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서비스 현금지급방식 도입 가능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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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서비스 현금지급방식 도입 가능성은?
  • 고은별 기자
  • 승인 2015.07.10 09:56
  • 수정 2015-07-10 11: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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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국회장애인복지포럼, 국회 김정록, 최동익 의원이 주최한 ‘장애인 복지서비스 현금지급방식 도입 가능한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장애인 복지서비스의 현금지급방식에 대한 가능성을 놓고 토론자간의 극명한 의견대립이 오갔다. <고은별 기자>
 
“예산 확대가 먼저” vs “국가 조절 시스템 도입이 관건”

우리나라 장애정책, 장애당사자의 자기결정권 ‘배제’  
영국 등 세계적 추세따라 서비스 현금지급 논의 필요    
 
 발제를 맡은 성공회대학교 김용득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장애관련정책은 대부분 장애를 의료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관련정책은 생계지원, 시설지원 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보충적 복지정책의 나열일 뿐”이라며 “이와 관련된 전달체계 역시 지방정부, 시설운영자 등 공급자에게 재정을 전달하는 공급자 중심의 전달체계”라고 비판했다. 
 이 같은 현실에 복지서비스 이용자들의 사회복지서비스에서 이용자의 선택권을 높이고자 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 
 김 교수는 이어 “서비스 현금지급 지원은 현재 영국뿐만 아니라 호주, 미국, 독일, 네덜란드, 프랑스, 이탈리아 등 많은 나라에서 시행중이거나 시범사업 중에 있다.”며 “결국 우리나라도 이용자의 선택과 주도성을 존중하는 세계적 흐름에서 보면 서비스 현금지급 도입에 대한 논의가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실제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외국의 사회서비스 현금지급제도를 소개하면서 장애당사자의 선택권 증진을 위한 현금급여 도입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의 현금지급제도, 우리나라 도입 가능성 있어 
 
 김 교수는 우리나라에 도입 가능성이 있는 현금지급제도로 영국의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를 꼽았다.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는 현재 가장 보편적으로 알려진 현금지급제도다.
 
▲서비스 현금지급제도 
 서비스 현금지급제도는 서비스에 상응하는 현금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제도로 1996년 영국 의회가 지역사회돌봄(직접지불)법을 제정하고 이듬해 4월 시행에 들어감으로써 정착됐다. 이 제도는 지방정부가 자산조사와 개인적 필요에 기초해 서비스 적격 판정을 받은 성인 장애인 당사자와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의 계좌에 현금을 입금하여 필요한 서비스를 직접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개인예산제도 
 개인예산제도는 이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서비스 적격 판정을 받은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문제와 필요를 스스로 정의하고 평가한 다음 자신에게 주어질 현금을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한 계획서를 지방의회에 제출, 지방의회는 평가를 통해 최종적인 급여 수준을 결정하여 개인 또는 위탁기관에 현금으로 지급한다. 민간 서비스만 이용 가능한 서비스 현금지급제도와 달리 공공, 민간 모든 서비스 영역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도 개인예산제도의 특징이다. 
 
