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일자리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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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일자리 어떤 것들이 가능할까?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4.12.08 10:13
  • 수정 2014-12-08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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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일자리 시범사업을 통해 알아본다
 

한국장애인개발원(원장 변용찬)은 지난 11월 25일 이룸센터에서 ‘2014년 장애인일자리 시범사업 결과 보고회’를 가졌다. 동 사업은 보건복지부와 개발원이 장애인일자리를 개발해 현장적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일자리 창출 및 확대를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시범사업을 준비하고 수행하며 장애인들의 직무를 지켜본 실무자들의 발표를 통해 장애인 일자리 고용에 있어 ‘현장’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들어봤다. <한고은 기자>

 
일반고용 연계 가능한 장애인일자리 없을까
병실이동트렌스퍼-셔틀버스도우미-도서정리-조리보조-택배상하차보조
 
 시범사업은 지난 5월 공고를 통해 수행기관을 모집했다. 수행기관은 장애인일자리사업 신규직무를 개발해 ‘2015년 장애인일자리사업’에 적용하기 위한 검증과 실현가능성 등을 목적으로 한 ‘시범형’ 네 곳과 장애인에게 적합한 일자리를 발굴하고 시범사업 기간 동안 활동한 인턴십이 종료되면 해당 민간업체에 일반고용 형태의 취업 가능성을 목적으로 하는 ‘인턴형’ 두 곳으로 구분했다.
 모집 결과 마산장애인복지관(병실이동트렌스퍼), 나래울화성시복합복지타운(교통약자셔틀버스도우미), 부산장애인재활협회(대형서점 도서정리도우미),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장애인식개선교육강사 양성 및 파견), 사랑의복지관(어린이집도서정리도우미도우미), 음성군장애인복지관(택배상하차보조) 총 여섯 곳의 장애인 관련 시설이 선정됐다.
 
마산장애인복지관, 굳게 닫힌 병원 문 두드려
 
 마산장애인복지관이 발굴해서 선택한 직무는 ‘병실이동트렌스퍼’였다. 창원에 자리한 마산은 제조업 위주의 일자리가 많아 장애인들이 취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작년과 올해 상반기 보건의료 직종의 장애인 구인등록 현황을 대조했을 때 70% 이상이 증가함에 따라 장애인들의 취업 욕구 또한 강했다.
 그동안 보건의료 영역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무가 많았고 청소 등의 단순직은 대부분 용역 업체에 맡기는 실정이었다. 이를 파악한 마산장애인복지관은 보건의료 영역의 직무개발을 통해 장애인의 취업 욕구를 해소하고 사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로 했다. 또한 병원 내에서 지역사회 주민과의 접촉이 많아 비장애인들의 장애인 인식개선에도 용이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복지관은 창원 내 16개 병원에 접촉했고 그 결과 2개소를 개발했으며 최종적으로 1개 병원과 시범사업을 맺을 수 있었다.
 참여자들은 환자들과 직접 의사소통을 하고 먼저 대화를 걸어야 하는 업무의 특성상 상담과 평가를 통해 사회성, 의사소통 능력 등을 검토하고 배치기관인 해당 병원의 담당자가 직접 면접을 봄으로써 적합성을 면밀히 따지고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신뢰도를 바탕으로 선발할 수 있었다. 
 선발된 2명의 여성 지적장애인 참여자는 3일간 현장실습을 통해 기본 지식을 습득한 후 석 달 동안 병원 내 검사실 및 치료실 이동 안내, 검진센터 이용자 편의제공, 검사도구 세척 및 관리 등의 업무를 수행했다. 
 사업 종료 후에는 병원에서 함께 근무한 담당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다. 사업 시작 시 난색을 표하던 직원들은 오히려 병원 행정팀에 장애인 고용의 필요성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 결과 내년도 병원 자체채용 검토 예정 및 2015년 일자리사업의 직무로 배치될 예정으로, 보건의료 영역의 보수적 측면을 극복하고 한발 가까이 다가가는 성과를 보였다.
 
