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치아, 흔들리는 장애인 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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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치아, 흔들리는 장애인 건강>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5.06.08 09:47
  • 수정 2015-06-08 09: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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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조선닷컴(행동하는 의사회)

장애인의 경우 재활 및 치료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에 구강관리에 대한 인식이 낮고 장애인 스스로 구강위생관리가 어려우며 구강질환으로 인해 치료를 받은 후에도 지속적인 관리가 어려워 재발률도 비장애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은 ‘흔들리는 치아, 흔들리는 장애인 건강’이란 제목의 보고서를 최근 발표했다. 

등록장애인 95%가 구강질환으로 고통받는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서울-세종시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중 6곳만 운영

정부, 광역시·도별 설립 아닌 9곳만 설립 예정···권역별 15개소 설치해야

 

비장애인보다 치아 상실률 44% 높아

 

구강질환을 방치하면 구강 내 세균이 혈관의 흐름을 통해 침투해 전신질환까지 번질 수 있어 예방과 신속한 치료가 중요하다. 하지만 치과 진료를 받고 싶어도 받을 수 없는 구조적인 시스템, 장애인을 고려치 않은 구강보건정책이 장애인의 구강질환을 악화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지난 2004년 실시된 전국장애인구강보건실태조사 결과 전국의 등록장애인 중 95%가 구강질환으로 고통 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장애인의 경우 비장애인보다 영구치 우식경험자 비율이 17% 이상 높고 치아 상실률 역시 44% 가량 높았고 치아 주변을 둘러싸는 잇몸과 그 아래쪽 잇몸 뼈 부위에 생기는 치주질환 발생률이 비장애인에 비해 약 3배 이상 높은 것으 로 조사됐다.

응답자 중 51.2%가 장애로 인해 구강건강관리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는데 구강건강이 악화된 장애유형은 뇌병변장애가 21.3%로 가장 많았고, 중복장애, 지체장애, 지적장애 순으로 조사됐다.

또한 지난 2014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표한 서울 거주 중증장애인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의료실태 및 욕구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55.3%가 치과진료가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진료를 받은 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42.3%는 ‘경제적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으며, ‘물리적 한계(동네치과의 편의시설 부족 등)’가 22.8%로 뒤를 이었다. 또한 ‘장애특성을 이해하지 못한 의료진 때문’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21.1%에 달했으며, ‘장애인치과병원의 예약이 너무 많기 때문’도 10.6%로 집계됐다.

 

전국 치과 3.2%만 장애인진료에 적극 참여

 

우리나라 장애인치과진료의 경우 2012년 기준 전국의 치과병원 202개소, 치과의원 4,800개소(2013년 보건복지통계연보) 중 2014년 전체 치과 의료기관 3.2%인 84개소만이 장애인치과진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그러나 청각, 시각장애 등 치료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장애우형에 대한 치료만 가능할 뿐 스스로 행동조절이 어려워 전신마취가 필요한 뇌병변 및 발달·자폐성 장애인을 위한 특수치료장비를 갖춘 치과는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치과가 건물 1층에 위치한 경우가 굉장히 드물고 승강기가 설치돼 있지 않은 건물이 많아 장애인들이 쉽게 방문할 수 있는 일반 치과의 수는 적었다.

 

전국 ‘장애인구강진료센터’ 6개소 운영 중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전국의 주요 거점지역에 총 9개의 중증장애인 전문치과진료센터인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설치키로 하고 국고보조사업으로는 최초로 전남대학교 치과대학병원을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사업기관으로 선정했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해당지역 중증장애인에 대한 전문적 치과진료와 구강관리사업, 장애인진료 전문인력 및 보조인력 교육 등 장애인 구강보건의료의 중심 거점역할을 담당한다. 복지부가 권역별로 지정하는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광주장애인구강진료센터(전남대학교 치과병원)와 충남장애인구강진료센터(단국대), 부산장애인구강진료센터(부산대), 전북장애인구강진료센터(전북대),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단국대 죽전치과병원), 대구장애인구강진료센터(경북대) 이상 6곳이 운영 중이다.

인천시의 경우 지난 2013년 복지부가 권역별로 지정하는 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가천대 길병원 치과센터가 선정됐다.

길병원 치과센터는 2014년 초 전신마취진료실, 진정진료실, 휠체어진료실, 구강보건실 등의 전문 진료실 및 장애인과 노인 등 취약계층을 위한 편의시설 설치를 위한 리모델링에 들어가 늦어도 아시안게임 개막 전에 인천시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개원할 계획이었으나 가천대 길치과병원의 경영악화로 인한 센터 규모 축소를 복지부에 요청하고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일본, 장애인 구강질환 예방에 중점

한국, 사후 치료에 중점 둬

 

보고서는 끝으로 장애인 구강보건 활성화를 위해 장애인 구강질환 예방시스템 구축, 장애인구강진료센터 확대, 장애인 치과진료에 대한 교육 활성화 등이 필요하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장애인 구강질환에 대해 치료 사업에 못지않게 예방사업을 중점으로 두고 있으며 많은 예산과 노력을 투여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사후 치료에 중점을 두고 있는 상황이다. 장애인 구강질환 예방을 위한 정기점진을 의무화하고 유아 및 아동기 때부터 장애아동의 구강상태를 조기 파악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보건소,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 등에서 구강질환을 조기 예방할 수 있는 교육 및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구강진료센터는 서울과 세종시를 제외한 전국 15개 광역시도 중에서 6개소가 운영 중에 있으나 광역시·도별로 15개소가 설립되는 것이 아닌 9개소로 제한될 예정이어서 경제적·물리적 접근이 어려운 민간 치과에서는 (중증)장애인의 치료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권역별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9개소로 제한하는 것이 아닌 15개소를 설립을 의무화해야 한다.

