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먼저, 우리가 함께' 사회적기업 SE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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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먼저, 우리가 함께' 사회적기업 SEED
  • 한고은 기자
  • 승인 2014.11.10 09:53
  • 수정 2014-11-10 11: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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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 동네에서 함께 거주할 수 있는 세상, 중증장애아이들과 비장애 아이들이 함께 시소를 타며 놀 수 있는 세상, 소외된 모든 이들이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땀 흘리며 일하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세상. 그런 세상을 꿈꾼다면 사회적기업 ‘SEED’(See The Children's Dream, 이하 ‘씨드’)를 주목해보자. 중증장애 아이들의 독립적인 삶을 위해 먼저 이웃에게 손 내밀며 더불어 살기 위해 앞장서는 씨드의 목소리를 들어본다.

 

 

착한 씨앗, 씨드

씨드는 ‘한국장애인부모회’를 모태로 둔 기업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훗날 당당한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댄 부모들의 모임인 한국장애인부모회의 박태성 인천지부 회장은 중증장애인들의 꿈과 미래를 위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바로 비장애인들과 연대하는 기업공동체인 씨드를 설립한 것이다.

씨드는 독립된 주식회사 형태를 갖췄다. 한국장애인부모회는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영리적 사업에 한계와 제약이 있기 때문에 단체의 움직임이 둔해질 수밖에 없다. 장애자녀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했다.

씨드는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가 모인 단체인 ‘매아리(매일 부르고 싶은 아름다운 이름)’의 재능기부를 통해 2012년 7월에 런칭됐다. 그 후 약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치고 2014년 3월에 세상에 나왔다. 중증장애아이들이 자립할 수 있는 환경적 여건을 만들기 위한 가치 창출 기업이지만 그 과정은 소외계층을 위한 나눔과 배려를 통해 이뤄나간다. 바로 그들이 장애아이들과 함께 살 이웃인 동시에 지지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웃과 함께 동네에서 살기

아직도 많은 지역사회에서는 장애아이들이 기거하고 사용하는 시설을 혐오시설로 인식한다. 그런 인식이 바뀌어야 아이들이 이 땅에서 살아갈 수 있다. 그 인식변화를 위해 먼저 손을 내밀자고 씨드는 말한다.

흔히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은 비장애인부모들과의 교류가 없다. 하지만 장애아이들이 사회에서 비장애아이들과 어울려 살기 위해서는 먼저 어른들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씨드의 생각이다.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은 어른이다. 비장애아이들의 부모와 그 주변 성인들이 장애아동들을 존중하고 인정해야 비장애아이들도 영향을 받아 장애아동들과 어울려 살아갈 수 있다.

그래서 씨드는 동네를 구성하는 주민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장애아동들의 든든한 ‘어른’이 될 수 있도록 동네를 위해 발 벗고 나섰다. 노년층과 다문화 가정, 저소득층, 소년가장 등에게 여러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첫 시작, ‘느린 커피’

씨드의 첫 발걸음은 커피다. 현재 전국 각 지역에서 장애아이들의 여가와 직업을 위해 가장 많이 시행되고 있는 과정이 바리스타 과정이다. 그러나 비장애인들과 같은 이수 과정을 통해 자격을 취득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으며 자격을 얻는다고 해도 본인이나 가족과 함께 가게를 열거나 몇몇 지인들의 도움이 아니면 취업이 힘든 게 현실이다.

씨드는 중증장애아이들에게 알맞은 합리적이고 공정한 교육과정과 자격취득 공식화를 위해 노력한 결과 지난 10월 23일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회장 나경원)와 스페셜 바리스타 육성 및 직업개발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또한 한국외식음료협회 산하 스페셜바리스타 분과를 맡아 교육과 자격취득 과정을 주관하게 됐으며 질 좋은 커피를 만드는 우수한 스페셜 바리스타를 육성하고 취업까지 연계할 수 있게 됐다.

씨드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는 중증장애아이들과 소외된 노인인력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있다. 교육을 통해 직업능력을 갖춘 중증장애아이들을 지역사회와 연계해 고용을 시키거나 공공기관과 협약을 통해 카페를 열어 사회인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씨드의 기술력을 총동원한 ‘느린 커피’라는 브랜드로 얻은 수익은 장애아이들의 재활과 자립을 위한 교육 및 보호, 거주시설 설립에 투자해 동네에서 함께 살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쓰인다.

때문에 ‘느린 커피’는 수없이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경쟁력을 갖춘 질 좋은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장애’라는 수식어 없이도 상품 가치가 충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씨드와 같은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을 펼쳐 중증장애아이들의 자립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씨드가 씨앗을 틔운 이유다.

 

 

‘장애’ 아이가 아니라 ‘우리’ 아이다

박태성 회장이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할 때마다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 장애아이의 이름 앞에 붙은 ‘장애’라는 수식어를 떼버려야만 아이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인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부모는 하나지만 태어난 아이들 각자의 삶은 다르다. 박태성 회장의 세 자녀 또한 막내인 장애자녀를 포함해 성격과 버릇은 제각각이고 각자 다른 모양새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물론 장애자녀에게 있는 조금의 ‘다름’ 때문에 생기는 불편함과 고통은 존재한다.

그러나 각각의 다른 아이가 있는 비장애 가정과 삶의 패턴이 크게 다르지는 않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저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므로 부모가 맞춰서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역할 역시 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 다름을 부모 스스로가 먼저 인정을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 점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의 장애인과 장애인 가족들이 해왔던 일방적인 요구는 한계가 있다고 전한다. 비장애인들, 특히 소외계층 역시 살아가며 요구해야 할 부분이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지속된 장애인들의 요구가 감정적으로 와 닿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박태성 회장은 상대방에 대한 이해나 존중 없이 자신의 이익만을 대변하느라 다투는 세상에서 과연 자신의 장애자녀를 남겨둘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부모들이 먼저 해볼 것을 권했다.

 

 

장애인도 당당한 사회구성원

씨드는 장애인 스스로가 사회구성원임을 잊지 말아야 하며 아주 작은 것이라도 사회에 기여하면서 살 수 있는 구조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쓰레기를 줍는 작은 행동마저도 이웃을 위한 배려가 될 수 있으며, 깨끗해진 그 길을 걷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다. 그런 사소함이 비장애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결국 장애인들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개선으로 돌아온다.

씨드는 장애단체들이 장애인들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며 오히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을 찾아 먼저 사회구성원임을 인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씨드는 바로 그 ‘스스로 움직이고 먼저 손 내미는’ 정신을 위해 함께 나아가고자 한다.

만약 장애인들과 장애자녀를 둔 부모들이 인식을 바꾸고 그들에게 베풀고 같이 상생해나가는 또 다른 길을 만든다면 장애아이들에게 돌아오는 것이 더 많아질 것이며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씨드는 믿고 있다. 서로를 나누지 않고 한 공간에서 물처럼 스며들어 사는 것. 씨드는 그런 세상을 꿈꾼다.

 

(주)SEED
www.facebook.com/SeedVoice
http://seedvoice.kr/
인천광역시 남동구 만수6동 987-8
032)422-8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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