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염전노예 사건 재발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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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염전노예 사건 재발 막으려면?
  • 이재상 기자
  • 승인 2014.06.20 09:41
  • 수정 2014-06-20 09: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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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등 26개 단체로 구성된 ‘염전노예 장애인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염전지역 장애인 인권침해 조사결과 보고 및 대책마련 토론회’를 지난 9일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장애인복지포럼과 새정치민주연합 을지로위원회, 새정치민주연합 장애인위원회가 공동 주최했다. <정리= 이재상 기자>

 

지속적 인권참해…가장 큰 원인은 관련공무원들 묵인 때문

일제수색 결과 장애인 국가 관리시스템 부재 심각한 수준

학대방지법 및 쉼터 등 인권침해 예방-사후관리 보완 필요

 

A(63세)씨는 1993년 월 60만원을 임금으로 준다는 말에 직업소개소 직원을 따라 염전에 왔으며 그 후 20년 동안 한 번도 임금을 받지 못했다. 염전주가 피해자에게 자신도 돈이 하나도 없으며 빚으로 근근이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 임금을 주지 않았으며 가족이라고 생각하라고 했다.

관찰진단 결과 A씨는 의사소통이 어려우며 한정된 단어만을 사용했고 의욕이나 의지가 거의 없어 보였고 타인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 있으려는 경향을 보였으며 주민등록이 말소된 상태로 글을 모르고 돈 계산도 하지 못했다.

 

장기간 거주하면서도 전입신고 안 돼

염전 피해자 74.7%가 장애인으로 나타나

 

■신의면 염전 민관합동 일제수색 결과

경찰청 특별수사대와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등 6개 단체는 전국의 염전과 양식장, 장애인시설 등을 대상으로 실종자 발견을 위한 민관합동 일제수색을 지난 2월 14일부터 4월 30일까지 실시했다.

전라남도 신안군 신의면 전수조사 과정에 참여한 장애인인권침해예방센터 김강원 팀장은 “조사 결과 피해자들은 장기간 신의면에 거주하면서도 전입신고가 되지 않아 면에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였으며 장애인임에도 장애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며 염전지역 63명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자의 연령대는 50대가 23명(36.5%)으로 가장 많았으며 40대가 20명(31.7%), 30대가 16명(25.4%) 순이었으며 등록 장애인은 16명, 장애등록은 돼 있지 않았으나 장애진단이 필요한 피해자가 31명으로 총 47명, 74.7%의 피해자가 장애인이었다.

가족현황 조사 결과 부모형제가 있는 경우가 47명, 무연고 14명으로 나타났으며 부모, 형제가 있음에도 염전에 유입된 이유로는 연락이 단절됐거나 염전에 있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족이 방치한 경우 또는 적극적으로 염전에 맡기거나 임금을 가족이 받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지적장애 3급인 A씨의 경우 가족이 직업소개소에 직접 데려가 신의도로 보냈으며 임금 외에도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인연금을 가족이 관리하고 있는 사례도 포착됐다.

피해자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선 장애진단 필요가 28명, 치아상태 손상이 15명, 알코올 의존증 의심 3명, 정신과 진단 필요 2명이었으며 기타로는 신장투석, 다리부상, 안검하수, 요통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을 읽고 쓰거나 금전 계산을 할 수 없는 피해자는 각각 29명과 32명이었으며 염전 유입 경로는 직업소개소를 통해서가 34명, 가족이나 친척이 맡기는 경우도 6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가족이 돌볼 수 없거나 시설에 맡겨도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가출을 한다는 이유로 적극적으로 염전에 맡겨지는 경우와 가출 이후 직업소개소를 통해 염전에 유입된 후 염전주를 통해 가족에게 연락이 이뤄지는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가 염전에 유입되기 전 주거형태로는 길거리에서 노숙이 20명, 39.1%를 차지해 노숙인에 대한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놀랍게도 연령에 따른 염전 근로기간 조사 결과 2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 사이에 염전으로 유입돼 10년 이상 섬에 갇혀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가능한 55명 중 노동력을 착취(임금을 받지 못하거나 최저 임금에 현저히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는 경우, 받은 임금을 다시 빼앗기는 경우 등)당한 사례가 96.4%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최저임금 이상을 받은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

이들은 염전일 이외에도 밭일, 타인의 염전 근로, 소금 상하차 작업 등을 제공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했으며 이러한 근로의 대가는 염전주가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한 사람의 염전주에게만 근로를 제공한 것이 아니라 여러 염전에 옮겨 다니며 노동력을 착취당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자 중 임금 지급형태를 인지하는 경우는 49%로 나타났으며 액수는 모르나 염전주가 대신 관리해주는 것으로 인지한 경우가 51%로 조사됐다. 일제조사가 시작된 2월 초를 기준으로 일정액의 목돈이 입금된 경우가 다수 발견됐다.