이밖에도 2004년 이후 단 한 번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전국 장애인구강실태조사의 정기화, 치과대학 및 치위생사 교과과정에 장애인 구강진료에 대한 과목 포함 등이 필요함을 보고서는 제안했다.

장애유형별 구강관리 요령

 

뇌병변장애= 뇌병변장애의 경우 치아 우식증(충치)이 가장 많이 발생하고 이는 음식을 씹는 저작기능이 떨어져 탄수화물 등 부드러운 음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경향이 많아 이로 인해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하고 타액 분비량이 적어지게 되면서 자정작용이 떨어져서 구강 위생이 더 나빠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부분의 뇌병변 장애인은 뇌손상 시기에 발육된 우치의 치질(齒質) 이상으로 인해 충치가 쉽게 생기므로 조기부터 예방적 관리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세심한 칫솔질과 불소사용, 실라트(치아 홈메우기) 등의 방법으로 구강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

식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섬유질이 섞인 음식을 씹어서 삼킬 수 있도록 하며 식사 후에는 반드시 칫솔질을 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입안에 음식물이 남아있지 않게 물로 깨끗이 헹궈야 한다.

구강호흡 및 혀 내밀기 등의 습관을 조기에 교정해야 하며, 고도의 근육강직과 이갈이 습관은 치아가 많이 닳기 때문에 전반적인 물리치료와 함께 안면근육 이완훈련이 필요하다.

지적장애= 지적장애인의 경우 전신마취 하에 이뤄지는 진료보다는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치료할 수 있도록 치료적응 훈련이 필요하고 아동기 때부터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 진료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다운증후군이 있는 경우 선천적으로 충치 발생률이 낮은 편이나 후천적 요인이 구강질환에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예방과 조기치료가 중요하며 간식과 음료수의 잦은 섭취로 충치가 생기기 때문에 섭취 횟수를 줄이고 입안에 오래 남거나 치아에 달라붙은 음식과 탄산 및 발효 음료를 피해야 한다.

지적장애 아동의 경우 제대로 칫솔질을 하지 않으려고 하므로 칫솔질 동작과 함께 큰 목소리로 칫솔질 과정을 계속적으로 이야기하며 이를 닦아주어야 한다.

청각장애인= 청각장애인은 스스로 자극을 주는 방법으로 이갈이 습관을 다수 갖고 있다. 이갈이 습관은 치아가 마모되어 턱관절에 이상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입안에 장치를 끼워 치아와 턱관절 이상에 대한 예방이 필요하다.

대화를 통한 적절한 입 운동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구강 내에 타액과 음식물이 오래 남아 있어 치석과 잇몸질환이 자주 발생한다. 식사 후 칫솔질과 구강양치액으로 입안을 헹구는 습관을 갖고 정기적 스케일링을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

영아기부터 불소를 복용하는 방법을 통해 영구치 충치 예방에 대한 확실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치과의사의 처방에 따라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각장애인= 선천적 시각장애인의 경우 치아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고, 특히 유치(젖니)는 약한 치질로 인해 충치가 쉽게 생기고 잘 부서지며 영구치의 법랑질(치아의 바깥쪽 단단한 부분)이 약하거나 치아의 수가 부족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치아 손실을 줄이기 위한 예방적 수복이 필요하며 유치에는 약한 치질을 보호하는 인공치관을 시술하기도 하며 영구치의 경우 불소나 실라트(치아 홈메우기) 등에 예방 처치와 수복치료(금이나 도자기로 씌우는 치료)를 병행한다.

후천적 시각장애의 경우 장애 후 적응기간 동안 외상을 당하기 쉽기 때문에 앞니가 깨지거나 완전히 빠질 수 있다. 영구치의 치아가 완전히 빠진 경우 다시 제자리에 심어 고정시킬 수 있으므로 빠진 치아를 씻지 않고 식염수 등에 담근 상태로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

 

인천시장애인구강진료센터, 개원 지연

 

인천시장애인구강진료센터에 선정된 가천대 길병원 치과센터가 개원 예정 8개월이 지나도록 문을 열지 못한 이유는 센터 규모변경 신청을 복지부에 제출했고 이에 대한 승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길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치과병원의 경영악화로 운영 중인 건물의 한 층을 축소 운영키로 함에 따라 당초 1층과 2층의 일부를 장애인구강진료센터로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1층만으로 축소됐고 이와 관련 규모변경 승인요청서를 인천시와 복지부에 낸 상태로 규모변경이 승인되면 공사를 시작할 예정”임을 밝혔다.

 

 

 

인천시의 재정난으로 인한 시비 지원이 축소돼 센터의 규모변경의 원인이 아닌지에 관한 질문엔 “국비, 시비와는 관련 없는 상황으로, 국비와 시비는 이미 수령돼 있다. 치과병원 내부 운영상의 문제로 규모가 축소되는 과정에서 늦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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