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빛을 주는 ‘화도진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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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들에게 새로운 빛을 주는 ‘화도진도서관’
  • 고은별, 차미경 기자
  • 승인 2014.08.22 11:12
  • 수정 2014-08-22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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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도진도서관은 유독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다. 그 중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는 이미 여러 수상을 통해 인정받았을 만큼 화도진도서관의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남다르다. 누구에게나 차별 없는 공간, 열려 있는 공간, 화도진도서관을 만나보자. <고은별, 차미경 기자>

다양한 독서정보 제공의 장, 시각장애인실

현재 우리나라는 도서관 내 시각장애인실 배치를 법적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으로 두고 있다. 그렇기에 도서관 대부분은 시각장애인실을 갖추지 않고 있는 곳이 많다.

 

그러나 화도진도서관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다양한 지식정보를 제공하고 독서 및 독서문화 활동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1988년에 화도진도서관 개관과 동시에 시각장애인실을 설치하여 현재까지 운영해오고 있다.

화도진도서관 내 1층에 8석의 열람석을 갖추고 있는 시각장애인실은 시각장애인, 독서장애인을 위한 열람실로 점자도서, 점자라벨도서, 녹음도서 등을 비치하고 있고 접근성이 어려운 장애인들을 위해 회원등록을 통한 무료 우편 대출제를 실시하고 있다.

그밖에도 시각장애인 독서능력개발 프로그램, 시각장애(점자, 안내견, 정보기기) 체험교실, 중도실명 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 자료 점역, 인천혜광학교 초등학생 대상 독서능력 향상 프로그램 등이 주요 활동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도실명 장애인을 위한 평생학습 프로그램의 경우, 중도실명자의 특성상 점자를 익히기 힘든 점을 감안하여 점자를 위주로 교육이 이뤄진다.

시각장애인용 자료에는 일반도서의 점자도서는 6,529권이 있고 비도서인 시각CDROM은 1,131개, 시각카세트는 4,347개가 비치되어 있다.

소리로 전하는 희망 ‘소리빛사랑회’

 

 

화도진도서관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해 낭독도서녹음 봉사를 12년째 해오고 있는 ‘소리빛사랑회’ 봉사단이 있다.

2002년에 구성된 ‘소리빛사랑회’는 시각장애인들이 독서를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해소하도록 하기 위해 낭독봉사가 주가 되어 다양한 봉사를 하는 중이다.

봉사의 주가 되는 낭독봉사는 도서관 이용자의 희망도서, 작가추천, 베스트셀러 등을 위주로 봉사자들이 책을 선정해 일주일에 1~2회씩 책을 녹음하여 녹음된 책은 CD와 테이프 형태로 저장되어 필요한 사람에게 자료대출을 통해 전달된다.

낭독봉사 외에도 장기요양 어르신들을 위한 1:1 대면낭독 프로그램, 시각장애인 텃밭 가꾸기, 보행안내, 컴퓨터 입력, 프로그램 보조교사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대면낭독 프로그램의 경우 다정노인요양원에 주1회 직접 찾아가 그림책, 역사책, 동화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어드려 노인들의 문화생활에 활기를 더해주고 있다.

그림을 읽어주는 ‘소리그림책단’

‘소리그림책단’은 시각장애인 부모가 자녀에게 점자로 그림책을 읽어줄 수는 있지만 책에 그려져 있는 그림까지는 설명해줄 수 없는 것에서 착안하여 화도진도서관이 기획한 봉사단이다.

작년부터 진행되어 오고 있는 ‘소리그림책단’은 김숙 작가를 포함해 2명의 작가가 소속되어 시각장애유아와 아동의 언어구사력과 상상력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그 중 김숙 작가가 맡고 있는 <작가가 들려주는 그림 설명이 있는 그림책>은 기존의 낭독 녹음도서와 달리 그림책을 쓴 작가가 직접 자신의 책을 읽어줌으로써 책의 글뿐만 아니라 그림까지 설명해줄 수 있도록 하는 색다른 읽기 방식으로 시각장애유·아동에게 다가가고 있다.

소리그림책단의 진행방식은 그림책의 글을 녹음하는 동시에 그림에 대한 부연 설명을 녹음하여 mp3파일로 제작하여 소리그림책이 필요한 사람에게 이메일로 전달된다.