 

인부 혼자 배타려 하면 주민들이

염전주에게 전화로 알려줘

 

염전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한 경험을 묻는 질문엔 17.8%가 있다고 답했으며 이 중 1회 2명, 2~3회 4명, 4회 이상도 2명이나 있었다.

염전에서 탈출이 실패한 이유에 대해선 ‘이웃 주민의 신고 때문’이 75%를 차지했다. 인부 혼자서 배를 타려고 하는 경우 마을 주민들이 염전주에게 전화로 알려줬으며 다시 염전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은 염전주로부터 감금은 물론 강도 높은 폭행과 협박을 당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로는 ‘엎드린 자세에서 대나무로 수십 차례 맞았다’, ‘주먹과 몽둥이로 많이 맞았으며 욕설과 폭언이 심했다, 도망가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꿈도 못 꿨다’, ‘염전주와 염부장(여러 인부 중 대표격)에게 맞았다, 일을 못한다고 때렸다, 친구가 경찰이라며 도망가도 소용없다고 말했다’ 등의 진술이 확보됐다.

경찰의 조사가 시작되자 인부를 섬 밖으로 빼돌려 여관, 친척집, 지인이 운영하는 농장, 오피스텔 등에서 머물게 하고 이동하지 못하게 한 사례도 포착됐다.

자유로운 외출이 가능하거나 외부와의 연락이 가능한지를 묻는 질문엔 333%가 외부와의 소통에 제한이 있다고 답했으며 핸드폰을 소지하지 않은 경우가 73.8%로 조사됐는데 이는 연고자가 없어 따로 연락할 곳이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염전 등에서의 조사 이후 피해자들의 현재 거주지는 염전 20명, 노숙인 시설 16명, 그룹홈이나 체험홈 8명, 귀가 8명, 기타(소재 불명) 11명으로 조사됐다.

현 거주지가 불명한 11명을 제외한 51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등록된 장애인의 경우 민간 조사원에 의해 그룹홈 등 거주시설로 4명이 연계됐고 본인의 희망 및 가족의 요구에 따라 염전에 남아 있는 경우도 5명으로 파악됐다.

미등록 상태로 장애등록이 필요한 경우 장애인복지시설을 이용할 자격이 없는 12명은 노숙인 시설로 보내졌고 비장애인의 경우 염전에 7명, 노숙인 시설에 3명이 보내졌다.

이처럼 20명의 피해자들이 염전에 남아 있는 이유로는 마땅히 갈 곳이나 일자리가 없어서 염전을 벗어나기를 거부한 경우, 돌볼 여건이 안 된다는 이유로 가족이 반대하는 경우, 염전주가 섬에 남아 있으라고 회유한 경우 등으로 나타났다.

 

피해자들이 염전에 남아 있는 이유는

마땅히 갈 곳이나 일자리가 없어서

 

▪염전노예사건 재발방지 대책은?

김 팀장은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피해자가 염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주된 이유가 갈 곳이 없어서였다.”며 “현재 우리나라에는 학대받은 장애인이 머무를 공간이 없는 것이 현실”임을 주장했다.

여성장애인의 경우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자에 한해 쉼터가 존재하지만 전국에 6곳에 불과하며 남성장애인의 경우는 시설 내 인권침해 등 긴급한 상황에도 갈 곳이 없어 가해자와 분리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한 미등록 장애인의 경우 장애인 복지시설조차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대다수의 피해자들은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서비스 제공도 어려운 노숙자 시설로 갈 수 밖에 없다.