나래울화성시복합복지타운, 교통약자 돕는 장애인 모습 그려
 
 나래울화성시복합복지타운(이하 ‘복지타운’)은 지난 4월 세월호 사건과 관련해 최근까지 큰 화두인 안전문제와 관련해 복지타운을 이용하는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지역사회의 장애인, 고령자, 임산부 등의 교통약자라는 것에 착안, 복지타운 내 셔틀버스 승하차도우미 직무를 발굴해 교통약자를 돕는 약자이지만 결코 약하지 않은 장애인의 모습을 보이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교통약자의 이동권 확보 및 장애인 고용을 통해 지역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도모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이를 위해 복지타운은 외부 업체에 위탁해 운영 중인 셔틀버스 운행 기사와 장애인 참여자들이 관계형성을 잘 할 수 있도록 담당자가 직접 기사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교육을 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업체의 협조를 얻어냈다.
 참여자들은 복지타운 내부에 있는 장애인일자리 사업 관련 대기자 중에 적합하다고 판단된 4명의 지적·정신·심장장애인이 선발됐고 담당자들이 제작한 매뉴얼과 대형버스를 통한 현장실습, 소양교육(일자리 사업 참여자 교육 및 직장예절 교육, 개발원) 등을 숙지한 뒤 2인 1조로 복지타운에서 운행하는 셔틀버스에 배치됐다.
 참여자들은 안전관리, 승하차지원, 버스 내부 환경정리 등의 업무를 수행하며 승객들이 질서를 지켜 안전을 확보하고 청결한 환경에서 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후 담당자들은 최종평가를 통해 교통약자인 이용자들의 의견을 들었다. 그러자 도움이 필요했던 이용자들은 장애인 도우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며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 결과 2015년 일자리 사업 직무로 배치될 예정이며 고객응대 측면의 서비스 업종과 연계되는 직무 특성상 추후 서비스 직무로도 취업을 연계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부산시장애인재활협회, 일반고용서 소외당하지 않도록 고심
 
 부산시장애인재활협회(이하 재활협회)는 부산지역 장애인 일자리가 생산직 등의 1, 2차 산업과 단순 직무에 편중돼 있는데 반해 구직 장애인과 부모들은 사무직, 서비스직 등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직무가 절실했다. 때문에 장애인들에게 지역사회 내 일반사업체에서의 직무경험을 쌓도록 하고 고용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사업체에 대한 장애이해 및 인식향상을 도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개발원이 제시한 직무 가운데 ‘대형서점 도서정리도우미’를 택했다. 재활협회 산하에 있는 도서관과 연계해 직무능력을 쌓게 하고 대형서점으로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협회의 후원업체인 서점을 배치기관으로 선정한 것이었다.
 직업평가와 상담 및 적극적인 구직 희망자를 우선으로 지적장애인 2명을 최종 선발해 협회에서 구직역량 강화교육을 실시하고 협회 내 타 도서관에서 모의 작업훈련을 한 뒤 현장인 서점에 가서 견학하고 직무를 파악하는 사전교육 기간을 가졌다.
 도서검수 및 장서인 날인, 도서 라벨링 두 직무로 나눠서 수행한 참여자들은 신체적 능력 외에도 문장읽기와 영어인식, 전산능력 등을 보유하고 있어서 탁월한 직무수행이 가능했다.
 그 결과 2015년도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추진 고려 중이나 지역 서점의 특성상 작업량이 일정하지 않아 배치기관에서는 채용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다른 대형서점을 연계했으며 직무와 관련해 유사직종 경험이 있는 구직자를 선발해 배치할 예정이다.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 장애인식개선 위해 장애인이 직접 교육
 
 서울중구장애인복지관(이하 중구복지관)은 무엇보다 아직 사회 전반에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는 장애인 차별과 장애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기 위해 개발원이 제시한 직무 가운데 ‘장애인식개선 강사양성 및 파견’을 택해 비장애학생들을 상대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진행했다. 이는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장애인 당사자가 직접 교육함으로써 보다 탁월한 인식 개선 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직무과정은 양성과정과 파견과정으로 나눠졌다. 양성과정에 참여한 10명의 장애인들은 한 달 동안 9회기에 걸쳐 장애인에 관한 전반적인 교육을 듣고 마지막 회기에 시연 발표를 통해 4명이 파견과정으로 선발됐다.
 배치기관이 고등학교와 초등학생 방과후 교실로 나눠짐에 따라 파견과정 참여자들은 직접 학생들의 연령대에 맞게 교육자료를 만들고 수정하는 준비를 했고 현장에서 개선교육을 진행했다. 이후에는 비장애학생들을 상대로 만족도 조사를 작성했다. 
 그 결과 장애인 당사자의 교육이 학생들에게 더욱 호소력과 설득력이 있었고 장애인인식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어서 강사양성 과정이 지속적으로 연계된다면 다수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창출할 기회가 확대되는 효과를 모두 얻을 것으로 예상됐다. 사업시기와 급여 등의 몇 가지 문제를 조정하고 검토할 예정에 있다.
 
