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등급제, 어디로 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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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어디로 갈 것인가?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4.10.13 10:50
  • 수정 2014-10-13 10: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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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등급제 폐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논의가 시작된 지도 2년이 다 돼 간다. 지난 2년간 보건복지부 등 정부의 태도는 장애등급제를 폐지와 개선 사이를 오락가락하고 있다. 지난 9월 26일 열린 제43회 RI KOREA 재활대회 쟁점토론에서는 ‘장애등급제 어디로 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이 이뤄졌다. <정리= 이재상 기자>

정부, 장애등급제 ‘폐지’냐 ‘개선’이냐 갈팡질팡

연구용역에 따른 장애등급 단순화할 모형 개발 계획

새 모형 확정되면 2016년 하반기부터 시범시행 복안

 

개인욕구-사회·환경요인 반영한

장애판정기준으로 맞춤형 서비스

▪정부의 기본계획

주제발표를 통해 삼육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정종화 교수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의학적 진단 중심의 현행 장애등급제를 개인의 욕구와 사회·환경적 요인을 반영한 장애판정기준으로 조정해 맞춤형 서비스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 기본계획”임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제14차 장애인정책조정위원회를 열고 장애인 인권과 지원 향상을 내용으로 한 2014년도 장애인정책추진계획을 심의·확정했다.

이날 확정된 계획에 따르면 ‘장애종합판정추진단’을 구성해 현행 장애등급제를 대신할 종합적 판정도구 및 모형을 개발해 2016년 시범사업을 거쳐 2017년 새로운 제도를 전면적으로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복지부의 발표대로 현재의 장애등급제가 완전 폐지 또는 변경된다면 1급~중복 3급까지 중증장애인에게 지급되고 있는 장애인연금(직접 소득보장)과 장애등급에 따라 차등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감면할인제도(간접 소득보장)의 경우 제도의 수혜대상 기준을 장애등급이 아닌 새로운 기준을 마련해 재조정해야 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장애인연금 등 지금까지 받아오던 소득보장 및 감면혜택에 대한 수혜 대상 기준을 계속 이어갈지 아니면 완전히 틀을 바꿀지에 대해서는 검토단계에 있으나 장애인단체들은 기존에 서비스들이 위축돼서는 안 되며 더 강화되거나 보편적인 직접 지급제도로 바뀌어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정 교수는 “하지만 복지부는 연구용역을 통해 장애등급을 단순화할 모형 개발 계획을 내놓고 있으며 새로운 모형이 확정되면 시범사업을 거쳐 오는 2016년 하반기부터 시범 시행에 들어간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며 국민연금공단과 한국보건사화연구원에서 발표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장애인연금 등 현금급여 때는의학적 기준 장애등급 유지돼야”

▪국민연금공단 2013년 연구결과

국민연금공단의 2013년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만일, 욕구에 근거한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해 복지법상의 장애등급이 폐지될 경우 장애인연금 등과 같은 현금급여에 있어서는 향후에도 의학적 손상 기준 중심의 장애판정기준 및 장애등급은 계속적으로 유지될 필요가 있으며 의학적 기준을 좀 더 보완하고 강화해 장애등급을 더욱 세분화할 필요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한 장애등급 간의 합리성, 장애판정기준의 일관성 등 국민연금법과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한 장애판정기준의 합리적인 일원화 방안 모색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연금법상의 장애 개념은 장애를 부상 또는 질병이 완치됐으나 신체에 남아 있는 정신적, 육체적 손상으로 인해 생긴 노동력 손실 또는 감소로 정의하고 있는 반면 복지법상엔 장애를 정신적, 신체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활동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또한 연금법상에선 13개 장애유형을 1급~4급까지 4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는 반면 복지법에선 15개 장애유형을 1급~6급까지 6등급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자폐성장애는 복지법상에만 포함돼 있다.

예를 들어, 신장장애의 경우 연금법상의 장애 2급은 복지법상의 장애 2급인 반면 연금법상 장애 4급의 경우 복지법에선 5급과 일치하는 것으로 추정돼 연금법과 복지법의 차이가 장애 2급~4급에서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나는 등 연금법상의 1개 장애등급이 복지법상의 2개 이상의 장애등급을 포함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두 법 간의 장애인정기준에 대한 일관성 결여를 해결하기 위해 의학적 손상의 수준과 이로 인한 일상생활 제약을 백분율로 환산한 장애율을 산정할 수 있도록 보편적 장애판정기준의 도입 필요성을 주장했다.

