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재난재해 대피,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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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재난재해 대피, 어떻게?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5.04.24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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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은 이날,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는 장애인들의 재난재해 시 자력대피 방안 모색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장애인들에게 재난은 ‘일상’이라고 말한 어느 참석자의 말처럼 장애인에게 닥치는 재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의 그 ‘일상’ 속에 투철한 안전의식과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한고은 기자>

 

재난약자 정의‧분류 및 안전사고통계 필요

체계적인 교육훈련 매뉴얼 개발해야

 

▪재난약자-자력대피 불‧가능 정의-분류

발제를 맡은 박경서 서울소방학교 재난관리 전임교수는 재난약자 및 자력대피 불‧가능 장애인의 정의 및 분류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재난약자 중 장애인을 △자력대피 가능한 장애인, △자력대피가 어려운 장애인, △자력대피가 불가능한 장애인으로 분류가 필요하며, 이는 자력대피가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재난과 관련된 지원에 있어 다른 기준으로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분류에 따르면 현재 재난발생 시 지원이 필요한 서울시 거주 장애인은 43.1%에 달하며 그 중 지원이 없으면 생명유지가 어려운 장애인은 13.9%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장애등급 등에 따른 제한보다는 개개인의 장애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

또한 박경서 교수는 장애인 안전사고 통계분석 빅데이터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통계자료는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제시해주는 중요한 지표로 사용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전국 장애인 안전사고에 대한 통계자료가 없는 실정이며, 3년 정도의 안전사고 통계분석 자료가 확보된다면 재난현장에서의 장애인 재난안전 정책의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이어 체계적인 재난안전 교육·훈련 프로그램의 개발과 훈련에 대해 “장애인 당사자뿐 아니라 동거가족, 활동보조인, 관계공무원의 교육과 훈련은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활동보조인 교육과정 중 재난·안전관리 교육이 필수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각장애인, ‘소리’로 상황유추…자력대피 한계

주변인-비장애인 장애이해-매뉴얼 숙지 강조

 

▪시각장애인 재난재해 대피

강완식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정책실장은 시각이 확보되지 않아 소리만으로 상황 판단을 해야 하는 시각장애인의 한계를 언급했다. 인간이 일생동안 살아가며 얻는 정보의 90%가 시각에서 비롯된다는 연구결과를 보더라도 소리만을 가지고 상황 대처 능력을 키우고 대응해야 하는 것은 명백하게 어렵다는 것. 따라서 시각장애인이 스스로 재난재해 발생에 자력으로 대피한다는 것에 한계가 있음을 피력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각장애인의 자력대피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은 경험의 공유, 체험, 관련정보의 인지 및 주변인과 관계자에 대한 교육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생활권이 복잡해지고 시각장애인이 인지할 수 없는 공사구간 등 눈을 뜰 때부터 하루 일과를 마칠 때까지 위험 속에 노출되고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있어 재난재해란 조심하고 주의를 기울인다고 해서 발생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사전 예방도 중요하지만 주변인과 관계자들이 상황발생 시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장애‧비장애인 모두 재난발생 시 상세한 매뉴얼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사회에 널리 알려야 하며, 시각장애인 스스로 취할 수 있는 재난극복 훈련을 마련해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장애인을 위한 재난재해 방송 및 주파수를 할당해 장애인 당사자 및 관련 기관에서 방송의 형식 등을 논의하고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완식 정책실장은 마지막으로 비장애인들에게 당부했다. 항상 주위에 장애인이 있는지, 특정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

매뉴얼이 마련되었다고 해도 무관심 속에 방치된 시각장애인은 재난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대피방안은 ‘사람’

버디시스템-활동보조24시간 지원 시급

 

▪재난재해 매뉴얼과 안전시스템

김태현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정책실장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들어 국가 전체의 안전시스템이 불능인 상황에서 과연 장애인들의 안전이 보장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범국가적인 재난재해 매뉴얼이 제대로 갖추어지고 그 매뉴얼 내에 장애인에 대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김태현 실장은 ‘재난약자’에 대한 정의를 확립함에 있어서 그 범위를 ‘교통약자이동편의증진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노인, 임산부 등을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재난 안전 교육 및 훈련은 필요하지만 교육장에 장애 당사자의 접근이 불가능하다며 이것은 장애인에게 또 다른 과제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난훈련 시 휠체어를 탄 장애인과 함께 진행한 적이 과연 있었냐는 것이다.

이어 재난훈련 시 발제자인 박경서 교수가 언급한 ‘버디시스템’이 뇌병변장애인에게는 가장 적합한 시스템이라며 신체적 제약에 의해 신속한 행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장애인활동지원법’은 좋은 시스템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훌륭한 법에 ‘구멍’이 있고 그 ‘구멍’ 때문에 여러 장애인이 목숨을 잃었다면서 24시간 지원이 시급한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장애인만 많아진다면 그 시스템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국가적인 안전시스템의 구축과 각 장애유형과 개인에 맞는 맞춤형 재난안전, 중증장애인들에게는 활동보조24시간 서비스가 가장 훌륭한 장애인 재난안전 대책으로 판단된다고 전했다.