김 팀장은 “인권침해 피해자를 위한 쉼터의 설립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며 쉼터 안에서 피해자들은 금전적, 신체적, 정신적 피해를 배상받고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지원과 자립생활 훈련, 취업 훈련 등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쌍방 합의 시 수사중단 가능성 높아

 

이어진 토론에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염형국 변호사는 “과거 수 명의 장애인들을 염전, 선박 등에 팔아넘기거나 오랜 세월 동안 감금한 채 노예처럼 이용해왔음에도 거의 모든 가해자들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에 따르면 이번 염전노예 사건도 3년치 최저임금을 입금해주고 가해자와 피해자가 합의에 이르는 경우 반의사불벌죄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고 전했다.

염 변호사는 “이처럼 장애를 악용해 신체 및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한 행위,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학대한 행위 등은 사회적 비난 가능성이 높음에도 처벌규정이 없거나 형량이 매우 낮기 때문에 가해자가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임을 강조했다.

염 변호사는 “염전노예 등 장애인 학대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장애인 학대범죄에 대한 처벌규정을 신설하고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형량을 높이거나 가중처벌 규정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칭 장애인학대방지법과 같은 형사 특별법 제정이 필요함을 밝혔다.

전남장애인인권센터 박수인 팀장은 “이번 조사 결과 몇 년 동안 전입신고조차 하지 않고 신안군 내에 거주 중인 피해자가 대다수이며 염전에서 장기간 인권침해가 지속되고 있었음에도 신안군 등의 담당 공무원들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고 관련법상의 근거가 없다는 변명만을 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 팀장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인 인권참해가 이뤄진 가장 큰 원인은 관련 공무원들의 묵인 때문”이라며 공무원에게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를 부과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했다.

박 팀장은 “장애인 스스로 학대나 착취를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신고포상금제 도입 등 제3자에게 장애인 인권침해를 예방할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있으며 지자체에게 인권침해 피해자 지원을 위한 계획 수립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처장은 “염전일이란 정상적 사고를 가진 사람은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이라고 흔히 말한다. 새벽 4시경 기상해 해수통의 해수를 염전에 끌어 올리는 작업으로 시작해 해가 지고 해수를 다시 해수통에 담는 작업을 마치면 저녁 8시나 10시 정도가 되는 고된 작업이기 때문”임을 설명했다.

이 처장은 “결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피해 장애인들의 염전 유입 이전의 주거형태의 대부분이 길거리 노숙인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표면적으로는 가족과 시설에서의 생활, 독거생활의 어려움으로 노숙을 시작하게 된 것으로 추측된다.”고 밝혔다.

일반적으로 노숙은 장기간의 실업, 가족해체에 따른 상실감, 사업 실패, 일자리 부족 등 경제적 부족과 사회안전망 부족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장애인 노숙의 경우는 그 실태조사조차 이뤄지지 않아 그 원인 파악도 힘든 상황이다.

이 처장은 “장애인들이 가족과 시설생활에서의 탈피와 독거생활에서의 고충을 해소하기 위해 노숙을 선택했고 염전노예 사건에서 보듯 범법자들의 손쉬운 범죄의 대상이 됐을 것”이라며 “노숙을 선택하기보다는 그룹홈이나 체험홈 등에서 주거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마련이 필요한 상황”임을 주장했다.

 

“정부, 장애인 인권보호 강화방안 마련 중”

 

보건복지부 장애인권익지원과 김웅년 사무관은 “정부는 염전노예 사건의 재발방지를 위해 도서지역, 시골 농가, 무동력 어선 등에 대한 일제점검을 실시해 실종 장애인에 대한 수색을 진행 중이며 향후 경찰청 등 관계기관 간의 정례화된 협의체 및 취약지역 합동점검 체계를 구축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한, 지자체장에게 관할구역의 발견 장애인에 대한 보호의무를 부여해 쉼터에 일시 보호된 장애인이 자신의 의사에 따라 시설 입소 등 적절한 보호조치가 가능하도록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할 예정이며 특히 미등록 장애인에 대한 선보호조치를 제도화할 계획이다.

김 사무관은 “지난 5월말까지 진행됐던 전국 장애인시설 인권침해 전수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침해 사전예방, 피해자 구조, 사후 보호체계 마련 등으로 구성된 장애인 인권보호 강화방안을 마련 중”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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