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권리보장, 국제인권법규 안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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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권리보장, 국제인권법규 안에서 어떻게 발전해왔나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5.07.24 10:13
  • 수정 2015-07-24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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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인권규범의 확장과 상호 관계를 알아보고자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변용찬)이「장애인 권리보장에 관한 국제인권규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인권규범의 흐름 안에서 장애인권리보장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연구보고서 발췌를 통해 살펴보기로 한다. 

 

5대 국제인권규범 중 아동권리협약만 적극적 장애 포괄적 조약

국제기준에 바로 선 ‘인권’

 

2차 세계대전 이후 인권의 국제화가 진행되면서, 인권문제는 단일 국가의 자의가 아닌 국제기준에 맞추어야 한다는 국경을 초월한 범세계적 의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극단적인 봉건적 가치관을 가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북미와 유럽 등 선진국을 표방하고 있는 국가들에겐 공통분모로 ‘인권’에 대한 합의가 일정부분 이루어져 있다.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부터 2006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및 강제실종방지협약에 이르기까지 다수의 국제적 규범들과 조약기구들이 존재한다. 장애인, 여성, 아동 등 인권적 접근이 요구되는 사회적 취약층에 대한 특정적 국제인권조약 등도 등장했으며, 1971년 정신지체인 권리선언을 시작으로 장애 특정적 국제인권규범이 등장했고, 2006년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됐다.

이에 한국장애인개발원은 ‘5대 국제인권규범(세계인권선언, 자유권 규약, 사회권 규약,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 철폐에 관한 협약, 아동권리협약)’ 및 ‘장애 특정적 국제인권규범’을 분석해 향후 장애인 권리보장의 추이를 전망하고 보다 나은 장애인 권리보장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제언을 전했다.

 

5대 국제인권규범, 보편적 인권규정 준수

장애인 인권은 소극적 포괄

 

인권이란 인간의 존엄성에 기인한 개개인의 필수적인 권리를 법률적으로 표현하려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즉 19세기 이후의 다양한 전쟁과 같은 반인륜적 역사적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인간존중을 위한 권리를 법제화할 필요를 느끼게 되면서, 국제인권규범으로 발전하게 됐다.

특히 1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제연맹, 국제노동기구 등 최초의 국제기구들이 등장했고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국제연맹보다 더욱 강력한 국제연합(유엔)이 출범했다. 이후 유엔은 세계인권선언을 시작으로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을 채택하면서 국제인권규범의 기틀을 확립하는 데 기여했다.

국제인권규범의 발달은 인류 역사가 야만의 시대에서 이성과 법의 시대로 전개되도록 했으며, 유엔의 정치적 영향력의 확대와 함께 이루어졌다. 또한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국제인권규범의 발달로 유엔이라는 세계정부 하에서 인권규범을 통해 인류의 보편적 인권규정을 준수하고자 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국제인권규범 내 장애인 관련 조항을 살펴보면 ‘세계인권선언’은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와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권리로 구성되었으며, 각각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으로 발전했다.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은 권리보장을 위한 사회적 조치를 다루고 있으나, 장애인과 같은 특정적 사회적 약자층에 대한 별도의 고려나 언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이에게” 동등해야 함과 “인종, 성별…개인적 신분 등으로” 차별되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전인류 포괄적인 성격을 보이고 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남녀의 동등한 권리보장을 주요내용으로 담고 있으나 장애인에 대한 별도의 고려나 장애여성의 특수한 상황, 욕구에 대한 언급은 없어 소극적 장애포괄의 특징을 보였다.

‘아동권리협약’은 장애아동의 교육, 고용, 의료 등 사회 전반적 지원을 언급하는 등 장애아동의 권리에 관한 내용을 언급하고 있어 적극적 장애 포괄적 규약으로 평가된다.

정리해보면, 국제인권규범들 중 장애인을 별도로 언급한 규약은 아동권리협약뿐이나,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이 장애인권리협약의 근간이 되고 있으며, 여성차별철폐협약이 장애인권리협약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대등한 권리보장을 논하는 데 기초 자료가 되는 등의 영향을 주어 다른 인권규범들이 장애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즉, 5대 국제인권규범 중에서는 아동권리협약만이 적극적 장애 포괄적 조약으로 나타났으며, 세계인권선언, 자유권 규약, 사회권 규약,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장애인을 별도로 명시하지 않았고, 장애인지적이지 않은 소극적 장애포괄성을 보였다.