사랑의복지관, 여성장애인 사회참여 도모하다
 
 사랑의복지관은 남성장애인에 비해 취업이 어려운 여성장애인들의 사회참여와 안전한 취업을 도모하자는 취지로, 제시된 직무 가운데 ‘어린이집 조리사보조도우미’를 택했다. 이는 서초구에 자리한 사랑의복지관의 특성상 제조업이 아닌 서비스업이 적합하다고 판단해서였다.
 배치기관은 복지재단 산하에 있는 어린이집 두 곳이었으며, 식판 세척과 정리, 어린이집 청소 등 직접 조리가 아닌 조리보조와 단순 관리업무를 맡았다. 
 참여자들은 사전에 어린이집의 특성상 외부인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어 사전에 직업교육과 대인관계 기술훈련과 행정서식 작성법 등을 배웠고 현장훈련을 통해 어린이집을 직접 방문하고 직무를 탐색했다.
 그 결과 복지관 자부담을 조건으로 12월까지 진행되는 지속적인 시범사업 참여로 확대됐다. 참여자들은 어린이집이라는 기관의 특성상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끼며 업무에 만족도를 표했고 7세 정도의 원생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효과를 낳았다. 또한 어린이집을 평가하는 외부 전문가들도 기관에 대한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장애인에 대한 원생 부모들의 부정적 시선은 일부에서는 개선되지 않았으며 채용에 따른 기관의 비용 부담으로 본 사업에 대한 지속적인 참여와 안내가 필요한 점이 대두됐다.
 
음성군장애인복지관, 민간업체 취업연계 성공
 
 음성군장애인복지관은 음성군 내 지역 택배업체의 인력부족 현상이 심각한 것과 일반 사업체에 중증장애인이 취업하기는 여의치 않다는 것을 토대로 택배회사로 취업을 연계했다. 또한 일반 일자리에서 소득을 보장받고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업의식을 고취하는 목표도 설정해 택배물품 하차보조 직무를 발굴, 신체활동을 하는 업무에 용이한 지적장애인 4명을 선발했다.
 배치기관은 3개월간 인턴십을 통해 차후 취업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인턴형 시범사업에 대한 설명과 사업 취지에 동의한 업체 세 곳이 선정됐고, 참여자들은 안전교육과 시간관리 교육 등 업무 수칙을 사전에 교육 받고 현장에 배치됐다. 간선차량에 있는 택배물품을 컨베이어벨트를 통해 내리는 하차직무를 수행한 참여자들은 직무 특성상 소근육에 비해 대근육 활용 능력이 좋아 업무에 큰 어려움이 없었다.
 사업종료 후 참여자 4명에 전원 취업이 확정됐고 2015년 장애인일자리사업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장애인일자리사업 실시를 위해 남겨진 과제
 
 발표 후 실무 담당자들은 앞으로 일자리 사업에 적용 및 지원방안을 논의했다. 그 결과 마산복지관측은 병원에서 자체채용까지 검토하기로 했지만 참여자 1명은 포기한 사실을 들어  해당 참여자는 수급자 혜택을 포기하기 쉽지 않았다고 전하며 시범사업의 급여가 낮은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또 시범사업 기간이 짧은 것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배치기관 개발 활동 시간을 늘린다면 공익기관이나 장애인 연관 시설이 아닌 민간 영역에도 한층 수월하게 진입할 거라는 것이다. 
 배치기관뿐 아니라 직무에 다른 시범사업 기간의 차별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각기 다른 영역, 업무인 만큼 달라지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 이에 따라 직무의 전문성, 업무 시간 외 시간 소요, 노동 강도 등을 따져 급여 역시 다르게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자의 업무를 돕는 직무지도원이 한 달 가량만 현장에 투입되는 문제도 여러 번 지적됐다. 투입 시기를 늘려서 업무에 대한 전문성을 확보해야 궁극적으로 일자리로서 가치를 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 장애인 연관 기관이 아닌 경우 장애인 고용에 대한 개념이 전무한 점을 들어 일자리사업의 브랜드 가치가 미약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전반적인 홍보 부족으로 기관뿐만 아니라 아직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배치기관의 비장애 이용자들의 항의와 불편 사례가 있었다는 것. 민간기업의 경우 사업 내용을 설명해도 신뢰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단순 직무를 통해 소득을 챙기는 비장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우려도 있었다. 
 이렇듯 장애인일자리사업이 완성도와 지속성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해 장애인들이 개별적인 특성에 맞는 보다 다양한 일자리를 통해 자립할 수 있으려면 다방면의 세심한 주의와 시간적 여유, 탄탄한 기초 인프라 구축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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