 

실질적인 예방교육이 ‘우선’

모두가 함께 책임감 가져야

 

▪예방교육 및 훈련의 필요성

이경아 한국장애인부모회 특수교육분과 부회장은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세월호 참사에서 특수학급 학생들이 비행기로 이동한 사실을 언급하며 ‘만약 그 특수학급 친구들이 세월호에 타고 있었다면’이라는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또한 재난약자로서 신체적 장애인이 아닌 발달장애인들을 위한 배려도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했다. 혼란스러운 위기 상황에 처한 발달장애인들에게는 별도의 교육과 대피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경아 부회장은 앞서 발제와 토론 내용에서 다뤄진 훈련 및 교육 등에 관해 공감하면서, 신체적 움직임이 좋고 상황인지가 어려운 지적장애나 자폐성장애인에게는 그들이 지켜야 할 규칙들을 알아들을 수 있도록 안내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실효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교육의 예시로 ‘물놀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교육을 하려면 아이들이 평소에 입는 옷을 그대로 입고 수영장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지적한 어느 SNS 이용자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기존의 안심콜 서비스나 재난안전 정보 어플 등 장애인 재난안전 관련 정책들을 홍보하는 일 역시 중요하다며 발제자가 제안한 것 외에 인포그래픽이나 간단한 브로셔들을 통한 안내자료 보급의 중요성을 전했다.

이경아 부회장은 “사고가 생기고 난 후의 ‘사후약방문’이 무슨 소용이겠느냐”며 생길 법한 재난을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며, 모두가 함께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모두의 도움을 요청한다는 말을 전했다.

 

장애인거주시설 위급상황 대응인력 배치

장애유형별 특성 고려한 매뉴얼 제시를

 

▪장애유형별 매뉴얼과 교육훈련 필요성

윤덕찬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 기획실장은 일상생활의 많은 부분을 시설 내에서 보내는 장애인들에게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에 있어서 예방적 차원의 접근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방을 위해서는 먼저 장애인당사자에 대한 교육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한국장애인복지시설협회에서 피난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있는데, 교육 및 훈련을 실시한 시설과 그렇지 않은 시설에 있어서 대피방법 및 소요시간에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안전체험관의 경우 장애인이 체험할 수 있는 시설물에 제한이 있고 장애유형별 특성을 고려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전했다.

소방공무원의 장애인에 대한 이해교육도 강조했다. 장애특성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지 않고 소화기 사용법 등 단순한 매뉴얼을 설명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많다는 것. 소방공무원의 교육과정에 장애유형별 특성 등에 대한 장애이해 과정이 필요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재난사고에 대비해 장애인거주시설의 인력배치 기준에 대한 조정과 대체인력 및 야간근무에 대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원이 부족하다하더라도 안전을 위해 각 시설에서 위급상황에 대비한 당직근무자를 적정하게 배치하도록 협회가 제시하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윤덕찬 기획실장은 마지막으로 협회에서 매뉴얼 제작 시 피난 모의훈련을 할 때 외부전문가 2명이 참관을 하고 이후 시설관계자들과 훈련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을 매번 마련했는데, 시설장을 비롯해 시설직원들의 반응이 매우 긍정적이었다며 모니터링의 효과를 밝혔다.

 

구체화․다각적 시스템으로 재난재해 극복 모색

 

김인순 한국장애인개발원 부장은 보행이 가능하더라도 원활하지 않은 경우와 휠체어 이용자나 보행보조기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경우 2층 이상의 건물에서 계단을 이용해 피난하는 것이 어렵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구체적인 추가적인 의견들을 제시했다.

먼저 재난약자에 대한 정의를 살펴보면 장애인 중에서 자력대피가 가능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비장애인으로 분류되는 것은 좀 더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장애인복지관의 재난방지를 위한 건축설계 기준 및 피난기준 설정에 관한 연구(2011년 한국장애인개발원) 결과에 의하면, 보행이 가능한 장애인의 경우에도 재난이 발생했을 때 대피하는 시간에는 비장애인과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또 휠체어 이용자의 경우에도 승강기로 수직이동 피난을 해야 하지만 재난 시 승강기가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행에 문제가 없는 청각장애인의 경우에도 재난에 대한 초기 인지가 쉽지 않아서 비장애인과 달리 재난 대처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서 계속해서 강조된 재난안전 교육과 매뉴얼 개발, 시설과 설비 구축 등 피난약자를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시설물을 설계하는 분야, 시설물로부터 피난하는 직간접 피난을 가능하게 하는 각종 설비를 개발하는 분야, 시설물을 운영하거나 이용하는 관계자의 관심, 시설물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참여 등 모든 분야에서 다각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유기적으로 전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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