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개편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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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제 개편안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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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1.06 17:41
  • 수정 2014-03-0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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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현 정부는 내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급여별 소득기준을 달리해 수급대상자를 선정하는 맞춤형 개별급여를 주요내용으로 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편을 추진 중이며 빈곤사회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은 “박근혜정부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골격을 흔들려 한다.”며 반발의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상태다.    
 빈곤사회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으로 구성된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2013민중생활보장위원회(이하 민생보위)’는 ‘박근혜정부 빈곤정책, 빈곤 방지인가 방치인가?-기초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한 빈곤정책 토론회’를 지난 5일 이룸센터에서 개최했다. <정리= 이재상 기자>

현행 ‘통합급여’→‘맞춤형 개별급여’ 체계로 전환
권리성 급여를 정부 재량성 급여로 바꾸겠다는 것이 핵심
“정부안대로 개편시 기초생활보장제 기본골격 무너질 것”
수급자 입장에선 현재보다 총 급여액 줄어들 수 있어 우려

기초법 개편안의 주요내용

 순천향대학교 사회복지학과 허선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정부는 국민의 빈곤위험 발생에 대한 예방적 지원 및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강화, 일할 수 있는 빈곤층에 대한 자립 지원을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운 채 지난 2000년 도입된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개편을 추진 중”이라며 소위 맞춤형 개별급여체계 개편안의 주요내용을 소개했다.
 지난 5월 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한 개편방향에 따르면 현행 최저생계비의 120% 이하(340만명)인 차상위 계층을 중위소득 50% 이하(438만명)로 확대해 가칭 잠재빈곤층으로 관리하며 맞춤형 개별급여, 긴급지원, 잠재빈곤층 지원사업 등 여건에 적합한 개별지원 확대로 보호율을 51%(222만명)에서 80%(340만명)로 높이는 한편, 빈곤층의 생활실태, 복지욕구 등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조사를 정례화하고 긴급지원 선정기준의 유연화, 장애인 등 잠재빈곤층에 대한 법정 지원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현행 통합급여 체계를 생계급여의 소득 기준은 중위소득의 30%, 주거급여의 소득 기준은 중위소득의 40~50%, 교육급여의 소득 기준은 중위소득의 50%선에서 정하는 개별급여체계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중위소득수준 정도의 소득을 가지고 있으면 부양능력이 있는 것으로 간주되던 것을 중위소득+수급자가구 최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어야 부양능력을 인정하는 등 기준완화를 통한 사각지대 해소방안도 포함됐다.
 허 교수는 “현 제도상 수급자가 돼야만 7가지 법정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지만 맞춤형 급여체계에서는 소득이 최저생계비보다 많다고 하더라도 의료급여나 교육급여, 주거급여 등을 받을 수 있게 돼 기존 수급자들의 탈수급을 꺼리게 만든 요인을 어느 정도 제거해 줄 것이라는 것이 정부의 주장”임을 밝혔다.
 허 교수는 그러나 계획대로 급여체계를 분리했을 경우 수급자의 입장에선 현재보다 총 급여액이 줄어들 수도 있음을 주장했다.

비수급 빈곤층 117만명 지원 외면하는
차상위계층 지원 확대 개편안이 옳은가

 정부의 개편 방안에 따르면 의료급여의 선정 기준을 ‘소득인정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근로무능력가구’와 ‘가구별 지원 기준 이상이나 의료 욕구가 있는 희귀·난치·만성질환자 등 저소득층 개인’으로 한정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근로능력자가구의 아동이나 노인은 의료급여수급자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있으며 근로능력자에게는 일할수록 유리하도록 급여체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지만 그동안의 경험을 미뤄볼 때 기존 생계급여 혜택보다 줄어든 급여를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허 교수의 주장이다.
 국민의 최저생활을 최저생계비로 규정하고 있는 현행 기초법과는 달리 개편안은 생계급여를 중위소득의 일정비율(30%)을 고려한 상대적 방식에 의해 급여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만약 개정되는 법에 일정 비율을 구체적으로 정해놓지 않을 경우 급여 수준과 선정 기준을 임의적으로 낮출 수 있게 되며 그렇게 되면 수급자의 생활수준은 가구의 소득인정액과 각종 급여액을 합해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고 있는 현행 법체계는 무너지게 된다는 것. 
 한편, 개편안에 따르면 예산이 많지 않은 교육급여의 경우 부양의무자 기준을 제외키로 했다.
 정부의 2010년 빈곤실태조사 결과 소득인정액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나 부양의무자 기준 등으로 기초생활보장 혜택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 빈곤층이 117만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비수급 빈곤층에 대한 지원은 뒤로 한 채 차상위계층으로의 지원 확대를 밝힌 개편안이 올바른 정책방향이겠느냐는 비난을 받고 있다.
 허 교수는 “개편안의 가장 큰 문제점은 수급권자 선정기준이자 급여의 기준선인 최저생계비의 기능을 철저히 부정하고 있는 것”임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최저생계비의 계측을 포기하고 빈곤실태조사로 대체토록 했으며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최저생계비가 아닌 ‘소득인정액이 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규정해 행정부의 재량급여로 전락시켰다.”며 “만약 정부안대로 개편될 경우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해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골격은 무너지고 말 것”임을 경고했다.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 발의
기초법 개정안은 ‘생활보호법’”