단기적 최중증/중증/경증으로 단순화

장기적 종합사정 및 판정체계 도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3년 연구결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또한 같은 해 연구발표를 통해 장애등급제 개편을 위해 단기적 개선안으로 중증/경증 또는 최중증/중증/경증으로 단순화하고 장기적으로 종합사정 및 판정체계 도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기적 방안= 현 장애등록은 기존 방식으로 유지하되 장애정도를 나타내는 장애등급은 1~6급에서 중증(1~3급), 경증(4~6급)으로 나눠 장애인에 대한 낙인감 해소와 의학적 평가결과인 장애등급의 복지서비스 연계에 미치는 영향력 감소, 종합판정체계 등 새로운 제도 도입에 따른 충격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장기적 방안= 장애등급제 단순화+서비스별 적격기준 도입이 핵심인 종합판정체계로의 전환이다. 외국의 경우 장애인연금 등 소득보장은 의학적 평가와 근로능력 평가 위주로, 돌봄서비스는 개인의 상황과 욕구와 주위 돌봄 가능 자원 등의 적격성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와 같이 장애등급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 또한 등급제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개선 및 대안 마련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2006년 장애인자립지원법 시행 이후 장애판정체계를 일원화했지만 기존 장애판정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의학적 판단기준은 여전히 문제로 남아 있는 상황이다.

정신장애나 지적장애인의 장애평가에서 장애정도가 낮게 평가되고 있으며 발달장애인에게 지원되는 서비스에 비해 장애정도의 판정구분이 매우 부족하다.

보사연은 장애등급제 폐지의 기본방향으로 장애등록 시부터 개인의 사회·환경적 요인 및 복지욕구 등에 대한 통합적 초기 사정이 도입돼 장애인 복지서비스와의 연계가 이뤄져야 하며 기존의 공급자 중심에서 이용자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지향할 것 등을 제시했다.

또한 장애등급 외에 개인적 욕구와 사회·환경적 요인 등을 반영한 활동지원, 장애인연금, 돌봄지원 등에 서비스별 적격기준을 마련할 것과 표준화된 장애판정 평가지침 마련 및 전문적 평가인력의 양성 등 종합적 판정체계를 구축할 것, 장애인복지법 등 관련 법·제도의 개정 및 예산 조정을 장애등급제 폐지에 앞선 선행 조건임을 밝혔다.

한편, 2013년 현재 장애등급과 연계된 장애인복지 서비스로는 소득보전(장애인연금, 수당), 활동지원서비스, 고용, 할인 및 감면제도, 바우처제도 등 91개 사업이 시행 중으로 나타났다.

의학적 기준 폐기 시 혼란 예상

정부차원의 극복대책 노력 없어

▪논의과정서 드러난 쟁점 사안

이어진 토론에서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이승기 교수는 “현재의 장애등급제 폐지 논의를 장애등급제에 국한해 매몰된 상태에서 진행하다보면 궁극적으로 가야 할 목표를 설정할 수가 없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는 장애와 비장애가 구분되지 않고 동등한 삶이 보장되는 것이어야 한다.”며 그동안 논의됐던 내용에 대해 설명했다.

의학적 기준= 의학적 기준만을 적용해왔던 것에서 탈피해 사회적, 환경적 측면이 강조된 ICF를 포함시켜야 한다는 데 이의가 없을 정도로 논의가 진척됐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의학적 기준을 폐기했을 때 생기는 혼란은 감당할 수 없을 것으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이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정부 차원에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소득보장 체계= 장애인에 대한 소득보장은 장애로 인한 근로능력 상실 부분과 장애로 인한 추가비용을 의미한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의 최저생계비 보장이 비장애인과 동등할 정도로 보장돼야 하며 이동비용이나 의사소통, 안전 등 기초법상 반영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장애인연금 및 장애수당에 반영이 필요한 상황이다.

감면할인 제도= 장애등급제 폐지의 취지에도 맞지 않으며 복지부의 영역을 벗어난 사항이다. 관련 논의를 장애등급제 폐지 이후로 연기하고 단계적 전략을 수립해 장애계의 합의를 모색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서비스 지원= 현재 서비스 지원을 위한 종합판정도구가 논의 중으로 공공영역에서의 서비스 사정, 연계, 모니터링 체계, 서비스를 제공하는 민간영역과의 협력, 지자체의 개입 방법 등의 난제가 남아 있다. 이 부분의 해결 없는 상황에서의 종합판정도구는 미완성의 개발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그 후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현금으로 환산하는 개인예산제를 도입하는 단계로 전환돼야 하지만 이를 위해 갖춰야 할 제도적 장치 또한 만만치 않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진행돼 온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대체적으로 장애인은 비장애인보다 50% 낮은 생활수준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행 장애등급제로 대표되는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지원 수준과 시스템으로는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기는 불가능 할 것”임을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 정인영 연구원은 “정부의 발표대로 장애등급이 2~3개로 단순화 및 폐지되더라도 장애인연금과 같이 현금급여와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향후에도 의학적 손상 기준 중심의 장애판정기준 및 장애등급은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다.”며 “의학적 기준을 좀 더 보완하고 강화해 장애유형 및 등급 간 차이를 일관성 있게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임을 주장했다.

정 연구원은 “의학적 손상 기준 외에 국민연금의 입법취지에 부합하도록 의학적 기능손상으로 인한 노동력의 손실 또는 감소를 평가하고 그에 따른 소득감소 정도를 반영해 형평성 있는 소득보전을 위한 연금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새로운 근로능력평가 중심의 장애판정기준 및 판정도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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