 

인터뷰

“매력 있는 봉사를 할 수 있어서 기뻐요”

정성자, 서문자 / 소리빛사랑회 봉사단원

 

▲ (왼쪽부터) 화도진도서관 시각장애인실 황숙경 담당자, 정성자·서문자 소리빛사랑회 회원

 인천 화도진도서관에는 중도시각장애인들에게 소리로 빛을 전하는 소리빛사랑회의 터줏대감 봉사자 정성자 씨와 서문자 씨가 있다. 정성자씨와 서문자씨는 화도진도서관의 소리빛사랑회 봉사단원으로서 20년째 봉사를 해오고 있다.

중도시각장애인에게 시, 수필,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책을 눈이 아닌 귀로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정성자 씨와 서문자 씨는 2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봉사를 해왔지만 여전히 어려운 점은 있다고 했다.

“책의 분야별로 어려운 점이 각각 있어요. 소설 같은 경우에는 등장인물이 여러 명이니까 한 가지 목소리로 다수의 인물에 맞게 음색을 바꿔 연기해야 한다는 점이 고충이죠. 또 시를 녹음할 때는 아무래도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함축된 내용을 어떻게 하면 독자에게 목소리로 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요. 한 음절만 틀려도 녹음된 일정 부분 전체를 지우고 다시 재녹음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많이 소모될 때도 있고요. 어떤 경우에는 한 문장을 5-6번씩 재녹음하는 경우도 있어요.”

어려운 점이 많다고 하지만 정성자 씨와 서문자 씨는 봉사 관련 상도 많이 받은 실력 있는 봉사자다. 특히 서문자 씨는 작년에 전국도서관협회에서 대상을 받았을 만큼 낭독봉사에 일가견이 있다.

“봉사를 통해 상을 받은 건 뿌듯한 일이지만 저는 봉사가 대단하거나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저처럼 나이 먹은 사람도 남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고 또 집에만 있으면 책 읽을 생각을 하지 않는데 도서관에 나와서 봉사를 하면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거죠.”

이에 정성자 씨도 낭독봉사에 대한 생각을 덧붙였다. “저도 20년 동안 봉사를 해온 이유가 제가 이 봉사를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결혼 전 대학시절 때부터 봉사에 관심이 많아 RCY, YMCA 같은 곳에서 봉사를 꾸준히 했었는데 결혼하고 나서는 아무래도 체력적인 요구가 많이 필요한 봉사는 힘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한 게 목소리 기부였어요. 처음에는 내 목소리를 어떻게 남들에게 기부할 수 있을지 몰라서 무작정 테이프를 사서 집에서 책 녹음을 했어요. 그러다가 화도진도서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낭독봉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 매력에 빠져 여태 봉사를 하고 있는 거죠.”

 

인터뷰

“전문 인력을 활용한 내실 있는 프로그램 진행 필요”

김선태 과장 / 화도진도서관 열람봉사과

▲ 김선태 화도진도서관 열람봉사과장

 화도진도서관 열람봉사과 김선태 과장은 도서관에서 운영중인 시각장애인실과 관련 프로그램이 우수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고 관심을 받는 이유는 전문인력이 그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 도서관의 시각장애인실 담당자가 황숙경 선생님인데, 시각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물론 점자해독 능력까지 갖추고 계실 정도로 상당한 전문가예요. 모든 프로그램은 만들어 놓기만 한다고 유지가 되는 것은 아니거든요. 1988년 저희 도서관 개관 때부터 시각장애인실이 있었는데 20여년이 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은 바로 전문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특수한 프로그램은 마음만 있어서는 진행할 수가 없거든요. 그런 점에서 항상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시는 황 선생님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어요.”

또 김선태 과장은 현재 점자도서나 낭독녹음 파일을 시각장애인에게 전달하는 일 말고도 시각장애인을 위한 평생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장애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배우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권리가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비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은 이제는 생활화된 부분이잖아요. 꼭 직업적인 배움이 아니더라도 끊임없이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한 개념으로요. 장애인분들도 이런 권리가 있다는 것이 저와 도서관 측의 입장입니다. 그래서 현재 저희 도서관에서는 색소폰 수업이나 정보화 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배움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주어져야 하는 거니까요.”

20여년이 넘게 탄탄한 기반을 가지고 있는 시각장애인실이지만 김선태 과장은 도서관으로 새로 발령 받는 사람이 누구든 업무와 단절되지 않길 항상 기도한다고 말했다.

“이런 특수 프로그램은 업무와 단절되면 그 순간부터 하락세로 들어서는 거예요. 그래서 누군가 다시 열람봉사과 담당자로 온다면 지금처럼, 아니 저보다 훨씬 관심이 많은 분들이 오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지금보다 더 활동성 있게 추진해 주셔서 나날이 발전해 우리 도서관의 자랑거리가 될 수 있도록 만들어줬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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