 이어진 토론에서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이찬진 위원장은 “최근 새누리당 유재중 의원이 발의한 기초법 개정안은 심하게 말하면 생활보호법”이라며 “현행 기초법은 전문가와 공익대표,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소득인정액 산정방식, 급여기준, 최저생계비 등 제도의 골격을 이루는 중요한 내용을 결정토록 돼 있는 반면 개정안은 중생보위의 권한을 축소하는 등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주요내용을 행정부 뜻대로 할 수 있게 해놓았다.”면서 “이는 사회적 합의정신과 민주적 정당성을 부정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큼”을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국민기초생활수급권은 최저생계비와 소득인정액을 축으로 하는 권리성 급여”라며, “이 부분이 폐기될 경우 이것은 개정법률안이 아니라 기초법을 폐기하고 새로운 공공부조 프로그램 입법안이 될 것”임을 주장했다.
 노숙인인권공동실천단 김선미 책임간사는 “지난 2010년 구축을 시작한 사회복지통합전산망 행복e음을 통해 약 2년 동안 41만명의 기초생활수급권자가 탈락했다.”고 밝혔다.
 김 간사는 “최근 복지부는 부양의무자 발견 등 급여변경 상황 시 수급자에 대한 급여 지급을 우선 중지한 후 수급자 자신이 부양의무자로부터 부양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음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받도록 하는 앞뒤가 뒤바뀐 지침을 내려 보낸 상태”라며 수급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가 우선 제공돼야 함을 주장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불과 이틀 전에도 간질장애 4급인 장애인이 국민연금관리공단으로부터 장애등급 외 판정을 지난달 받고 더 이상 싸우기 싫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긴 채 의정부시의 한 주민센터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며 “정부는 전체 예산의 3%를 차지하는 수급자 등 빈곤층을 어떻게 유지하고 관리하고 통제할 것인가에만 집중한 채 당사자를 범죄자 또는 죽음으로 몰아넣고 사회복지공무원마저도 죽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 방안 연구를 맡고 있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대명 연구위원은 “최근 수년간 저소득층 복지제도가 기존 수급자에 대한 지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는 점도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유지한 채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힘든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 방안은 엄연한 예산의 제약 하에서 기존 수급가구에 대한 보장성 강화(급여 적정화), 사각지대에 방치된 비수급 빈곤가구에 대한 지원 확대(재산기준 및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차상위가구 지원을 위한 소득기준 완화(소득기준 상향조정)의 3대 목표를 바탕으로 마련 중”임을 밝혔다.

개정안은 권리를 쪼개 수급자를
늘리려는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

 이날 토론회에 앞서 빈곤사회연대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40여개 단체로 구성된 ‘기초법 개악저지! 빈곤문제해결을 위한 2013민중생활보장위원회 소속 회원 50여명은 출범기자회견을 갖고 활동에 돌입했다.
 참가자들은 출범선언문을 통해 “기초생활보장제도는 1999년 기초법이 제정된 이래 우리 사회의 마지막 사회안전망으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1961년부터 운영되던 생활보호법을 대체한 기초생활보장법은 수급권자의 권리성을 강화하고 최저생계비의 도입으로 우리 사회 빈곤선의 기준을 마련하는 등 빈곤에 빠진 국민 누구라도 기초생활을 사회로부터 보장받을 수 있다는 사회적 약속으로 존재해 왔다.”고 주장했다.
 선언문은 “그러나 제도는 비현실적인 최저생계비와 가난한 이들을 서로 옭아매는 부양의무자 기준 등의 악조항들로 인해 넓은 사각지대와 낮은 보장수준으로 그 최초의 취지를 다 해내지 못해왔다.”고 밝혔다.
 선언문은 이어 “박근혜정부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별급여를 도입한다고 하지만 우리는 이것이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개악안에 불과함을 선언한다.”며 “박근혜정부의 개별급여 안은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근본 취지를 훼손하고 권리를 쪼개 수급자를 늘리는 조삼모사 정책에 불과함”을 주장했다.
 끝으로 선언문은 “정부는 수급권자의 힘겨운 삶과 사각지대에 몰린 무권리상태 빈곤층의 상황에 대해 외면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오늘 우리는 민중생활보장위원회를 꾸려 부양의무자 기준의 족쇄와 최저생계비, 빈곤층의 목을 죄는 악조항을 바꿔 나가기 위한 활동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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