 

장애인권리협약, 국제인권조약들의 기본정신 담아

 

미국에서 시작된 장애인권리투쟁을 계기로 ‘정신지체인의 권리선언’, ‘장애인권리선언’ 등의 국제화된 문서가 나타나면서 장애인 문제를 복지가 아닌 인권의 문제로 바라보아야 한다는 인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유엔총회에서 ‘장애인권리협약’이 채택되면서 인권의 적용범위를 장애인을 포함한 개념으로 확대하고 장애인의 인권구현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장애 특정적 국제인권규범의 발달은 기존 인권규범이 사회적 약자의 상황과 욕구를 고려하지 못해 등장하였으며,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권보장에 대해서 국제사회가 함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의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적 노력으로 등장했던 1971년 정신지체인 권리선언, 1975년 장애인권리선언 등은 선언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1993년 발표된 ‘장애인의 기회균등을 위한 표준규칙’은 앞선 선언들과 달리, 당사국의 장애인 정책의 가이드라인이 되거나 국제적 관습법으로 작용될 수 있는 구체적인 안을 제공함으로써(“국가는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최선의 자립성과 기동성에 도달, 이를 유지하도록 하는 재활 서비스 규정을 마련해야” 등) 장애인의 사회참여와 자립을 위한 국제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를 발판으로 마련된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은 장애인의 자유권 및 사회권 보장을 포함하여 기존의 국제인권규범의 전반적인 내용을 포괄하고 있다.

장애인권리협약은 총 4부로 나누어지며 50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조에서는 협약의 목적에 대하여, 제2조와 제3조에서는 정의와 일반원칙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협약의 기본원칙으로 제3조에서는 장애인의 고유한 존엄성과 개인적 자율성 존중, 비차별, 장애인의 사회 참여와 통합, 인간 다양성을 인정하는 일환으로 그리고 인도주의에 기하여 장애인의 차이를 존중하고 수용할 것, 기회의 균등, 접근성, 여성과 남성의 평등, 장애아동의 발전능력과 장애아동의 자아유지의 존중을 들고 있다.

제4조부터 제32조까지 장애인의 권리와 장애인에 대한 체약국의 의무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내용의 대부분은 자유권 규약, 사회권 규약, 그리고 고문방지협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이러한 인권을 다시 한 번 명시함으로써 이러한 인권이 장애인에게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다른 협약에 없는 특이한 내용으로는 장애인의 존엄성과 인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국가의 의무(제8조), 국가의 공공시설이나 정보 등에 대한 접근권(제9조),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권리와 공동체에 통합될 수 있는 권리(제19조), 개인적 이동권(제20조), 재활권(제26조), 정치적 그리고 공공적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제29조), 문화․오락․스포츠 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제30조) 등이 있다.

제31조에서는 체약국이 장애인에 관련된 통계와 자료를 수집하여 이용하는 것에 대해, 제32조에서는 국제협력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제33조에서는 체약국의 국내에 장애인인권 정책을 시행하고 감시할 수 있는 국내기관을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제34조부터 제39조에 걸쳐서는 장애인인권위원회의 구성과 역할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특히 제35조에서는 체약국의 보고서 제출에 대해 규정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2년 이내에 그 후에는 매 4년마다 보고서를 제출할 것을 들고 있다. 제40조부터 제50조에 걸쳐서는 조약의 발효와 개정 등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선택의정서가 있는데, 장애인인권위원회가 개인의 고발을 심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제1조-5조)과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장애인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제6조-7조)에 대해 규정하고 있으며, 한국정부는 선택의정서를 채택하지 않았다.

본 장애인권리협약은 세계인권선언에서 발표된 인권의 기본가치인 평등과 차별금지의 정신에 입각하고 있으며, 보다 구체화된 자유권 규약의 내용과 사회권 규약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장애인권리협약은 여성차별철폐협약과 아동권리협약으로부터 사회적 취약층에 관한 국제인권규범의 기본 틀을 차용했으며, 장애인권리선언과 장애인의 기회균등을 위한 표준규칙의 전체적인 내용들이 반영되어 있다.

즉,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인권규범은 세계인권선언을 뿌리로 하여 자유권 규약과 사회권 규약의 양 축이 모두 반영되는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또한 장애인권리협약의 이행 및 모니터링 체계 역시 여타 인권규범이 가동하고 있는 위원회와 같은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서, 장애인권리협약이 5대 국제인권규범과 상호작용하며 가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장애 포괄적인 인권규범으로서의 역할 강화돼야

 

개발원은 본 연구서에서, 그동안 장애인권리협약이 기존의 인권규범으로부터 상당부분 영향을 받아 조항이 완성되었다면, 앞으로는 장애인권리협약은 자유권 규약이나 사회권 규약과 같은 주류적 국제인권규범이 장애 포괄적인 인권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영향을 주어야 할 것과, 장애 특정적 국제인권규범의 이행과 관련해서 유엔은 현재 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하지 않은 개별국가들에 대해 장애인권리협약 및 선택의정서 비준을 촉구하고, 비준한 국가에 대해서는 주류적 국제인권규범과 더불어 장애인권리협약이 각 당사국의 장애인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이행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한 장애인 권리보장을 위한 국제인권 규범이 기존의 인권규범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5대 국제인권규범과 장애 특정적 인권규범은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출처: 한국장애인개발원, ‘장애인 권리보장에 관한 국제인권규범 연구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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