을 심어준다.

반응도 뜨겁다. 작년 강남 일대 병설 유치원을 시작으로 올해만 해도 송도중학교, 동인천고등학교 등 인천 내 중·고등학교 6개교에 찾아가 수업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달력의 스케줄이 빼곡하다. 혜화역에서 전시를 할 때 아이들의 반응이 굉장히 뜨거웠던 것에서 착안해 가볍게 시작했던 장애인식개선 강사활동이 그의 거주 지역인 인천은 물론 서울, 경기지역까지 입소문이나 여기저기서 장애인식개선수업을 요구해 오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작가와 병행하며 전문 장애인식개선 강사로 활동하는 것이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영역을 넓혀보겠다는 것이 그가 가진 꿈이다. 이미 베트남과 일본에서 전시를 비롯해 유치원에 찾아가 수업을 했던 경험도 있다.

그의 어머니는 장애인식개선 강사로서의 그의 가능성을 높게 샀다. “우리 태현이는 학생들과의 만남이 기대되나 봅니다. 수업이 있는 전날이면 전시할 작품들을 손질하고 당일에는 차량에 모든 준비물을 직접 챙기고 즐거움과 기대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박태현이 간다!’ 하고 외칩니다. 본인 스스로가 작가로서, 또 강사로서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작품을 공유하는 데 굉장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박태현 작가는 오늘도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꿈을 꾼다. 그의 꿈과 그 순수한 열정이 세상 곳곳에 퍼져나가길 기대해본다.

 

<장애인식교육 ‘찾아가는 미술관’ 참여 기관 모집>

연락처: 김선화 010-8321-4677

참여대상기관: 관공서, 복지관, 학교 등

*기관 내 행사 등에도 참여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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