 아울러 김 교수는 영국에서 두 가지의 현금지급제도가 도입, 이행될 수 있었던 추동요인이 우리나라에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영국은 본격적인 현금지급제도 도입 전 활동지원을 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자립생활기금과 같이 현금지급에 대한 경험이 있었기에 현금지급제도 도입 시 강한 추동력을 얻을 수 있었다.”며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현금지급의 경험은 없지만 2007년부터 시작된 장애인활동보조서비스 등 바우처 사업을 통해 현금과 비슷한 선택권을 행사하고 있고 행정당국도 현금과 비슷한 바우처를 이미 운영해보았기 때문에 현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행정관리 능력이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 우리나라 노인장기요양보험의 경우, 요양보호사의 활동이 어려운 시골 지역은 특별현금급여의 형태로 가족요양비를 지급하고 있다. 
 또한 장애운동이라는 요인 또한 우리나라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김 교수는 설명했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현금지급제도 도입을 위한 장애인 및 장애운동단체들의 움직임은 구체적이지 못하지만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서 장애 관련 제도는 장애인들의 노력에 의해 발전되어 왔다는 것. 그 예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정과정에 대한 분석(유동철, 2011)을 살펴보면 해당 법은 문제형성, 어젠다 형성, 대안 형성, 정책 결정 등 법제정의 전 과정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추진연대라는 장애인 행동집단이 주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예산확보 없이는 현금지급제도 도입 ‘무용지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거듭 예산확보를 강조하며 발제자의 주장에 반박했다. 서비스 현금지급방식의 중요한 전제는 서비스 영역과 소득보장의 경계를 두지 않는다는 것인데 두 제도 모두 예산이 현저히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현금지급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어떤 정책적 진전도 없을 것이라는 것.
 박 대표는 “2009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 대비 장애급여 비율은 0.1%로 OECD 평균인 1.3%의 1/13, 장애급여수급자수 또한 1.4%로 OECD평균인 5.5%의 1/4, 장애인활동지원제도에 한정해서 보더라도 서비스 필요 인구가 35만 명에 달하지만 실제 서비스를 받는 사람 수는 5만 명”이라며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소득보장과 서비스 영역 모두 획기적인 예산 확대가 필요한 때이지만 현금지급방식 도입 주장은 오히려 열악한 두 제도 사이에서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대표는 “발제에서 주요한 사례로 제시하고 있는 영국만 보더라도 영국의 자립생활기금은 이미 2012년에 영국 노동연금부가 신규 수급자를 예산의 부족에 의해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상태며 올해부터는 기금 자체를 폐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며 “현금지급방식이 제도 형식상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긴축 기조를 가진 정부의 정책 방향 앞에서는 무력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비마이너 김도현 발행인 역시 박 대표와 비슷한 입장을 취했다. 김 발행인은 “현금지급제도와 개인예산제도에 대해 장애대중들 사이에 알게 모르게 퍼져 있는 오해 내지 환상 중 하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주어진 돈을 마치 자신의 생활비나 용돈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설령 이런 식의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부족하여 부족한 사회서비스 비용을 빼서 소득보장의 영역에 보태는 식으로 사용이 이뤄지는 것은 선택권의 보장이 아니라 악순환이고 궁핍화일 뿐”이라고 박 대표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정부가 서비스개입 수준 높이면 
현금지급방식, 장애인복지 발전에 효과”
 
 성신여자대학교 이승기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예산은 현금지급방식 도입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박 대표와 엇갈린 입장을 내비췄다. 
 이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장애인복지 시스템은 국가가 서비스기관에 재원을 주고 장애인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조로 되어있기 때문에 국가는 장애인이 잘 사는지 어떤지에 대해서는 전혀 무지한 상태”라며 “그에 반해 현금지급제도를 실시하고 있는 영국의 경우 국가에서 장애인에게 어떤 서비스를 줄지 중개, 연계 과정을 거치므로 국가가 장애인의 삶을 이해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장애인에 대한 국가 조절기능의 존재는 장애인복지 발전을 일으키며 이것이 바로 현금지급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라며 “국가 조절기능을 발전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가 제도 도입에서의 관건이지 현금지급제도 도입 후의 예산 증감은 국가의 판단에 맡길 일”이라고 전했다. 
 또 이 교수는 “즉, 현금지급제도의 범위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서비스개입 수준을 높이는 인프라를 확충하고 이를 통해 정부의 개입과 조정이 강화되는 형태로 전체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의 체계를 바꿔 나가는 작업을 병행해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밖에도 장애인당사자 간의 현금지급제도의 유용성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장애인당사자의 경우, 현금지급제도가 장애인의 삶에 기여하는 획기적인 제도이고 장애인의 온전한 자립생활과 직결되어 있는 제도라는 것을 공유해야 한다.”며 “서비스에 대한 수동적 지위가 아니라 능동적 지위로의 전환이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권리를 향상시킬 것”임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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